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우 회원의 ‘자발적 불편’ 체험기
박제우
기윤실 자발적불편운동 기획위원
아이티엘 엔터프라이즈 상무
오늘 새벽 5시에 집 앞에서 딱 한 명 타고 있는 좌석버스를 탔어요. 저는 뒤쪽 한 자리에 앉았지요. 버스는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승객들을 태웠고, 당연히 출근하는 승객들은 저처럼 빈자리를 찾아서 앉게 되니 어느새 거의 모든 2인용 좌석에 한 명씩 앉는 모습이 되었죠. 신기한 것은 이때까지 거의 모든 승객이 남성이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새로 타는 승객들이 누군가의 옆 빈자리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부터 저에겐 약간 불편한 생각 하나가 떠올라서 저에게 자꾸 말을 거는 거예요. 이제 조금씩 여성 승객들이 승차를 하는데, 뒤쪽에서 이 분들을 보니 제 느낌상 여성 승객들이 빈자리를 확인할 때 두 자리가 다 비어 있든지, 아니면 여성이 한 분 앉은 빈자리를 기대하며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러면서 ‘혼자 앉아 있는 내가 지금 일어나서 남성이 혼자 앉아 있는 자리로 가서 앉으면, 이다음에 타는 여성분은 이 빈자리로 먼저 앉을 것이고, 그러면 그 다음 번에 타는 다른 여성 한 분도 이 자리를 선호할 테고, 그렇게 되면 최소한 2 명은 지금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출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지금 자리를 옮겨 볼까?’ 이런 생각 말이죠.
한데,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결국엔 실행을 하지 못했어요. 여러분은 어떠셨을 것 같아요?
내가 갑자기 혼자 앉은 다른 남성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 옆자리에 앉은 승객분은 어떻게 생각을 하실까?
또 직접 상관은 없지만 내 이동을 보게 될 다른 승객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까?
나의 그런 행동은 너무 과도한 오지랖이 아닐까?
잠재적으로 여성들을 위한다는 나의 이 생각이 과연 기윤실의 자발적 불편 운동에 합당한 행동일까?
내가 아닌 이웃을 위해 나의 불편함을 자발적으로 감당하려는 나의 의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구현하는 것이 최적일까?
결국에는 실행하지 않은 걸 보면 이 모든 생각들이 혹시 그냥 ‘난 역시 괜찮은 녀석이야’ 하는 자기기만적인 위안만을 취하려는 이기심이 발동한 것은 아닐까?
‘자발적 불편‘이라는 기윤실의 핵심 가치를 살아내고픈 연약한 저에게 이런 애매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다가오겠지요? 저는 그러면서 조금씩이나마 더 친근하게 자발적 불편을 살아내겠지요? 그러한 저와 여러분 모두에게 아자아자아자!!!
<참고 사진> 그날의 버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