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가 보는 요즘 청년들의 재정건강

기윤실 청년재무상담소 김서로 팀장

청년의 삶의 과제
마가복음 10장 6-8절, “창조 때로부터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지으셨으니 이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결혼식 주례사에 많이 언급되는 말씀입니다. 결혼식장에 있는 청년들은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에 관심이 많겠지만 미혼 청년들에게는 “부모를 떠나서”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의 삶의 과제는 바로 부모를 떠나는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청년은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던 상태에서 벗어나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청년들의 경제적 현실
그러나 “홀로서기”를 위해 발버둥 치는 요즘 청년들의 현실은 매우 힘들고 어렵습니다. 가장 힘든 현실은 아마도 “일자리 부족”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얻으려면 더 힘들고 경쟁 또한 치열합니다. 한동안 20대들의 가장 큰 이슈로 ‘공정’이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힘들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공정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자 굉장히 분노하고 낙담한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청년들의 부모님 세대가 청년이던 과거의 분위기를 떠올려볼까요? 의자 뺏기 게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경험했던 청년의 시기에서는 의자가 10명에게 적어도 9개 이상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의 시기에는 6개 남짓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공정’이라는 말은 청년들에게는 ‘생존’과 같은 단어로 들릴 것입니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들의 “홀로서기”를 방해하는 또 하나의 경제적 현실은 “높은 주거비용”입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집을 구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졌습니다. 전세자금, 월세 등을 감당하고 나면 그만큼 저축할 돈이 줄어듭니다. 저축할 돈이 적다는 것은 청년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홀로서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만든 말 중에 “저축 돌려막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급이 250만원인 청년이 매달 200만원의 적금을 들고 있다고 합시다. 시간이 지나면 생활비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적금을 깨서 생활비로 쓰고 다시 월급에서 200만원을 적금으로 드는 방식을 말합니다. 저축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요즘 청년들의 “홀로서기”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부모의 경제적 지원”입니다. 부모의 지원이 충분히 있다면 “홀로서기”를 좀 더 쉽게 실행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지원이 없는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 등 부채를 빨리 경험하게 되고 부모의 지원이 있는 청년들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부모의 지원이 없는 것도 모자라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부모가 청년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갚지 않는 사례도 있습니다.

 

재정건강과 마음건강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 즉 재정건강이 악화되면 마음건강도 함께 악화됩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청년 스스로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마음 속에 두려움과 불안을 자라나게 합니다.

부채가 많은 청년들은 신용카드값,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그리고 전세자금 대출 등 자신의 부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하면 두려움을 느낍니다. 소득이 낮은 청년들은 돈을 적게 버는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급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채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관리가 되지 않는 청년들은 자신이 사치스럽고 돈에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될까봐 걱정하기도 합니다. 스스로 경제적 현실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은 주식, 코인 등에 의지하며 인생역전을 기대하다가 일상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고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반대로 마음건강이 좋지 않으면 재정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줍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방해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청년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극적 소비활동을 합니다. 백화점에서 명품을 지르거나, 대형 할인점 등에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싼 물건들을 수시로 사기도 합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만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과하게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년 재무상담소의 역할
청년재무상담소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마음에 두려움과 불안을 가진 청년들에게 재무상담이라는 도구로 용기있는 삶을 위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자 합니다.

청년 재무상담은 가장 먼저 청년들의 경제적 현실을 마주 보게 합니다. 자신의 소득과 지출 즉 현금흐름의 상태, 그리고 부동산, 금융자산 등 자산과 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부채의 상태가 어떠한지 보게 합니다. 여기서 많은 청년들은 주저합니다. 자신의 재무적 현실이 어떠한지, 누군가가 이 사실을 보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마주한다는 것이 단순히 재무 상태만을 파악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일에 돈을 많이 쓰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입니다. 따라서 청년재무상담을 신청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반 이상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년재무상담소에서 하는 일의 두 번째는 청년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청년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나, 이웃을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함께 나누고 그 내용을 중심으로 소비예산과 저축계획을 세웁니다. 행복한 현재의 삶과 실행 가능한 미래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입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 투어, 자유로운 1박 여행, 맛집 투어, 멋진 공연관람, 좋아하는 악세사리를 구매하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 보게 하는 것입니다. 많은 청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실행한 후 스트레스가 줄고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청년재무상담소는 함께 계획을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해보고 점검합니다. 계획을 잘 실행했다면 칭찬하고 격려합니다. 그러나 잘 실행하지 못했다면, 왜 그런지 함께 점검하고 계획을 수정합니다.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마무리
청년 재무상담소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마음에 두려움과 불안으로 둘러싸인 청년들을 재무상담이라는 도구로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청년들의 경제적 현실을 공감하고 청년 스스로 용기 내어 극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청년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을 따라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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