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32년, 그리고 그 이후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32년사> 출간기념간담회 후기

 

유구한 전통과 역사의… 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민주화 운동과 일부 역사를 함께하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한 권의 기록물을 펴냈습니다. 이미 기윤실 홈페이지를 열심히 보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 이름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32년사>입니다. “아니 왜 30년사도 아니고 32년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텐데요. 본래 기윤실도 ’30년사’로 기획했으나, 기윤실의 입장에서 30, 31, 32년차가 상당히 다사다난했습니다. 그만큼 기윤실에 주어진 역할도 많았고 대응해야 할 일도 많았습니다. 집필 과정에 관계자들의 증언과 수 차례의 교차검증이 필요했고, 사진선별 및 추가, 교정교열, 편집디자인 등으로 생각보다 많은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출판사들은 이같은 매커니즘에 대한 경험이 많지만, 기윤실은 그렇지 않죠. 여기저기 묻고 발품 팔아가며 해야했고, 기윤실이 원래 하던 운동도 병행해야했기에 2년이 지연되었다는 해명의 말씀을 드립니다.(오래 기다리신 분들께는 대단히 죄송합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32년사>의 출간은 기윤실 내부는 물론 복음주의 기독교 시민운동계에서도 기록 자체로서 매우 역사적인 일이기에 출간기념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본래 흔한 형태의 출간기념회로 개최하려고 하였으나, 참가하시는 분들의 말씀에 최대한 경청하고자 ‘간담회’형태로 개최하였습니다.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해지면서 방역수칙도 완화되어 이번 행사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했고 총 16명이 참석하였습니다. 당일 행사는 누군가의 발언에 비중을 두지 않고 참석한 분들의 과거 기윤실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나누면서 향후 기윤실에 대한 바람을 나누었습니다. 당일 참석한 분들의 주요 발언을 옮겨봅니다.

유해신(기윤실 이사, 집필자): 단순히 있었던 일, 했던 일만 쓰기보다는 활동했던 사람들이 상호 영향을 주면서 어떤 사상에 기반했고, 어떤 운동을 했는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한 기윤실이 사회적으로 어떤 사건을 직면했을 때,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식으로 판단하고 대응했는지에 대해 옮겨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기윤실은 창립 당시 발기인들의 주도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던 시대에 “기독교도 이제는 변해야한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브라함 카이퍼의 말대로, 순수한 개인적인 신앙을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기윤실이 이 역할을 창조적으로 수행했던 것이다.

손봉호(기윤실 자문위원장, 창립발기인): 국내 기독교 시민운동단체 중에 이정도 퀄리티를 갖춘 역사책을 집필한 단체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역사는 기록이 되어야 의미있는 것이다. 기윤실 창립부터 현재의 일까지 모든 것이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것이 된 것이다. 또한 이것은 향후 기독교 시민운동의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땅바닥을 긁고 거기에 물이 흐르면 수로가 되는데, 이것을 긋는 사람은 그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기윤실이 이런 점에서 기독시민운동사의 방향 긋기를 시작한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이제 이를 토대로 기윤실의 과거가 긍정적인 부분은 긍정적으로, 부정적인 부분은 부정적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백종국(기윤실 이사장): “햇빛에 가려지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의 삶에서 역사와 신화는 동시에 진행되는데, 역사가 없다면 사실이 기억에 의존한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신화가 되기 쉽다. 기록으로 정리된 것은 이제 신화가 되기 어렵다. 이 기록은 앞으로 시민운동사는 물론 기독교사 연구자들이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고자료로 활용할 것이다.

조성돈(기윤실 공동대표): 저는 2008년부터 교회신뢰운동을 할 사람으로 추천을 받아 현재까지 있게 되었다. 당시 기윤실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을 참 영광스럽게 생각했는데, 무엇보다도 집행위원회에서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할 때 기윤실이라는 조직의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했던 기억이 지금까지 기윤실 운동에 참여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제가 했던 운동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와 ‘부교역자 근로계약서’에 관한 것들인데 이들 모두 한국교회에 불편하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노종문(좋은나무 편집주간): 저는 대전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공명선거운동과 소식지를 통해 기윤실을 알게 되었고, 거기 기고되는 글들을 보면서 기윤실이 어떤 의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기독교인들의 윤리의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저는 지인 중에 기윤실 운동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분이 있으면 손봉호 교수님께서 쓰신 <약자 중심의 윤리>라는 책을 권하고, 여기에 그동안 제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기윤실의 의식이나 사상이 많이 녹아있다고 본다. 앞으로 미래의 기윤실 운동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많아질텐데 저는 손봉호 교수님의 이 책을 토대로 이런 논의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광순(기윤실 이사): 기윤실은 보수적인 크리스챤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이러한 의식을 담을 기독교시민운동을 잘 소화해냈다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한국사회와 시민운동이라는데 관심을 가지는 것에는 여러가지 제한이 있는데, 기윤실은 개인윤리의 차원에서 그런 고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적절히 제시했다. 사실 개혁에 대해 조금 더 강한 욕구가 있었던 분들은 기윤실을 나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나간 분들 역시 다른 곳에서 여러 측면으로 공헌을 하셨기 때문에, 그 역시 기윤실 운동의 의미이자 업적이기도 하다. 이제 MZ세대가 이 사회의 주축이 될텐데, 이제 기윤실은 과거 젊은 세대들의 고민을 담아냈던 것처럼 현재 우리 세대와 다른 그들의 고민에 대해서도 귀기울이고 관심을 가진다면 기윤실 운동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의용(기윤실 이사): 저는 예전에 기윤실 간사로 있던 나용균 간사와의 인연으로 발을 들여놓았는데, 그것이 제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 것 같다. 제가 중간에 이 책 검토도 두어번 했었는데 볼 때마다 기윤실이 참 많은 일을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 다음세대가 이 책을 보고 이 운동을 기꺼운 마음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 기윤실은 이 책의 출간을 변곡점으로 앞으로 좀 더 젊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박제우(기윤실 이사): 대학교 졸업할 무렵에 기윤실을 알게되었고 그 당시 모았던 자료들을 아직도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는 여기 모이신 기윤실 선배 임원 분들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윤실 정신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리고 저의 위치가 이를 전수해야할 입장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미 나왔지만 이 책에 담겨져있지 않는 내용들도 기윤실 임원들의 회고록 같은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신동식(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저는 1984년에 아는 교수님을 통해 프란시스 쉐퍼의 책을 소개받은 것부터 제 신앙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1988년에 군대를 다녀와서 기윤실을 알게 되었고, 이 둘을 연결시켜 기독교인의 사회참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기윤실 상임집행위원으로 참여하면서부터 저의 이런 관심을 목회 현장에서 적용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기윤실이 있었기에 목회현장에서 더욱 긴장하면서 사역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과거 자신이 경험한 기윤실의 기억과 함께 기윤실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고민이 오고 간 자리였습니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경험과 기대가 나오긴 했지만, 거시적으로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창립 당시부터 기윤실이 개신교계의 시민운동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순수한 마음과 열정으로 임하고자 한 이들의 의견과 여론을 잘 흡수했고, 앞으로 이 운동의 정신이 후대에 잘 전수되어야 한다는 것이 모든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요즘엔 어딜가나 ‘세대교체’가 화두인 것 같습니다. 어느 단체나 조직이든 그들만의 영광스러운 시절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기억에 취해있으면 발전이 없고 변화의 흐름을 거부하게 됩니다. 저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32년사>의 의의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정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간의 사역을 돌이켜보는 차원에서 연대별로, 사업별로 나열한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돌이켜 봄’이라는 의미에서의 ‘정리’이기도 합니다. 착수에서 출간기념간담회까지 딱 5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 만큼이나 긴 시간이 걸린 작업이었습니다. 출간물이 나오기까지 목이 빠지게 기다린 분들도 계시겠지만, 기윤실 내부적으로는 그 기간이 숙고의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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