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절망의 벽을 넘어보자”
여름(참자기를 찾는 독서모임 참가자)
안녕하세요. 저는 2021년 7월 24일부터 8월 28일 토요일 아침, 6주간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에서 <참자기를 찾는 독서모임>에 참여한 ‘여름’입니다.
<참자기를 찾는 독서모임>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줌으로 진행되었지만, 매주 엄선된 책을 읽고 스스로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저에게는 참 다정하고 따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기윤실 청년센터WAY 인스타그램을 스윽 내리다가 <참자기를 찾는 독서모임>이라는 웹자보를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저는 독서를 좋아하는데, 최근에 들어서는 혼자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선착순으로 모집 중이었던 공고를 보자마자 부리나케 독서모임을 신청을 했습니다.
“내가 왜 힘든 건지 나조차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남들은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만 유난히 힘든 것 같기도 하지요. 가장 가깝고도 먼, 나 자신과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궁금한가요?”
웹자보에 적힌 이 글이 마치 지금의 제 상태를 그대로 설명해주는 것 같아서,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홀린 듯이 바로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자기를 찾는 독서모임>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이름/성별/나이/직업/학력과 같이 대상을 특정화 할 수 있는 정보를 말하지 않고 닉네임을 사용하여 익명으로 모임을 진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저를 포함해서 모임에 참여한 청년들은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었고, 안전하고 편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의 운영위원이자, 숭실대 기독교상담학 박사과정의 최정희 선생님이 독서 모임을 진행해주셨는데, 최정희 선생님은 매주 엄선된 책과 자료를 통해 청년들의 심리와 어려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입니다.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갈등 경험은 인간이 형성되는 과정에 많은 영향을 주고, 그 갈등 경험은 청소년기나 성인이 된 이후에도 대인관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최정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봤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저의 어린 시절은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던 맞벌이 부부였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 엄마 아빠를 기다리던 5살 꼬마의 모습이었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지만, 어려운 가정환경은 저와 엄마 아빠가 안정적인 관계로 형성할 수 없는 방해물이었습니다. 결국 그 아이는 불안도 많고 걱정도 많고,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은, 지금의 ‘여름’이 되었습니다.
독서모임 2주차에서 저는 개인의 성격, 정서, 적응수준 등을 다차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면적 인성검사인 MMPI 검사를 했습니다. 이 검사는 현재 자신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를 결과지에 체크하고 결과가 나오는 방식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결과지를 받았을 때, 저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저의 심리 상태를 볼 수 있어서 신기했지만 한 편으로는 저의 심리가 안 좋게 나와서 조금은 울적하고 걱정도 됐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면 지금의 심리 상태에 도움을 될지에 관한 치료적 시사점을 알 수 있어서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3주차에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면지에 사람과 나무,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최정희 선생님은 청년들의 그림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현재 청년들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를 분석 해주셨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그림을 작게 그리고 구석에 그렸는데 제 그림을 보고 선생님은 저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인 것 같다고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실제로 제가 그런 사람이라 살짝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매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뿐만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 우울함, 절망감, 괴로움 등의 감정은 우리를 더욱 깊은 늪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엉켜있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듯이 우리의 마음도 한결 나아지고 정리가 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참자기를 찾는 독서모임>이 후회 없었고, 매주 토요일 아침이 기다려지던 시간이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듣고 같이 울어주고 화내주고 위로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과분한 사랑을 받은 모임이었습니다.
6주간의 독서모임을 마친 저와 청년들의 곁에는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든든한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우리는 서로의 위로가 되고, “함께 손잡으며 절망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청년들을 위해 이 모임을 만들어주신 청년센터WAY와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에게 감사합니다.
+ 6주간 독서모임에 참여한 청년들의 독서모임 후기입니다.
“몇 번 상담을 해봤었지만 오히려 제게 해가 되는 상담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 경청하시고 누구도 빼먹지 않고 고루 들으시고 이해해주시니 너무 편안했습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편안히 얘기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고 그럴 수 있도록 처음부터 고려하여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주신 것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저의 고민과 정서, 마음을 들어주고 잘 반응을 해주셨는데 정말로 좋았고 그동안 힘들었던 저에게 필요한 부분이었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던 제가 마지막 독서 모임 때는 ‘일단 잘 살아 내보자!’ 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같이 이 길을 걸어가 줄 이들이 있다는 게 정말로 든든했거든요. 매주 토요일 아침 10시 반이 기다려졌답니다.”
“1주차가 지나고 공교롭게도 멤버들이 모두 여성이었는데 차라리 여성들끼리만 있어서 더 대화가 잘 되었던 것 같아요.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고요. 제가 읽어보지 못했을 좋은 책들을 만나서 감사했어요. 무엇보다 박사님께서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매주 빠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제겐 의미 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기윤실이라는 소중한 곳을 알게 되고 너무 기뻤는데 이런 귀한 모임 자리까지 무료로 가질 수 있도록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귀한 교제가 너무 그리웠는데 감염병 사태 뿐 아니라 이러저러한 다른 이유들로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던 차에 갖게 된 이런 자리가 너무 감사했고 은혜로웠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제 주변을 둘러싼 현실의 본질적인 문제를 고찰해보고,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고 위로 받았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제 자신을 이전보다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부족한 모습까지도 수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분노가 열정의 다른 면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회, 사회에 향한 분노를 열정이란 에너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되어 위로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혼자 고립되어 나에 대해 파헤치고, 끙끙대고, 검열했던 강박적인 지난 시간들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함께 이런 모습도 괜찮다고 잘 버텨보자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번 6주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기윤실에서 좋은 모임을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
독서모임의 마지막 모임 때 나눈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로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바로 그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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