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유산, 한국신화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 문화유산을 게임이나 VR, 챗봇으로 만드는 에픽로그협동조합의 대표 백종원입니다. 요즘에는 텀블벅에서 <한국 신과 함께하는 ‘경복궁 괴물 투어 핸드북 & 웹게임’> 크라우드펀딩을 했고 212% 달성으로 성공했습니다. 제가 속한 기윤실 청년위원회 분들과 잇슈ON의 소벤에셀 분들도 저희 팀의 펀딩을 밀어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문화유산에는 유형  문화유산과 무형 문화유산이 있습니다. 유형 문화유산은 경복궁과 같이 실물로 보이는 것이고요. 무형 문화유산은 씨름, 판소리,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온 구비문학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저희 팀은 요즘 그 문화유산 중에서 한국의 설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옛날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그 옛날이야기 중에서도 ‘한국 신화’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한국 신화는 주로 무당들의 본풀이에서 나왔습니다. 본풀이가 뭐냐고요? 기독교 식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무당이 ‘굿’이라는 형식의 일종의 예배를 한다면, ‘본풀이’는 설교입니다. 목사님은 설교시간에 예수님이 신이 된 이야기, 예수님의 삶이 가르침이 된 이야기, 하나님과 하나님을 섬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 무당 분들은 설교시간인 본풀이 때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마찬가지로 신이 신이 된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처음 읽은 한국신화 책입니다. 지금은 이 책의 저자이신 신동흔 교수님과 함께 협업을 합니다. 후후.

 

한국 신화에서는 특이하게 사람이 신이 됩니다. 본풀이에서는 한국에 있는 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신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요즘 인터넷 용어로 하면, ‘우리 조상님이 신이 된 썰 푼다.’ 정도일까요? 근데 궁금하잖아요. 어떻게 인간이 신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한국 신을 모시는 무당선생님을 직접 찾아가서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무당선생님이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인간이 신이 되었다. 그건 정말 신이 되었다는 뜻이 아니야. 천주교나 개신교 보면 ‘성인’이 있잖아. 신의 뜻을 따르다가 힘든 고난을 겪고 돌아가신 분들 말이야. 그런 분들을 우리는 ‘신이 되었다.’고 표현하는거야.”

하기사 기독교에서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릅니다. 그 뜻은 ‘예수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라는 의미죠. 저는 11년 전 돌아가신 모교회 담임목사님을 보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은 저런 것이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정직하게 살다가 돌아가셨거든요. 목사님의 설교말씀은 목사님의 삶과 함께 제 삶에 기록되었습니다.

무속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당이 본풀이에서 신이 어떻게 신이 되었는지 그 내력을 이야기하면, 신을 닮아가려고 노력한 사람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무당은 굿을 하며 본풀이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신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렇게 보면,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에 유생들에게 밀려난 무속인들이 마을에서 사회복지사 역할을 한 역사도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그 시대에 무당들은 신을 믿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마을공동체에서 ‘돌봄’으로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장기려박사님에서 그룬트비까지

‘돌봄’하면 생각나는 한국의 기독교인은 누구신가요? 누군가 저에게 물어본다면 기윤실 출신으로서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장기려 박사님’이라고요. 장기려 박사님은 6.25 이후 남한의 처참한 의료 현실을 보고 예수믿는 의료인들과 함께 ‘부산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가난하고 돈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치료해주었습니다. 이는 국내 의료보험 제도의 효시가 되었습니다.

 

장기려박사님의 생전 모습 /오른쪽에서 세번째 (출처 : 건강미디어)

 

기윤실의 초창기 멤버이시기도 한 장기려 박사님은 무교회주의자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무교회’라는 명칭은 옛날 어느 광고 카피를 생각나게 합니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매일유업에서 빙그레의 노란 바나나우유의 아성을 깨기 위해 만든 제품이죠. 바나나를 까보면 원래 하얗다는 바나나의 본질을 강조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무교회’라는 명칭도 교회의 본질을 강조한 명칭이었습니다. ‘교회는 제도가 아니다. 공동체다. 하나님 앞에서 진실된 개인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다.’라는 의미입니다. 마태복음 19장에는 두 세 사람이 모인 곳이 교회라고 합니다.

무교회에서는 목사도 없고 예배 인도자도 없이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성경연구를 합니다. 신앙인들이 모인 성경모임인거죠. 무교회주의자들은 교회의 본질은 공동체라는 의미를 실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무교회정신은 일제강점기에 제도교회가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종파들끼리 싸우기에 바빴던 상황에서 ‘교회다움’을 말했습니다.

 장기려 박사님은 ‘교회란, 그리스도인이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라는 질문을 청십자의료협동조합으로 풀었습니다. 그럼 이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무교회운동’을 처음 생각한 우찌무라 간조는 덴마크의 협동조합운동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신앙인이자 목사였던 니콜라이 그룬트비 목사는 황무지였던 덴마크에서 시민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시민교육에서 협동의 정신을 배운 사람들은 농촌 협동조합 운동으로 덴마크를 일으켜 세웁니다. 우찌무라 간조는 덴마크의 협동조합운동을 일본에서 실천했습니다.

한국의 무교회주의자들도 우찌무라 간조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무교회주의자이자 교육자인 이찬갑 선생님과 감리교 목사님인 주옥로 목사님이 함께 세운 풀무학교에서는 협동조합을 가르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풀무학교 교사인 채규철 선생님이 덴마크에서 농업과 협동조합을 공부하고 왔습니다. 채규철 선생님은 장기려 박사님에게 의료협동조합을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풀무학교 졸업생이 직원으로 함께 협동조합에 참여했죠. 같은 무교회주의자였던 함석헌 선생님이 조합원 1호가 되면서 부산청십자의료협동조합이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그럼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대체 그룬트비는 누구이고 무엇을 가르쳤길래 그의 가르침이 한국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다음 글에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1/17에 발송되는 웨이브레터 26호에서 2부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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