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목), 50여 명의 임원과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을 돌아보고 2021년을 내다보는 기윤실 회원총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습니다.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올해 계획된 사역을 살피며 마음을 모으고, 섬기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당일 정병오 상임공동대표가 발표한 비전메시지, “2021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내다보기”의 전문을 아래에 싣습니다. 회원여러분과 기윤실 운동을 지지하는 분들의 동참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021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내다보기

정병오 상임공동대표

 

2020년 기윤실 활동을 영상으로 돌아보니 지난 한 해의 여러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2020년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라는 대재앙으로 인해 온 세상이 멈춰버린 한 해였습니다. 그 동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느낀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일상을 멈추게 한 코로나19는 그 멈춤을 통해 우리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가 어디인지, 가장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일 하고 있는 이웃이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핵심 기제가 어디인지를 드러냈습니다.

또한 코로나19는 한국 교회의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신천지는 한국 교회를 파괴해 온 핵심 이단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 초기 집단 감염을 일으켰던 성남 ‘은혜의강교회’에서 부터 2차 대유행의 진원지가 되었던 ‘사랑제일교회’, 그리고 3차 대유행의 고비 가운데 주요 요인으로 등장했던 ‘인터콥 선교회’와 ‘IM 선교회’ 그리고 최근 광주 ‘안디옥교회’에 이르기까지 교회는 방역을 위한 전국민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한국 교회는 방역에 적극 협력을 하고 있기에 앞서 언급한 일들은 지금 지탄을 받고 있는 몇몇 교회와 선교회의 일탈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살펴보면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 집단감염으로 인해 지탄을 받고 있는 교회와 선교회의 모습은 결코 일부의 일이 아닙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의학적 상식을 무시하는 반지성적이고 반사회적인 모습, 교회당에 모여 예배드리는 종교적 의례만 중시하고 이로 인해 이웃이 피해와 고통에 처할수도 있는 상황을 헤아리지 않는 모습, 하나님 위에 정치적 이념을 두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정치와 이념 투쟁에 앞장서며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을 악마화하는 모습, 잘못된 종말론 교리에 바탕을 둔 종교적 열심과 음모론에 바탕을 둔 가짜뉴스를 신봉하는 모습, 자녀의 출세에 대한 욕망을 신앙과 교육의 이름으로 맹신하는 모습 등, 비상식적이고 반성경적인 이러한 모습들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인해 일부 교회와 일부 선교회를 통해 드러났을 뿐 이미 한국 교회에 만연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시대성과 시민성을 잃은 교회는 날로 신뢰를 잃고 외면 당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집단 감염을 일으킨 교회에 계란을 던지며 “이제 교회라면 지긋지긋하다”던 한 시민의 외침은 한국 교회가 사회에서 혐오 시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교회의 모습과 사회의 반응으로 인해 젊은 청년들과 청소년들은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2021년을 맞는 한국 교회의 현실이고, 기윤실이 감당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모든 문제를 다 감당할 수는 없겠지만 기윤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한국 교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매진할 것입니다.

 

먼저 2021년 기윤실은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 교회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심도있는 실태 파악과 정직한 성찰, 실천적 대안제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 전문가, 당사자들과 이를 공론화하며 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일들을 찾겠습니다. 특히 현재 교회의 모습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며 아파하고 심지어 교회를 떠나 방황하는 성도들의 목소리와 고민을 담아내도록 힘쓰겠습니다.

둘째, 코로나19가 드러낸 우리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 사회적 경제적 정서적으로 취약한 계층들,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하며 다가가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돕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과, 한국 교회가 이들의 이웃이 되어 섬길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힘쓰겠습니다.

셋째, 코로나19 대재앙의 시기를 지나면서 우리 시대가 보다 분명하게 자각하게 된 ‘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기윤실이 설립 초기부터 붙들고 온 검소, 절제, 나눔 운동에 더하여 10여 년 전부터 실천해 온 ‘자발적불편운동’ 안에 이 의식과 실천을 담아내겠습니다. 그래서 개별 성도 회원들과 교회가 온 생활 속에서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지만 분명한 실천 운동들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넷째,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사회환경적 , 개인적 차원의 문제와 고민들을 기윤실의 중요한 의제로 삼을 뿐 아니라 그들이 이 운동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기윤실은 4년 전부터 청년들이 겪고 있는 부채와 재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고, 지난 해부터는 코로나로 인해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한 1:1상담과 강좌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며 자립을 돕는 일을 확대함과 동시에, 청년들이 교회와 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의지와 소리를 표현하고 운동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장을 열고 청년들을 포용하겠습니다.

다섯째, 기윤실 운동과 한국 교회의 차세대 리더십을 양성하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2021년 기윤실 상임집행위원회에 10명의 30-40대 전문가들을 새롭게 모셨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소명과 전문성을 기윤실 운동의 각 영역을 통해 한국 사회와 교회에 펼칠 수 있도록 함께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기윤실 각 운동본부와 부설기구, 자치기구에 30-40대 전문가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줌을 통해 기윤실은 물론이고 한국 교회를 섬길 수 있는 리더십을 양성하겠습니다.

 

우리는 사도행전 27장에서, 죄수 바울을 로마로 호송하던 배가 유라굴라 광풍을 만나 선장을 비롯한 배의 모든 선원이 구원의 여망이 끊어진 줄 알고 낙망하고 있을 때 사도 바울이 모든 배의 구성원들을 안심 시키며 구원의 길로 인도 했던 상황을 기억합니다. 한국 교회가 코로나19라는 대재앙 앞에서 바울과 같은 역할을 했더라면, 교회는 이 민족을 새롭게 하는 인도자로 신뢰를 얻고, 하나님의 이름은 이 나라 가운데 영광을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 교회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교회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렸습니다.

 

이러한 한국 교회 가운데 기윤실도 존재합니다. 한국 교회가 이렇게 잘못된 모습으로 가는 것을 막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자기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했음을 회개하며 하나님께서 이러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기윤실에게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올해는 더욱 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기윤실의 공동대표와 이사회, 상임집행위원회의 모든 위원들이 앞장서겠습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2월 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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