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가 본 영화] 옥자, 돼지는 훌륭하다
레드(기윤실 청년센터WAY 최진호 간사)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2017년 작품으로서 <기생충>을 내기 바로 전 작품이다. 영화는 미국의 거대기업 ‘미란도’의 사업설명회로부터 시작된다. ‘낸시’(미란도 대표)는 칠레의 한 농장에서 기적적으로 슈퍼돼지가 발견(실상은 GMO조작)됐으며, 이 슈퍼돼지 새끼를 전 세계 각지로 보내 자연적으로 키워서 10년 후에 슈퍼돼지 콘테스트를 개최하겠다고 거창하게 말한다.
그녀는 미란도의 핵심 가치를 ‘환경 그리고 생명’이라고 소개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철저하게 오염되고 비윤리적인 공장식 축산환경 속에서 슈퍼돼지는 오로지 인간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 살아가며, 이는 곧 기업의 자본으로 환산된다. 영화 속에서 생명윤리란 돈에 불과하다.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살고 있던 ‘미자’는 슈퍼돼지 ‘옥자’를 받게 되고, 10년 동안 ‘자연 속에 풀어놓으며’ 기르게 된다. 10년 후 ‘옥자’는 ‘미란도’의 슈퍼돼지 콘테스트에 당선되어 미국으로 끌려가게 된다. 영화의 스토리는 ‘미자’가 미국에 있는 ‘미란도’를 찾아가 ‘옥자’를 구출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오직 인간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슈퍼돼지 ‘옥자’의 모습을 통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와 탐욕, 그리고 인간의 육식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실상은 이 구조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즐기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옥자>를 보고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먹거리에 대한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소박하고 지속가능한 식사에 대한 진지한 사상과 철학을 가진 소비자들로 바뀌지 않는 한, 기업들은 계속해서 제품(미란다 직원들은 슈퍼돼지를 ‘제품’이라 부른다)들을 찍어낼 것이고, 이는 결국에 모든 피조물들의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생명이 생명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하나님의 지상명령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식습관과 음식문화, 기업정신과 정부의 대담한 결단들이 필요하다. 이는 모든 피조물들의 안녕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인간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IPCC 5차 평가보고서(2014)에 따르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2℃ 이하로 억제하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배출량 대비 40~70% 수준으로 절감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18~20%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급속한 전환이 없는 이상, 인류의 욕심과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는 심화될 것이며 결국 피조물 모두가 생존이 불가능한 시기에까지 도달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심히 고통 받고 있다. 조작되고, 인위적이며, 오염되고, 생명답게 살지 못한 이들을 먹고 자란 우리가 얼마나 생명답게 살 수 있으며, 어떻게 고통 받고 살게 될지 두려울 뿐이다.
‘미자’와 ‘옥자’는 대화가 통하지 않지만, 몸짓과 눈짓으로 교감을 나눈다. ‘미자’는 밤 가시가 발바닥에 박혀서 빼달라는 ‘옥자’의 수신호를 알아들으며, ‘옥자’는 위기의 순간에 처한 ‘미자’를 구출해낸다.
내가 키우고 있는 반려견도 나의 몸짓과 손짓에 반응하고, 나 역시도 반려견의 상태를 살피고 보듬어준다. 반려견은 혼날 때는 눈물을 글썽이고, 먹고 싶은 것이 앞에 있을 때는 침을 흘리며, 나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해하는 것이 표정에서 드러난다. 나 역시도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순간까지 반려견이 “보호자와 함께해서 행복한 세상이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게 된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있으며, 감정과 고통, 기쁨을 느낀다. 어떠한 생명이 인간의 식탁에 올려지기 위한 제품으로서만 존재하는 세상은 옳지 않다.
마지막으로, 영화에는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싸우는 동물해방전선(ALF;Animal Liberation Front, 실제 영국에서 창설된 동물구호단체를 모티브로 하였다)에 소속된 청년들이 등장한다. 또한 어린 소녀 ‘미자’는 거대기업 ‘미란도’를 향해 무모한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도 동물해방물결, 동물자유연대와 같이 분투하는 이들(청년)이 있다. 만 17살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 국가의 5분의 1이 야생동물과 서식지의 파괴로 인해 생태계가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노하며, 자연환경을 위해 세계를 대상으로 싸우고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소수의 청년들로부터 시작되는 과감하면서도 대담한, 그리고 급박한 결단과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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