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금), 경동교회에서 “교회와 공간: 공간의 공공성과 경건성 사이에서” 포럼을 개최하였습니다. 신학자와 건축가가 예배당을 건축하기 위해 어떤 점들을 고민해야 할 지, 그리고 어떤 관점을 투영하여 지을 것인지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교회, 각종 사건·사고들이 뉴스를 뒤덮고 있는 와중에 또 사건이 터졌습니다. ‘사랑의교회 공공도로 점유 사태’입니다. 꽤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습니다만, 대법원은 지난 10월에 도로점용 허가를 취소하라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오정현 목사와 사랑의교회는 교회를 ‘영적 공공재’라고 주장하면서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호화로운 건축으로 논란을 빚는 교회가 많습니다. “교회를 크게 지으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올 것”이라는 의식이 교회를 지배한 2000년대부터 교회 건축 붐이 일면서 무리하게 예배당을 새로 짓는 교회가 늘어났습니다. 대형교회는 지역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초호화 건축으로 논란을 빚었고, 중·소형교회는 건축 붐에 휩쓸려 무리하게 예배당을 확장하거나 리모델링을 하면서 재정난에 시달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교회 건축’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많아졌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확장’을 위해 ‘건축’에 목을 메다 보니 하나님과 성경은 ‘옵션’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11월 29일(금) 오후 2시, 경동교회 장공채플에서 “교회와 공간: 공간의 공공성과 경건성 사이에서”라는 이름으로 포럼을 준비하였습니다. 건축학자와 기독교윤리학자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지 알아보고 대화하면서 교회라는 공간이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을지 논의하였습니다.
먼저 곽호철 교수(연세대)께서 ‘신학자가 본 교회 건축’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곽 교수는 교회 예배당은 타자를 환대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하면서, 예배당은 ‘절대타자’인 하나님이 머무르는 곳이며, 이웃인 타자가 드나들 수 있도록 ‘환대’와 ‘개방’의 공간으로 늘 열려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도 교회에 접근하는데 무리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죠. 장애인들의 예배당 접근성을 예로 들면서 휠체어가 교회에 접근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예배당에서도 휠체어의 자리는 한정적이며 이동도 어렵다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교회를 건축할 때 주로 여성들이 봉사하게 되는 주방의 위치와 이동 편의성, 자모실과 수유실의 별개 운영, 구성원의 성비에 다른 화장실의 크기 조정, 친환경적 건축 등을 교회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10월 서초동 집회 당시, 사랑의교회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하지 않은 점을 예로 들며 교회의 폐쇄성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순서로 홍기협 대표(자오개마을 대표건축가)께서 ‘건축가가 본 교회 건축’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홍 대표는 건축학에서 설명하는 공간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설명하며 그에 해당하는 공간과 교회 건축물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예를 든 교회 건축물은 부산 구덕교회, 대전 대덕교회, 서울 동숭교회, 그리고 홍 대표께서 직접 설계하신 잠실 정신여고 내 주님의교회 였습니다. 이런 교회들은 주로 교회 교회 앞 공간을 넓게 틔우고, 본당의 제대 벽 등을 강조하여 예배에 참여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순례자’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동시에 지역과 단절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교회 건축물과 공간에서 ‘영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머징 처치』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오늘날 일부 교회 건축물이 대형 마트나 극장과 내·외관의 차이가 없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예배당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도서관’을 꼽았습니다. 도서관을 통해 교회를 지역에 개방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미 농촌 미자립 교회 중에 교회를 작은 도서관으로 만든 사례가 많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두 발제자는 국내 최고의 예배당 건축물로 사랑의교회 강남 예배당을 꼽았습니다. 강남 예배당은 ‘카타콤’의 형태를 가졌는데, 지상 건물이 없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질의 응답 순서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함께 경동교회 본당을 둘러보며 건축학적 설명을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장공 김재준 목사와 여해 강원용 목사를 중심으로 해방 직후 설립된 경동교회는 1981년 건축가 김수근 선생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본당 외관은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손’을, 본당 진입로는 부활을 향한 골고다 언덕길을 형상화했고, 예배당 내부는 초기 교회 카타콤의 엄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지어진 것이라고 홍기협 대표께서 설명하셨습니다.
여러가지로 시름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 특히 사랑의교회가 도로법을 어긴 것이 분명하지만, 원상회복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 시점에 교회의 공공성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막대하게 큰 건물을 지어 지역사회를 위압하는 교회 보다는 환대하는 공간, 열린 공간, 지역 친화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경건성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가진 교회들이 앞으로 많아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