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상임대표 정병오입니다. 지난 편지에서는 기윤실이 한국 교회와 사회 가운데에서 해온 운동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며 후원을 요청드리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오늘은 저의 개인 신상과 관련하여 선생님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또 한번 편지를 전합니다.  5분만 시간을 내어 아래 저의 편지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기윤실 상임대표 정병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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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상임공동대표 정병오입니다.

 

선생님, 지난주에 제가 보냈던 편지 잘 읽으셨는지요? 그 편지에서는 기윤실이 지금까지 한국 교회와 사회 가운데서 해왔던 성과들과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 그리고 이를 위해 정기 후원자로 참여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오늘은 지난 6년간 이 운동을 책임져왔던 저의 속사정 이야기를 좀 더 전하려고 합니다. 사실 이 말씀을 드리는 것에 대해 망설임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제 사적인 이야기로 멈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선생님께 나누고자 합니다. 그러니 한 번 더 5분만 시간을 내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기윤실을 초창기부터 섬겨왔던 분들은 인격과 삶에서 본이 되는 분들이었을 뿐 아니라 교회와 세상이 처한 현안에 대해 선지자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영적․사회적 안목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동안 제가 몸 담아왔던 교육 분야를 제외하고는 교회와 사회의 여러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나 영향력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인격과 삶에서도 부족함이 많아 대표 사역 초기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이러한 부족함은 오히려 동역자들이 자신의 은사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공동대표단과 상임집행위원들이 더 책임감을 가지고 여러 사안에 대해 바닥에서부터 지혜를 모으고, 사무국 간사님들도 자신의 역량과 자발성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저희는 동역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저도 낮에는 학교 근무를 하면서 새벽과 저녁, 주말에 시간을 내어 기윤실에서 필요한 운동들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피곤한 줄 모르고 기꺼이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자녀들도 다 대학에 진학해 가정적으로도 부담이 줄어 운동에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기윤실 대표를 맡았을 때 최소한 10년 이상 헌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자리에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주인 없는 조직이 갖는 위태함들을 많이 보아왔기에 조직의 안정을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표 사역 3년 차를 맞이한 2019년에 제 몸에 암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수술과 항암 치료로 6개월 정도 실무에서 물러나 쉼의 시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사역에 대한 눈이 열리고 조직도 안정화 되고 사역의 성과들도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이 때에 나의 열심을 꺾으시는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기가 힘이 들었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하나님이 치유의 과정을 순탄하게 인도해주신 것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 찾아 온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저로서는 활동반경을 줄여 건강을 챙기면서 사역을 다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암 재발 징후가 나타나 조금 더 건강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대표의 중임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에는 더 이상 책임을 맡기가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사역의 폭을 줄였지만 지금도 기윤실 사역의 중심을 잡고 운동과 재정의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일을 감당하고 있고, 대표 임기까지는 책임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아직 저의 시간이 2년 6개월 정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 임기 만료 시점을 정하고 나니, 그 전에 느끼지 못했던 부담감들이 더 크게 다가오고 마음이 조급해짐을 느낍니다.

선생님도 느끼는 바겠지만 한국 교회의 급속한 쇠퇴와 추락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사회적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고 젊은 층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상황은 한국 교회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35년 동안 한국 교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 온 기윤실의 책임을 맡은 자로서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기윤실이 가진 모든 신뢰의 자산을 총동원하여 성경의 가르침을 떠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잘못에 대해 더욱 분명하게 외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더 힘써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울러 젊은 세대가 자신들이 교회와 세상 가운데서 느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마음껏 고민하고 운동을 펼침으로써 변화되는 새로운 시대 가운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을 길러갈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합니다.

이 일에 저의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동시에 저의 후임 리더십이 연속해서 감당해가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도 제가 해야 할 중요한 사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건강을 연약하게 함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기윤실 안에서 한국 교회를 새롭게 하고 복음의 능력으로 세상을 더 사랑하는 역사를 이루어가게 하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할 때 저도 저의 한계를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그 가운데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도 한국 교회와 사회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저와 비슷한 애통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작은 행동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마음을 기윤실에 더해 주십시오. 기윤실은 지난 35년간 한국 교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선지자적인 역할을 해왔을 뿐 아니라 지금도 각 분야의 젊고 뜻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신뢰받는 한국 교회가 되게 하기 위해, 정의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한국 교회와 이 사회를 향한 선생님의 사랑이 허공을 치지 않고 구체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고 보람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제 몸에 병을 얻은 지난 3년 동안, 사도 바울이 빌립보 성도를 향한 편지에서 자신이 감옥에 갇힌 것이 복음에 진보가 되었음을 감사했던 그 고백을 많이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윤실 가운데에도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앞으로 이 운동에 후원자로 참여하심으로써 제가 보았던 그 결실과 복음의 진보를 보시게 될 것입니다.제 몸이 연약해 대표직을 약속만큼 오래할 수는 없을지라도, 또 다른 젊고 푸르른 대표와 섬김이들이 세워져 한국 교회와 사회를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표직을 마치더라도, 저는 기윤실을 통해 세상을 섬기는 삶의 영광된 자리에서만큼은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선생님, 새로운 기윤실의 미래, 그리고 한국 교회와 사회의 새로워짐을 위해 제가 내미는 손을 꼭 붙잡아 주십시오. 우리가 홀로 일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벗들과 주님의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제가 더욱 힘을 내어 일할 수 있도록 후원자로 함께해 주십시오. 긴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및 상임집행위원장 정병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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