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는 4월 초에 다시 1:1심리상담 참가자를 모집할 예정이에요! 그에 앞서 작년 한해동안 위드를 만나 심리상담을 받았던 몇몇 청년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답니다. 코로나 19로 청년들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잘 이겨내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 우리 청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세요! 곧 다시 시작될 1:1심리상담에도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위드가 만나고 함께 걸어갈 청년들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게요.😁

내 마음의 눈치백단이 될거야!

글_홍OO

  어렸을 적 엄마가 자주 했던 말이 있다.
 “눈칫밥 먹어 봤냐? 그래야 정신 차리지..”, “눈치백단이면 사회 생활하는데 편하다”, “얘는 눈치코치가 없어 걱정이다.”

 처음엔 눈치를 보지 않은 내가 이것 밖에 안되나 싶은 좌절감뿐이었다. 결국 서점에서 ‘초년생들을 위한 눈치로 밥벌어먹기’같은 제목의 책을 집어 들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내가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실력이 되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해서 엄마의 눈에 들고 싶었을 것이고 그렇게 눈치만 보고 살다보면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라는 말을 듣곤 했다. 무슨 치킨 반반도 아니고 내가 왜 가만히 있으면서 반씩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별로 애쓰고 싶지 않아진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사람은 참 불쌍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회는 마치 누가 가장 불쌍하게 사나 대결하는 장터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눈치만 보던 내가 이런 상황에 반기를 들게 된 계기는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에서의 상담이었다. 처음에는 어떤 특별한 기대보다는 속풀이 또는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해주면 그 날 하루는 기분이 풀릴 거라는 기대로 가볍게 시작했다. 하지만 가볍기는커녕 상담이 끝나면 우울해지고 심지어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잠도 못자곤 했다. 마치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아닌가 싶었다. 하루 종일 찜찜한 기분으로 보내다가 하루를 마무리할 때가 있어서 다음 상담에 걱정부터 앞섰다. 상담사 선생님은 그냥 질문 하나만 던졌을 뿐인데 질문에 답하느라 옛날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할 때면 그리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대화 속에서 생각나는 감정은 여러 가지였다. 걱정, 미움, 죄책감, 공허함, 좌절감, 기타 등등 모두 부정적인 감정들뿐이었다.

그 원인은 매일같이 싸우는 불안한 부모 밑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두려움과 불안함이 섞여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느 날 하늘을 보며 다짐을 한 후로 나는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내가 더 착하게 살고 내가 부모님의 눈치를 잘 본다면 부모님은 안 싸울 거고 하늘에서 우리 가족을 위해 축복을 내려 줄 거야. 그러니까 나는 더 잘해야해.”라는 아주 몹쓸 다짐이었다. 하늘도 내가 무언가를 해야 내 다짐을 들어 주는 줄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언가를 찾아서 참 열심히, 그리고 힘차게 땀 흘리며 그렇게 살아 냈다. 나 자신이 아닌 부모님을 위해서 말이다. 그 다짐은 이상한 습관을 키웠고 심지어 부모님이 싸울 때면 내 존재가 마치 휴지조각이 된 것 같았다. 그야 말로 그들 사이에서 나는 점점 바보가 되었다.

하늘은 내가 불쌍했는지 우리 가족에게 가족사업장을 주셨다. 하지만 가족사업장이 있다는 이유로 부모님은 더 싸우고 더 서로를 미워했다. 나는 점점 그들 사이에서 불안해하고 슬퍼하며 계속 지치기만 했다. 결국 타락한 천사가 되었다. 타락한 천사는 두 늙은 부부사이에서 악마가 되었고 심지어 ‘왜 굳이 네가 타락 할 필요가 있냐?’라는 그들의 말에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뭘 그리 원했을까? 뭘 그리 눈치를 보며 살았을까?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에 내가 왜 나서서 가족의 평화를 꿈꿨을까? 결국 그로인해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어서? 내가 이 집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어쩌면 잃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평화가 깨지는 게 누구보다 싫었다. 깨져버린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미래가 없을 것 같다는 이미지가 한때 나에게는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더욱 피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나를 인정하고 바라봐주는 부모님의 애정 어린 관심을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점점 내 마음의 소리보다 주위 사람의 소음에 귀 기울였고 나는 점점 두려움에 떨었다.

나는 가족의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아 부모님을 미워하면서도 지금까지 버티면서 힘겹게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말이다. 한편으로는 왜 이런 가족을 내게 주었냐고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결국 나의 선택이었고 나의 욕심이, 나의 결핍이 함께 작동했던 것도 알게 되었다.

 

 상담은 마그마가 들끓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상담 내내 가슴이 뜨거웠고 감정들을 분출해야 내가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 샘솟았다. 결국 한바탕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일이 생겼다. 다들 놀란 기색이었고 그들도 나도 지금까지 여태껏 느끼지 못한 감정을 정리하며 서로를 이해해가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내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것은, 그렇게 하면 자신이 뭔가를 잃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지 않을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온전히 내려놔야 한다는 생각으로 선뜻 용기를 내기보다 둘 다 취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나를 돌보지 않고 방치해둔 채, 막연한 두려움에 얽매여 살았는지 모르겠다.

두려워하며 떨고 있다면 단순히 두려움을 회피하려 하기보다, 내 마음의 소리에 정직하게 귀 기울이고 눈치코치보다 맘치코치를 통해 원하는 것을 밖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뜨거운 마그마가 들끓다가 폭발해버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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