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합동 교단은 한기총과 관계 재개를 중단하고, 새로운 연합 기관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지난 11월 19일 예장 합동 총회(총회장 소강석)는 1차 실행위원회에서 한기총과의 교류를 재개하기로 했다. 한기총뿐 아니라 한교총, 한교연 등 분열되어 있는 교회 연합 기관들을 하나로 묶어 거대한 연합기구를 만드는데 합동 총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보수 교단들의 최대 연합 기구였던 한기총이 금권 선거 등으로 심각한 도덕적 권위 추락 이후 한기총 해체 운동이 일어났고 이후 주요 교단들이 한기총에서 탈퇴함으로 인해 한기총은 교회 연합 기관으로서 위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이후 한기총에서 탈퇴한 일부 교단들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이 결성되었으나 여기에도 주요 교단들이 참여하지 않음으로 연합 기관으로서의 대표성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주요 교단 교단장들의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연합 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예장 합동 교단이 이 세 연합 기관을 통합한 새로운 교회 연합 기관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한기총은 금권 선거 등 심각한 도덕적 타락과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교단과 단체들을 무분별하게 가입시켜 교회 연합 기관으로 그 권위를 잃어버린 단체다. 이로 인해 예장 합동을 비롯한 주요 교단들이 한기총에서 탈퇴했는데, 이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더 심화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한기총은 전광훈 전임 회장 시절 과도한 정치적 행보로 인해 교회 연합 기관을 정치 단체로 전락시키고 한국 교회를 심각하게 분열시킨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장 합동이 한기총과 교류를 재개하고 교회 연합 기관 통합에 한기총을 포함시키는 것은 한기총의 잘못을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한기총 탈퇴를 결의한 2014년 99차 총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다.

몇 개 기관으로 분열되어 있는 교회 연합 기관을 통합한 새로운 연합 기관을 만드는 일은 이전 교회 연합 운동들이 왜 부패와 분열의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한 철저한 반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동안 교회 연합 운동은 연합된 힘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좀 더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특정인의 교권에 대한 욕망을 채우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그러기 때문에 교회 연합 기관의 장이 되기 위한 금권 선거가 만연되었고, 세를 불리고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이단들을 끌어들여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교회 연합 운동의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오히려 부패와 이단 옹호의 온상인 한기총을 포함시킨 새로운 연합 기관이 이러한 잘못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현재 한국 교회 연합 기관이 분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기총은 이미 그 생명을 다했고, 한교연은 주요 교단들을 다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교총이 그나마 전체 주요 교단을 아우르는 연합 기관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한교총은 교단장들의 느슨한 연합 형태이기 때문에 이를 넘어선 보다 강력한 연합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 동안 한국 교회 연합 기관들이 교권 다툼으로 부패와 분쟁을 겪어온 현실을 생각할 때 현 상황에서는 강력한 연합 기관보다는 느슨한 연합인 현재 한교총 형태가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예장 합동은 99회 총회 결의를 위반하고, 이미 생명력을 다한 한기총을 다시 살리는 한기총과의 교류 재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교회 연합 기관들을 통합한 새로운 교회 연합 기관 결성 시도는 그 동안 한국 교회 연합 기관들의 실패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새로운 지향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천천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20년 11월 26일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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