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 제르(구자창), 피쓰킴(김민영), 시앤(김현아), 백프로(백종원), 스텔라(신하영), 샤인(우미연), 용님(이용호), 진느(조혜진), 몬드(최주리)
진행 : 진느
정리 : 몬드
Q. 먼저 여러분들의 소개를 해주세요. 이름과 하는 일, 나를 나타내는 키워드, 가장 편안한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혜진(이하 진느) : 저는 진느입니다. 언제부턴가 존경하거나 애정하는 대상의 이름에 하느님의 ‘느’나 ‘느님’을 붙여 부르는 것이 유행했는데요. 그래서 진느는 아니고요.(ㅎㅎ) 지금은 전혀 활용 못 하고 있지만,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는데 프랑스어에서 ‘N’은 ‘엔느’라고 발음하거든요. 제 이름 끝자가 ‘진’이라 이름도 ‘-진느’로 발음이 되어서 그 때부터 진느라는 이름을 써왔어요.
저는 이전엔 선교단체에서 캠퍼스 전임간사로 사역을 하고, 5년 전부터 일반 비영리 회사에서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단법인 함께일하는 세상 사회연대은행에서 마이크로크레딧팀의 과장이구요. 제도권 금융 소외자들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수다쟁이’, ‘성격 급한 사람’, ‘불 같은 사람’의 키워드로 저를 설명할 수 있겠네요. 사회생활을 할 때는 꼼꼼히 일도 잘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줄 때도 많지만, 가장 편안한 사람들 앞에서는 ‘너무 열받아!!!’ 혹은 ‘정말 맛있어!!!’라며 단순한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사람이자, 성격이 급하고 산만해서 지켜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캐릭터를 보여주곤 해요.
용호(이하 용님) : 얼마 전에 의도치 않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면서 이름의 한 글자를 따서 용님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저는 익산 기윤실에서 사무처장을 하며 지역 기윤실의 가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는 ‘집돌이’의 모습이에요. 저는 휴가 때도 웬만하면 잘 나가지 않습니다. 집에서 자다가 일어나서 맛있는 것 시켜먹고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때우는 패턴이에요. 반면에 배우자는 외출하는 것을 좋아해서 서로 균형을 맞춰가고 있어요.
종원(이하 백프로) : 저는 백프로입니다. 이름이 유명인과 비슷해서 사람들이 요리 잘하냐고 많이 놀리는데, 다른 걸 잘합니다. 현재 회사에서 전통문화나 지역 관광을 VR로 제작하는 것을 메인으로, IT 외주 작업 어플리케이션이나 영상 만드는 일을 합니다.
저를 나타낸 키워드로는 ‘목적이 있는 사람’을 꼽을 수 있겠네요. 이 단어엔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는데요. 길을 걸을 때는 목적지만 보고 걷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끝까지 파고 드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괜찮은데 주변 지인들에게 ‘자제하라’라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짝꿍한테 많이 듣고 있고요.
가장 편안한 사람들한테는 정도 많지만 화도 많은 캐릭터에요. 그리고 저는 또*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너는 왜 그러고 사냐’,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냐’라는 걱정과 의문이 섞인 말을 종종 듣습니다.(하하)
주리(이하 몬드) :몬드(Monde)는 프랑스어로 ‘세상, 사회’ 라는 뜻인데 진느님처럼 프랑스어를 공부한 적은 없답니다. 이름을 고민하던 때에 마침 아몬드를 먹고 있었는데 문득 몬드라는 이름이 발음도 맘에 들고 찾아본 프랑스어 뜻도 좋더라고요. 대외적으로 설명할 때는 ‘제가 세상에 관심이 많아서 몬드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지어주었습니다.’라고 멋지게 포장하고 있는데요. 사실 아몬드입니다.(하하)
지금은 기윤실에서 청년센터WAY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시민단체 활동가의 길을 염두에 두었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세상과 단절하고 교회 안에만 머무는 맹목적인 신앙이 아니라, 세상에 빛을 비추고 썩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크리스천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어서 열심히 고민하고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저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노력’과 ‘다면성’이에요. 저는 인내와 노력 끝에 성장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정말 큰 행복을 느끼고 자존감이 높아져요. 그래서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제 이상향의 모습을 배우려고 많이 노력하다보니 두가지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저를 알수록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거에요. 가장 편한 사람들 앞에서는 짓궂은 장난치는 걸 좋아해요. 제 자신에 대해 알면 알수록 다양한 모습에 저도 놀라기도 하고 앞으로 성장해갈 제 모습이 궁금하기도 해요.
민영(이하 피쓰킴) : 저는 주중에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저녁이나 주말에는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청년들에게 재무상담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갈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평화주의자이자,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기 때문에 피쓰킴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저를 나타내는 키워드는(많은 아이폰 유저들이 그렇듯이 오타를 많이 내지만 수정을 잘 안해서)‘오타쟁이’, (저는 인정하지 않지만-숨겨진 또*이)‘숨또’, ‘엉뚱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편안한 사람들 앞에서는 호탕하게 웃고 귀여운 모습이 있는 것 같네요.
현아(이하 시앤) : 제 이름의 ‘어질 현賢’이라는 한자를 좋아하는데 중국어 발음이 시앤이에요. ‘현명하고, 선량하고, 자비롭다’는 뜻대로 살고 싶어 닉네임으로 선택했습니다. 하는 일은, 직업으로써는 기윤실 활동가 8년차고요. 저녁에는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이기도 하고, 그 외에는 활동가모임, 취미모임, 팬클럽 활동 등을 하면서 다채롭게 살고 있습니다.
나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에너지’, ‘열정’이에요. 최근에 동료들들에게 ‘열정이 많고 안지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많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실제로 에너지도 많고 힘도 세고 회복탄력성이 좋은 것같아요. 또 편안한 사람들 앞에서는 ‘주접떠는 언니’같은 모습이예요. 주변에 여동생들이 많은 편인데, 때론 친구처럼, 때론 맏언니처럼 재밌게, 듬직하게 지내고 있어요. 요즘은 성장하고 확장하는데 관심이 많고, 건강하고 유쾌한 일상을 보내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요.
미연(이하 샤인) : 초등학생 때 영어학원에서 원어민 선생님이 노랑색 청남방을 입고 간 저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며 Sunshine이라고 부르셨어요. 그 닉네임이 마음에 들어서 이후로 저의 긍정적인 성격과 밝은 이미지와 어울리는 샤인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저는 지금 4년차 변호사이고, 재작년에 ‘법률사무소 우리’를 개업해서 1인 로펌의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사건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내실을 다지고 싶은 마음에 조금 특별한 행보를 걷고 있는데, 자유로운 시간 사용과 내가 원하는 사건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제가 변호한 의뢰인들이 형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서 정말 보람있고 기뻤어요.
저를 세가지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사람’, ‘사랑’, ‘통일’이에요. 어릴 때부터 ‘한 사람이 천하보다 귀하다’,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씀을 자주 접해서 그런지 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무엇보다 관계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 편이에요. 핸드폰에는 2,500명 이상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어서, 청년운동본부 송년파티에서 선물을 받기도 했답니다.(하하) 그리고 조금 거창하기는 하지만 한반도의 조국 통일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이 땅에, 이 세대로 태어난 내가 과연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관한 시대적 사명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기회가 닿는대로 통일과 관련된 공부나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어요.
저는 엄청 밝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캐릭터에요.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알 수 없다고 생각해서, 좋은 마음들을 열심히 표현하려고 하다보니 칭찬쟁이, 오바쟁이라는 별명도 있었어요. ‘사랑이 많다’, ‘열정적이다’, ‘밝다’는 말을 자주 듣고, MBTI 검사 결과는 계속 ENFP 스파크형이었는데, 공부와 일을 오래하다보니 점차 ENFJ로 훈련되어가는 것 같아요.
자창(이하 제르): 우선 제 활동명은 제르입니다. <슬레이어즈>란 만화에 나오는 제르가디스라는 캐릭터의 줄임말인데 저주를 받아 보라색의 바위 피부와 철사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마검사입니다. 잘 웃지 않고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마음은 따뜻하고 다정한 남자입니다. 어릴 적 제르가디스를 보면서 동경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마검사는 아니고 신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회부에서 2년 넘게 근무하면서 주로 법원의 판결 기사를 써왔습니다. 기자들은 저마다 고유한 이메일을 갖고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바이라인’이라고 부르는데, 제 바이라인은 ‘critic’입니다.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겠다는 자세를 담으려 했는데 아직까지는 헤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사색’과 ‘시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나 소설을 읽으면서 사색에 잠기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그늘진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게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습니다. 사람이나 풍경을 바라보는 일도 즐깁니다. 대학생 때 필름카메라에 입문한 뒤로 지금까지도 사진을 계속 찍고 있습니다.
MBTI는 예언자형이라고 불리는 INFJ입니다. 평소에는 가만히 있는 편이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거나, 문제가 실타래처럼 꼬여 풀리지 않을 때는 나도 모르게 나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말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어이 없는 농담을 던진다면, 그땐 아주 편안한 상태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영(이하 스텔라) : 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스텔라에요. 저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먹방요괴’, ‘신박한신박’, ‘연구하는 스텔라’정도가 되겠네요. 저의 최측근들은 재기발랄 오지라퍼로 알고 있을 듯해요.
Q. 다음 질문은 하자면 하루종일도 이야기할 수 있을 만한 주제에요. 신앙적 배경과 여정, 그리고 기윤실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진느 : 저는 기독교 집안 출신이 아니고 아직도 집안에서 혼자 신앙 생활을 하고 있어요. 고등학생 때 친구의 전도로 교회를 갔다가 20살에 재수를 하며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구요. 22살부터 캠퍼스 선교단체 활동을 하고 졸업 이후 캠퍼스 간사로 사역을 하며 저의 신앙의 방향을 설정하고 주체적인 신앙관을 정리했습니다.
기윤실은 제가 활동했던 선교단체와 결이 비슷한 곳이어서, 자연스럽게 알고 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선교단체를 사임 이후에도, 기윤실 활동가인 시앤님이 저에게 사상과 철학, 여정을 공유하는 중요한 동료라, 자연스레 함께 하게 되었어요. 일반 비영리 활동가로 살다보면 이름만 활동가이고 그냥 관료주의적 회사원이 되기가 쉬운 것 같은데, 기윤실 활동을 통해 좋은 분들 만나 많이 배울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내가 청년과 사회에 대해서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뭔지 고민하는 기회도 주어져서 감사해요. 현재는 코로나 19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상황도 더해져서 교회 출석을 안 한지는 1년이 넘어갑니다. 선교단체 간사로 사역할 때처럼 매일매일 영성 생활을 하고 성경 연구를 하지는 못 하지만, 일상과 존재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이라고 고백하고 있고,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갖고 있어요.
용님 : 간단하게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교회를 다녔고요. 고등학생 때 ’새벽이슬‘이라고 하는, 익산에서 자생한 학생선교단체에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군대 가기 직전에 참석했던 수련회에서 소명을 받고 군대에서 2년간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제대 후 신학교를 갔습니다. 원래 계획은 신학교 졸업 후 ’새벽이슬‘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익산 기윤실 사무국 전임자의 요청으로 기윤실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청소년 관련 단체 위탁일도 했었는데, 기독교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다시 기윤실로 돌아왔습니다. 익산에서는 기윤실의 인지도가 비교적 적은 편이라 고민들을 풀어가는 중에 있습니다. 청년운동에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있었어서 청년운동본부가 만들어질 때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작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주변에 반대도 있었지만, 성경을 가르치는 사역이 저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Th.M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가르치고 말한 대로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사역이기 때문에 열심히 감당하고 있습니다. 다른 단체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익산 기윤실에도 후원금이나 관심이 계속 줄어드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애쓰고 있는 익산 기윤실을 위해 많이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일을 잘 감당하도록 하겠습니다.
진느 : 청년운동본부의 홀리함을 담당해주시겠네요. 새벽마다 청년운동본부 중보를 많이 부탁합니다.
용님 : 허허(부담)
백프로 : 4대째 기독교인인 신앙 배경이 있지만 부모님이 신앙의 의미를 많이 두지는 않으세요. 그래서 저도 교회에 크게 미련이 없다가 19살에 친구가 다시 교회로 나오라고 불러주어서 갔는데, 거기에 예쁜 사람이 있어서 계속 다니게 됐고요 그게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짝꿍입니다.
일동 : 우와~(박수)
백프로 : 20살이 되고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다 군대에 다녀오고 난 후 섬기던 목사님이 돌아가셨는데, 그 때 목사님의 신앙이 저의 신앙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목회자가 아닌 성도로서 사는 신앙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을 했어요. 목사님은 굉장히 좋으신 분이었고 본인 시대의 사명을 다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어요. 교회 안에만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하다가 무작정 청주 기윤실로 찾아갔는데 큰 환대를 해주시고 제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얼떨결에 협동 간사를 하게 됐습니다.
저는 청주 YMCA 인터넷방송국교사도 했는데, 당시 협동조합, 교육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청소년들과 함께 ‘좋은교육 협동조합’을 하게 되었고, 현재는 IT 협동조합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선교적 교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저는 협동조합의 특성이 선교적 교회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제도권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는 않고, 가정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헌데 코로나 19 시대를 살며 가나안 성도라는 용어 자체가 무의미해지면서, 선교적 교회나 가정 혹은 개인의 예배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는 제도권 교회 자체에 대해서는 ‘희망이 없다’와 ‘희망을 품어야 한다’라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제르 : 고등학생 때는 꽤 순수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고3 때는 일요일 오전까지 ‘강제 자율 학습’을 위해 학교에 나와야 했는데, 이를 거부하고 교회에 다녀오겠다는 ‘신앙 투쟁’을 한 전력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멋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그런 결기를 보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네요.
대학생 때는 헛바람이 들어서 “구원 받기 위한 신앙은 탐욕 아닌가”와 같은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많습니다. 이후로 겸허해지는 일들을 많이 겪어서 지금은 범사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C. S. 루이스의 책을 탐독하면서 복잡한 머리 속을 정리해나갔던 것 같고, 학생선교단체 SFC 활동을 하면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존재도 처음 알게 됐어요. 여기서 알게 된 인맥이 현재까지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몬드 : 저는 어릴 때부터 당연하고 성실하게 교회를 다니던, 흔히 볼 수 있는 모태신앙이었어요. 성실하고 순응적인 신앙이었지만, 뜨거운 열정이나 하나님을 깊게 만나는 경험이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러다 대학생 때 학생선교단체 활동을 하면서 하나님과의 깊은 인격적인 교제와 신앙의 성숙을 경험했어요. 대학생때까지 보수적인 환경에서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제 닉네임에서 드러나듯 항상 세상에 관심이 많았어요. 세상이 위험하다고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세상으로 보내신 하나님을 믿고 복음으로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실제로 가능할지가 궁금했어요. 그러다 기윤실에 입사하게 되었고, 기윤실이 완벽한 방안은 아니더라도 이 곳이라면 희망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선교단체에서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다지는 시간이었고, 기윤실에서는 하나님이 보내신 세상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가끔 청년센터WAY나 청년운동본부에서 하는 사역들이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거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더 많은 활동들을 하지 못할 때, 낙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아직도 청년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기준으로 쉽게 판단해버리는 일부 어른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기독교와 기윤실, 기윤실 청년운동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말씀대로 따라 살기 위해 겸손하게 애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시앤 : 저도 고등학생 때 친구 소개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대학교 때 학생선교단체 활동을 하면서 하나님과 나, 신앙에 대한 직면과 결단의 여정을 거쳐왔어요. 특히 2006년, 리더 훈련 과정 중에 자아감과 삶의 의미, 공동체와 하나님에 대한 여러 질문과 해답을 얻는 과정이 제 신앙여정의 중요한 첫번째 포인트였죠.
두번째 포인트는 2013년인데요, 대학 졸업 후 학생선교단체 간사로 3년간 사역을 마치고, 다시 전공을 살려 무역회사에 다닌지 2개월쯤 지났을 때였어요. 여름 휴가로 성서한국대회에 참가했는데, 당시 주강사셨던 김회권 교수님의 메시지와 강력한 도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여러분이 바로 하나님나라 최전선의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말이 었어요. 그 순간 저는 더 이상 적성과 흥미에 맞지 않는 이 무역회사에 더는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기윤실 활동가 채용 공고를 보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데 벽돌 한 장이라도 쌓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었죠.
20대 때 선교단체와 삶 속에서 개인적인 신앙의 고민과 씨름을 했었다면, 30대에 기윤실에서 활동하면서 그 신앙의 깊이와 넓이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 신앙과 공적인 신앙 실천은 별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기윤실에서 보게 되는 한국 사회와 교회의 담론들이 실제 제 일상과 닿아있어요. 일자리나 주거 관련한 청년문제, 목회자에 대한 이상과 건강한 교회에 대한 갈증, 여성으로서의 삶이 그렇죠. 제가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불편함을 거시적 측면에서 재해석하면, 불의하고 불평등한 이 세계와 그 안의 다른 약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내 자신과 이 세상, 교회에 대한 질문들을 기윤실 활동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씨름하며 해소하고 있는 것 같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해요. 제 신앙의 원동력은 하나님의 통치나 하나님과의 화해가 삶의 영역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대학원 공부를 마무리하면, 이후에 교회론이나 신학에 대한 공부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샤인 : 저도 모태신앙으로 자랐고, 할아버지께서 목사님으로 계신 개척교회에서 유년시절을 자주 보냈어요. 아주 어릴 적, 주먹만큼 퉁퉁 부었던 양쪽 엄지발가락을 붙잡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할아버지의 기도에 아멘하고 잠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발가락이 멀쩡해져 있던 기억이 생생해요. 또, 예배 중에 귀신 들렸던 사람에게서 귀신이 나가 간증하던 장면과 나중에 다시 귀신들린 모습도 보았구요. 어릴 때부터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자연스럽게 믿음이 생긴 것 같고, 교회와 말씀, 찬양, 기도는 자연스레 생활이 되었어요. 언제부턴가 매일 매순간 하나님을 자주 의식하고 생각하고 대화하는 게 습관이고 버릇이 된 것 같아요.
나중에 좀 더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제게 하나님은 저를 살리시고 지금도 살게하시는 분이에요. 평생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 사법고시 공부를 하고 로스쿨을 지나 변호사가 되기까지, 여리고 비참하고 약한 제가 의지하고 붙들었던 주님과의 추억은 참 깊어요. 꽤 오랜기간 삶을 포기하고 싶었고, 다음 날 눈뜨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잠든 날들이 많았거든요. 주님이 저의 울 데였고, 등 비빌 곳이었죠. 그래서 지금도 매일매일 감사하다고 고백하면서 살아요.
스텔라 : 저는 모태신앙이고, PK입니다. 제 신앙여정은 ‘멀리서 보면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곳곳에 격렬한 여울목이 있었던 날들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한번도 교회를 떠난 적은 없지만, 줄기차게 의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했던 날들이었어요. 기윤실은 어린시절 부친께서 건강교회운동을 통해서 목회세습 반대운동을 ‘빡세게’ 하셨는데, 그때 어깨너머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고, 서울시에서 여성정책을 연구하던 시절에 기윤실 청년세미나에 초대되어 “기독교인과 비혼”에 대해서 발제를 하면서 주체적으로 인연을 맺게되었습니다.
피쓰킴 : 저는 신앙이 깊으신 어머니 아래에서 꾸준히 교회 생활을 하며 지냈습니다. 고등부 때 고등부 회장을 하고 있었는데 전국 중고등부 연합 수련회에 교회 중고등부가 함께 참석하게 되었어요. 그 때 전도사님이 회장이라면 방언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며 열심히 기도하라고 하셔서 밤새 기도했는데 결국 방언을 받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하나님을 사모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깨달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이전의 저의 삶을 돌아보면, 사실 교회 생활을 했지 신앙생활을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학생선교단체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1학년 때 처음으로 참여한 수련회에서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고 나의 인생 가운데 함께 하셨다는 것을 깊이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의 진짜 신앙 여정이 시작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그 이후 진짜 하나님이 저에게 말씀하시고 제 삶을 인도해 주시는 신기한 경험들도 몇 번 했었고요.
저는 신앙이란 삶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믿음이 있다고 해도 삶으로 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부족하지만 감사하게도 청년 재무상담을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도 하나님이 저를 사람들을 세우는 자리로 부르셨고 또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기윤실은 현아 국장님 제안으로 함께 하게 되었는데 ‘청년’이란 단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깊은 고민없이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사람으로 저를 부르셨다는 사실은 늘 제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부르심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청년인 제가 또다른 청년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어요.
Q. 올해 청년운동본부에서는 청년과 교회에 대해 좀 더 깊고 실질적인 운동을 준비하고 있는데, 청년운동본부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진느 : 저는 청년운동본부의 참여도와 온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모두가 편하게 참여하는 모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찾아오는 사람들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참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언제까지 해야하는지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와서, 하고 싶은 만큼 즐겁고 재미있게 운동을 해나가면서 필요한 것을 얻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본인이 처한 사회 현실이나 공동체 속에서 본인의 포지션이나 본인이 해야 하는 바에 대해서 외부에 정답이라고 설정해놓은 것을 눈치보며 따라가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청년운동본부에서만은 조금 더 편안하게 주체성과 참여도를 가지고 활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쓰킴 : 저는 청년운동본부 안에 있는 청년위원들이 먼저 서로가 편안한 관계가 되고 바람직한 공동체의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 19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고 새로운 위원분들과 얘기나눌 기회가 아직 없어서 저도 약간의 긴장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우리 안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편안하고 솔직하게 오고 가며 긴장하지 않는 모임이 되면 우리를 찾아오고 만나게 될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이요. 나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고, 다른 청년들이 와서 마음 편하게 이야기 하는 공간들이 청년운동본부 안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등산이나 만들기 등 좋아하는 취미활동들을 같이 하는 공간도 있으면 좋을 것 같고요.
몬드 : 예전에는 교회나 선교단체에 열심히 매진하는 것이 좋은 신앙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기윤실에 있으면서 단순히 활동의 양이나 출석, 직분과 같은 것만으로 신앙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요. 많은 크리스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교회를 찾고 있는 청년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진정한 의미를 회복한 교회 공동체에 대한 갈증으로 교회를 떠나고 진정한 교회 공동체를 찾고 있는 청년들조차, 단순히 가나안 성도나 불성실한, 혹은 신앙이 약한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평가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청년들을 청년운동본부와 함께 돕고 싶어요. 저는 기독교 신앙의 근본적인 요소 중 하나가 공동체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그 청년들이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다양한 신앙의 배경과 상태를 가진 청년들이 함께 모일 수 있고 청년운동본부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교제하다가 좋은 공동체를 찾아가는 ‘쉴 만한 물가’가 되면 좋겠어요.
제르 : 쇠락하는 한국교회에 올라타있는 청년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유례 없는 절망을 느끼고, 양과 질 모두에서 퇴보하는 한국교회에 날마다 실망하고 있을 청년들과 함께 여전히 희망은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보고 싶습니다.
스텔라 : 저는 교육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어요. 저는 교육과 학습을 통해서 인간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현상을 탐구합니다. 지금 청년들은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할 것을 요구받아요. 때로는 자기 착취적으로 자기계발을 하기도 하고, 외부의 역량강화와 커리어 관리의 압박을 받기도 하죠. 그 속에서 표류하고, 자신의 존재의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신앙고백을 하자면, 인간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복음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세대의 청년들이 성장하고, 자신과 서로를 존중하는 길을 찾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또 작게나마 저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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