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가 본_영화] <예스맨(Yes Man)>

“자아감과 경계를 새롭게 하고 싶다면? Say Yes!”

 

시앤 (기윤실 청년운동본부 김현아 국장)

 

12월이라니요. 문득 찾아 온 연말에 보면 좋을 유쾌한 영화를 하나 소개합니다. 특히 행복함과 설렘을 느끼고 싶으신 분,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신 분, 삶에 새로운 경험과 관점이 필요하신 분, 냉소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은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그 영화는 바로 <예스 맨 (Yes Man, 2008)>

믿고 보는 배우, 코믹하면서도 통찰을 품은 특유의 스토리텔러 짐 캐리(칼 역(役))는 이 영화에서도 열연을 펼치며 ‘일상’과 ‘일상을 대하는 우리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먼저 주인공 칼의 상황을 설명할게요.

 

 

대출회사의 상담원으로 일 하고 있는 칼은 아내와 헤어진 후 매사에 부정적이고, 은둔하며, 날카로운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전처 앞에서 망신을 당하기도 하고, 회사에서 승진도 못하고 기계처럼 일하며 상사에게 혼이 나고, 친구들의 전화와 약속을 귀찮아하다 관계도 멀어지게 됩니다.

이렇다 할 의미 없이 살아가던 칼은, 어느 날 ‘닉’이라는 친구에게서 ‘인생역전 자립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마지못해 함께 참석하게 됩니다. 큰 강당에 모여 앉은 수백 명의 사람들은 사이비 교주 같아 보이는 강사의 말들에 “예스(Yes)”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무엇에든 “예스”라고 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철학입니다. 그 강사는 낯선 얼굴인 칼에게 다가가 ‘예스 선언(covernant)’에 서약을 하게 하고, 칼은 다른 참가자들의 환호 속에서 얼떨결에 “예스!” 를 외치며 그 때부터 예스맨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첫 시작으로 노숙자의 요청에 따라 차를 태워주고, 휴대폰도 빌려주고, 현금도 줍니다. 그러다 산 속에서 기름이 떨어지고 휴대폰 배터리도 닳아버린 칼은 주유소까지 걸어가 통에 기름을 채우다가 스쿠터에 기름을 넣고 있는 ‘앨리슨’을 만나게 됩니다. 칼의 사정을 들은 앨리슨이 차가 있는 곳까지 태워주겠다는 말에 칼은 ‘예스’라 대답하고, 이 인연으로 둘은 가까워집니다. 이 경험으로 인해 칼은 ‘예스의 힘’을 믿게 됩니다. 회사에서는 모든 대출 심사에 ‘예스’라고 결재를 올리고, 친구들의 식사 초대, 스팸메일의 권유, 이웃들의 요청에도 ‘예스’를 남발합니다. 우연인지 ‘예스맨 운동’ 때문인지, 칼은 회사에서 고속 승진을 하고, 열심히 배운 한국어로 친구들을 돕고, 기타 연주로 위기에 처한 이웃을 구하기도 하면서 이전과는 아주 다른, 밝고 활동적이며 즉흥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직접 영화에서 확인해보세요. ^^

 

 

제가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칼이 실천하고 있는 ‘예스맨 운동’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예스’는 단순히 긍정적인 마음과 태도 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자기 삶의 기회와 경험들을 수용하고, 그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인지 능력까지 포함합니다.

칼이 아내와 헤어지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처럼, 어떤 사건과 관계들로 인해 심리적으로 평온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을 때 이것을 ‘문제’ 상태라 하고,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고통’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일어난 문제와 고통을 쉬이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통 자신의 고정된 삶의 방식을 유지하려는 관성 때문인데요. 부정적인 사건 감정을 자신과 분리하지 못하고 동일시하는 것, 계속해서 반추하며 깊은 상심에 머무는 것이 그 부작용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일어난 일들 중 나의 고정화된 자아와 일치되는 것들만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있거나, 각각의 사건마다 같은 방식으로 이를 대하고 해석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는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저하되며 자존감이 떨어지고 심하면 불만감과 우울감 등의 심리적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예스맨 운동’은 이런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인과 주변의 요청이나 상황에 의해 반 강제적으로 행동과 삶의 경험들이 바뀌어지기 때문에 일상과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적인 생각과 관점들이 변화하게 되고, 해야 하는 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문제 해결 능력, 주어진 일을 책임지는 능력, 상황을 조정하는 능력이 놀랍게 향상됩니다. 그 동안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나의 환경과 경험을 제어 함으로써 감정까지도 통제되고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예스맨 운동을 시작하면,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을 마주 하면서 감정까지도 되살아나고 설렘, 기쁨, 분노, 슬픔 등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삶을 최대한 통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삶을 열어두는 것이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 경험 면에서 다양성과 성공을 접할 수 있게 됩니다.

 

저도, 몇 년 전에 관계의 상실, 가족과의 갈등, 소명에 대한 회의가 한꺼번에 몰려와서 내면의 깊은 그림자 속에 침잠하여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냈던 날들이 있었어요. 몇 개월을 그렇게 보내던 어느 날, 한 신뢰하는 선배가 이 영화를 추천해주며 제가 고통에서 벗어나 새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이 영화를 보고, 딱 한 달 동안 나만의 ‘예스맨 운동’을 시도했어요. 당시 가족, 친구, 동료들의 요청을 모두 수용했는데, 그래서 헬스장에서 비싼 돈 주고 개인 PT도 받아보고, 유럽일주 계획을 세워 다녀오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언론사 인터뷰에 응하기도 하는 등, 그 전이라면 망설이고 하지 못했을 경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저는 저만의 동굴에서 바깥으로 발을 뗄 수 있었고, 좀 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고, 친구들과도 더 진솔하게 교제할 수 있었으며, 유럽여행 사진들을 보면서 아직까지도 두근두근함을 느끼며 일상을 즐거이 살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여러분의 생각과 행동 패턴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보세요. 주로 만나는 사람들, 주로 가는 장소들, 주로 선택하는 음악, 드라마, 책, 음식의 종류… 또한 관계에 갈등이 생겼을 때, 학교나 직장에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여졌을 때의 자신에 대해서요. 혹시 한 곳에 머물러 있거나, 고정화된 자신과 주변의 일들을 분리하지 못한 채 답답해하고 있거나, 일상을 그저 흘러가게 두고 계시진 않은가요? 문제와 고통에 함몰되는 것도, 그것을 회피하거나 무시하는 것도 해결책이 되지는 못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나와 나의 일상을 멀리에서 조망해 보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혼란 하던 2020년을 돌아보고 정돈 하며, 새로운 일상을 기대하는 분들은 꼭 <예스맨>영화를 보시고, 용기 내서 ‘예스맨 운동’을 시도해보시기를 바랄게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진심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와 관계들에 대해 ‘예스!’라고 수용해보세요. 내가 오늘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것으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것을 통해 자신의 경계와 관성을 새롭게 하고, 뜻하지 않은 경험과 기쁨이 선물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여러분이 어떤 경험을 하든지 응원합니다!

 

 

*참고: 팟캐스트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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