청년부채 목소리 #(3)
“청년부채문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그저 돈 없이도 사랑하는 이와 행복하게 지내는 세상이 오기를.. <Photo by Ryan Holloway on Unsplash>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거주 중인 30대의 청년입니다. 이번에 청년부채ZERO 캠페인에 참여 하였고, 이렇게 청년의 목소리를 담게 되었습니다.
건강 그리고 군대
저에게 특이할 점이 있다면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서 군대를 아직 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30살이 넘도록 군대에 가지 못함으로 인해서 이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쉽게 이해를 못할 것입니다.
일단 제가 군대에 가지 못한 것은 건강상의 이유입니다. 공익 판정을 받고도 적당한 근무지를 배치 받지 못하여 시기가 밀리고 밀리다가 오늘날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근무지를 지원하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워낙에 지원지가 경쟁률이 세다 보니까 떨어지게 되었고, 30대가 된 저는 이제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30세가 넘는 이는 공익자리가 결원이 생길 때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자리가 결원이 생기기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며 지금도 기다리는 중입니다. (만 35세까지)
고정 수입 X, 고정 지출 O
이러한 상황 때문에 저는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언제 불려갈지도 모르고, 매달 고정된 수입이 있게 된다면, 정상적인 군대생활도 가능하다고 보고 다시 신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분명 건강상의 문제가 있으며, 현재 정신치료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만약 닥친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변변한 일자리 하나 없이, 단기 아르바이트로 끼니를 때우며 산지도 꽤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상환해야할 돈과 식비 그리고 핸드폰비 이렇게 달마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20~30만원 돈을 마련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아픔들을 매달 겪고 있습니다. 다음 달도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는 저에게 가장 큰 숙제입니다.
간간히 들어오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고정비들을 벌고는 있지만 이 또한 불안정하며, 없는 자들을 대할 때는 어찌나 무례한지 저의 자존감은 땅 밑 저 끝까지 내려간 지 한참 되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살아야 하기에 꾸깃꾸깃해진 자존심은 뒤로 한 채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병원비는 자꾸 늘어갑니다.
사랑하는 애인
저에게는 사랑하는 애인이 있습니다. 저에게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녀는 저의 인생에 아주 큰 빛입니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 없는 저를 좋아해주고, 아껴줍니다. 물론 저도 모든 것을 다해 아끼고 사랑합니다. 물질이 없다고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깐요.
요새 청년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삽니다. 그 중에 ‘자녀’ 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 안에서는 자녀를 많이 낳으라고 권면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자녀를 낳음으로 인해서 저의 애인이 포기해야할 수많은 것들을 알고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제가 대신 그 짐을 지고 싶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여성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출산과 양육, 경력의 단절 등등)
그렇기에 미래에 애인이 자녀에 대한 마음이 없다고 한다면 받아들일 것이고, 만약 그 마음이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해 제가 짊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자녀를 많이 사랑하겠지만, 그 자녀보다도 아내를 더욱 사랑할 것이고요.
부채와 상환
저는 의료비, 고정비 등등으로 인해서 약 600만 원 정도의 부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채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액수이지만, 아직 고정된 수입이 전혀 없기에 이것 역시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약간의 원금과 이자를 갚고는 있지만, 매달 그 돈을 상환하는 것이 아주 큰 고비입니다. 만약 단기 아르바이트가 잘 구해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부채가 발생하겠지요.
청년부채문제
청년들의 부채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닙니다. 경제 위기와 더불어 닥친 가정의 재정난이 청년들을 학자금 대출로 내몰았고, 악화된 재정난이 쉽게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빚은 역시 사라지지 않습니다. 취업해서 금방 갚으면 되지 않느냐는 분들도 계시지만 예전처럼 어떤 기업에든 취업하면 평생직장으로 여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마저도 채용 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하는 청년들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취업한 청년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가장의 삶을 살게 되는 경우도 많아져서 가정의 부채와 개인의 부채를 모두 떠안게 되곤 합니다.
이처럼 청년의 부채는 어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입니다. 청년들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계약직, 인턴의 삶을 정규직이 되기 위한 경력으로 삼기 위해 삶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라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고용보장이 되지 않으니 안정적으로 보이는 공무원 시험에 사람이 몰립니다. 우리는 이렇게 내몰린 삶에서도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를 게으르거나 근성이 없다고 여기지 말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리고 함께 고민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