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불편, 물건과의 이별연습
유미호
(자발적불편운동 기획위원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봄을 맞았건만, 들쭉날쭉한 날씨 탓에 봄 햇살과 봄 꽃이 주는 위로를 맘껏 즐겨보지도 못했다. 그나마 잠시 둘러보는 마을 길(정원)도 걷다보면 아무렇게나 버려지거나 쌓아놓은 재활용쓰레기들 탓에 맘이 불편해진다.
쓰레기는 일상생활에서 열심히 실천해도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용기’를 내거나 포장재 없는 가게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비닐봉지를 안 쓰려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녀도 장바구니 안에 비닐과 플라스틱이 가득해지거나, 택배, 배달, 테이크아웃이 늘어나다보니, 재활용쓰레기를 내놓는 날이면 종이박스나 비닐, 플라스틱 포장재가 어마어마하게 쌓인다. 거기다 코로나 때문에 큰 행사들이 치워지고 있지 않지만, 다시 이어지기라도 하면 그 배출량은 상상 이상으로 많아질 것이 뻔하다.
플라스틱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인 거다. 이런 사회에서 쓰레기 없는 삶에 도전하다니 무모한 건 아닐까? 무언가 해야 하니, 한 번 쓰고 버리게 되는 쓰레기를 최대한 거절하며, 혼자 혹은 가까운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역부족이란 생각에 절망하게 된다. 더구나 집안을 둘러보면 ‘쓰레기 없는 삶’을 꿈꾸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직 내놓아지지 않은, 수년 간 건들지 않은 잠재된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그들 물건을 쳐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소비를 즐기기는커녕 새것을 사는 것을 불편해하는데도 집안 구석구석 물건은 왜 자꾸 쌓여만 갈까? 구석구석의 잡동사니와 옷장의 옷과 냉장고의 식재료들, 특별히 먼지만 쌓여가는 책과 종이 뭉치들을 보고 있으면 신경이 곤두서곤 해서, 무관심한 척 해온지 오래다.
때때로 몸 비우기와 일상에서 생각과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면서, 수도 없이 살림을 정리할 마음을 먹었지만, 늘 실패했고 여전히 물건은 그 자리에 있다. 삶을 위한 살림살이들인데, 오히려 삶을 복잡하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몇 해 전부터 방송이나 SNS 상에서 물건 버리기를 인증하는 모습이 나오면 덩달아 ‘비우고 단순해지는 계획을 세워보곤 했는데, 분주한 일상이 늘 문제였다. 빡빡한 스케줄, 끝도 없는 연락처들, 다 열어보지도 못한 이메일들을 봐도, 나의 일상을 돌보는 시간을 낸다는 게 조금 무리지 싶다. 몇 해째 책상과 책장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언젠간 정리될 것이다.
그 기간을 좀 단축시켜보려고, 얼마 전 할 수 있는 대로 물건을 최소화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온라인 ’살림마켓‘을 오픈했다. 혼자가 아니고 살림식구들과 함께이기에, 어쩌면 올해 안에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어도 욕심과 무관심으로 채워진 살림살이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서다.
물론 단순히 물건을 줄여 신경 쓰는 것을 적게 하려고만 하는 건 아니다. 지구상에 사는 이들 모두가 하나님이 지구를 통해 주시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만들어 쓰고 버리는데 그 고리를 끊기 위함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3.5배나 많이 욕심을 내고 있는데, 그 욕심을 비워낼 수 있도록 ’줄여쓰고, Reduce‘, ’다시쓰고, Reuse‘, ’재활용하는, Recycle‘ 것을 뛰어 넘어, ’거절하고, Refuse‘, ’고쳐쓰고, Repair‘, ’퇴비화, Rot’해야만 순환하는 사회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3.5배나 많이 욕심을 내고 있는데, 그 욕심을 비워낼 수 있도록 ’줄여쓰고, Reduce‘, ’다시쓰고, Reuse‘, ’재활용하는, Recycle‘ 것을 뛰어 넘어, ’거절하고, Refuse‘, ’고쳐쓰고, Repair‘, ’퇴비화, Rot’해야만 순환하는 사회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윤리적 삶을 살기 위해 애쓰는 우리가 먼저 최소한의 것을 간직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 소중한 지구와 그 안의 생명들에 집중하게 되길 바란다. 올 한해 우리가 먼저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서로 격려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되, 때로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가보자. 그러면 우리의 탐욕으로 인해 생산된 물건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추출하고, 물건을 생산, 유통, 소비, 폐기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양산했는지 같이 보게 될 것이다. 물론 모두의 기본적 필요를 채우는 물건을 볼 수 있는 안목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먼저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물건을 선택해 쓴다면, 물건을 함부로 대하거나 쉽게 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물건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물건이 생산되어 유통되고 소비되다가 폐기되는 전 과정에 관심을 두게 되고, 그 모든 자리에서 쓰레기제로에 도전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그러한 즐겁게 불편한 삶을 선택하는 개인의 실천이 모인다면, 정부와 기업 역시 불편하지만 기꺼이 쓰레기를 줄이는 사회시스템을 전환시키는 일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사람은 그것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물건의 수만큼 부자라”고 했다(헨리 데이빗 소로우). 여전히 힘들어 보이는 도전과제이지만, 최소한의 물건으로 오히려 모두를 풍성하게 하는 삶, 쓰레기제로의 삶과 사회를 향한 길에 마음을 모은다. 그 길에서 함께 만나,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기까지 함께 물건과 이별하는 연습을 하며 참 부자로서의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