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주세요, 적십자 헌혈 200회 달성을!

 

박제우

(아이티엘 엔터프라이즈 상무

자발적불편운동 기획위원)

 

여러분은 헌혈에 대해 어떤 생각과 경험을 갖고 계시는가요? 그리고, 그 생각과 자신의 실제 헌혈 횟수나 헌혈의 경험은 어느 정도의 일관성을 보여 주나요? 혹시 우리나라가 얼마나 피를 많이 수입하는 지 살펴 보신 적은 있으신지요? e-나라지표에 올라온 적집사자 혈액사업통계연보의 정보를 보니 안타깝게도 지난 6년 동안 국민들의 헌혈율과 헌혈인구는 개인헌혈이나 단체헌혈 모두 그 숫자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 같군요. 제 예상과는 반대의 경향이라 당혹스러운데, 코로나19로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중 시행된 작년 2020년은 아마 이전보다 더 낮은 수치를 보일 것 같고, 이후에는 헌혈 가능 인구 자체가 점진적으로 줄어든다고 하니 앞으로 헌혈인구는 여간한 노력이 아니고서는 증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6년 간의 헌혈 인구 추이 그래프>

저는 작년 11월 19일에 전혈 헌혈을 함으로써 드디어 적십자 200회 헌혈을 달성했어요. 항상 새롭게 생기는 피를 사회에 나누는 것은 제 자신이 대단한 희생을 치르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특히 크리스천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피 흘림으로 내가 다시 살게 되었다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어 온 터라 저의 피를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것이 곧 복음 전도이자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청년 시절에 헌혈 버스를 찾게 되었던 것이 시작이었더 것 같아요. 헌혈 200회를 정식으로 등록하려고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제가 그동안 전혈 43회, 혈장 99회, 혈소판 24회, 혈소판혈장 34회 이렇게 헌혈을 했네요. 구체적인 지난 헌혈 기록은 최근 10년 이내의 기록만 확인할 수 있어서 200회 중 127회의 헌혈만 일자, 종류, 혈액원, 헌혈장소,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구요. 놀라운 것은 본인인증을 하기만 하면 무려 10년 전에 헌혈했던 혈액의 검사 결과를 모두 다시 볼 수 있군요.

제가 최근에 만 50 살을 넘겼고, 대학생이 되면서 헌혈을 시작했던 것 같으니 대략 30년 동안 1년에 7회 정도를 꾸준히 헌혈해 온 것 같아요. 초반에는 정기적으로 하기 보다는 헌혈을 하고자 하는 감동이 일 때만 불규칙적으로 헌혈을 해 오다가 대략 10여 년이 지나고 50회 헌혈을 했을 때 적십자사로부터 무슨 기념패를 받았을 때부터 앞으로 꾸준히 여건이 허락될 때마다 헌혈을 하자고 스스로 작정하고 정기적으로 헌혈하려 했던 기억이 납니다.

<200번째 헌혈하는 모습>

기윤실의 자발적불편운동본부 기획위원으로 몇 년 째 섬기면서 저는 제가 꾸준히 해 온 헌혈이 제 수준에서 제가 지치지 않고, 힘들어 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자랑하거나 목매달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자발적불편운동의 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요. 감사하게도 헌혈을 지속할 수 있는 건강과 지역 여건과 직장과 가정 환경도 허락되어 왔고, 헌혈 기념품으로 받은 극장표나 햄버거 쿠폰 같은 걸 교회 중등부 친구들이나 이웃들에게 전해 주면서 헌혈을 통한 자발적불편을 소개할 수도 있었지요.

사실 저는 팔의 혈관이 너무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주사 놓기가 좀 힘든 사람에 속하고, 혈소판 수치도 매우 낮아서 하고 싶을 땐 언제나 혈소판 헌혈을 할 수 있는 몸은 아녜요.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헌혈을 지속하기를 원하는 마음을 주시고 또 이렇게 사람들에게도 크게 눈치보지 않고 헌혈을 권하는 마음과 방법을 주시는 걸 보면, 자신이 마냥 자신있고 좋아하는 것을 풍성하게 베푸는 것도 좋지만 자신에게는 불편한 부분이 많이 있음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서 불편을 기꺼이 감당하면서 어떤 선한 일을 시도하는 것이 신앙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200회 헌혈자 등록을 하고 나서 뿌듯한 마음으로 홈페이지를 둘러 보다가 과연 헌혈을 많이 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나 궁금해서 오늘자(2021년2월19일)로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200회 이상 헌혈자가 몇 명인가 봤더니 1360명이나 되는군요. 홈페이지 회원이 되어서 스스로 등록을 한 분들 만 검색이 된 것이니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 같구요. 등록된 분 중에서 가장 헌혈을 많이 하신 분은 오늘 기준으로 801회를 하셨네요. 도대체 이 분은 몇 살 때부터 며칠 간격으로 언제까지 헌혈을 해 오신 걸까요? 최소 헌혈 주기가 14일 일테니 매 14일마다 한 번도 안 빠지고 계속 헌혈을 하셨더라도 30년 8개월 이상을 해 오셨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이렇게 정기적으로 수 년 아니 수십 년에 걸쳐 자신의 피를 뽑아서 이웃을 돕는 분들은 기윤실의 정신인 ’자발적 불편‘을 훌륭히 실천하고 계신 분들이겠지요? 내가 가진 것을 내가 쟁취한 것으로 여기기 보다는 이웃의 부족과 어려움을 채우기 위해 잠시 나에게 맡겨진 것으로 이해하고, 나의 작은 수고를 통해 사회의 약자들에게 생명과 건강과 희망을 선물하는 것이 바로 자발적 불편 운동의 핵심이라면 헌혈은 이 자발적 불편 운동에 정말 딱 맞는 행동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은 어떤 자발적 불편의 습관을 갖고 계신가요? 혹시 저처럼 여러 가지 여건이 잘 맞아서 헌혈하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2021년을 맞아서 한 번 헌혈의 습관을 시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래서 우리 점차 적어지는 헌혈인구의 추이를 우상향으로 바꿔보고 이런 걸로 세계 1등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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