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공약 제안 기독시민단체연대 공동 성명]
출범 100일을 맞는 윤석열 정부는 겸손하게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불신과 위기를 해소할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라.
지난 2021년 12월, 제20대 대선 공약 제안 기독시민단체연대(이하 공약 연대)는 당시 대통령 후보들에게 8개 분야(교육, 노동, 생태환경, 이주민․난민, 장애인, 청년, 토지․부동산, 한반도 평화)에 걸친 100대 공약을 제안한 바 있다. 복음의 가치와 우리 사회의 공공선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기독 NGO들과 전문인들은 이 정책 제안을 통해 대통령 당선인과 그 참모들이 대한민국이 직면한 시대적 과제를 바르게 진단하고 정의로운 대안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선출된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과 행보를 지켜봐 왔다.
그런데 출범 100일을 맞는 ‘윤석열 정부’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60~70%의 부정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나타나 있듯 민생, 경제, 교육, 노동, 환경, 부동산, 외교, 안보, 안전 등 모든 분야의 정책과 인사에서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회적 불안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겸손히 받아 잘못된 정책을 고쳐 나가고 인적 쇄신을 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전 정부와 외부 상황을 핑계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출범 100일밖에 되지 않은 ‘윤석열 정부’가 모든 영역에 있어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은 단지 ‘윤석열 정부’의 불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다. 이에 공약 연대에서는 대선 기간 제안했던 각 분야의 공약들에 비추어 현 정부가 어디에서 길을 잃었고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세심하게 짚으며 간곡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제안에 더욱 귀를 기울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직면하고 국민들의 고통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심도 있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기를 촉구한다.
공약 연대에 속한 각 분야별 진단과 제안은 다음과 같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출범하며 제시한 국정운영의 원칙은 국익과 실용, 공정과 상식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100일에 즈음해 교육계를 되돌아보면,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무시한 교육 정책의 추진으로 국익과 실용, 어느 것 하나 얻지 못했다. 교육계를 끌고 갈 교육부장관 후보자 및 장관의 도덕성 문제는 국민이 생각하는 공정과 상식을 한참 벗어났으며, 최근 논란이 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과정 또한 너무도 비상식적이었다. 중기 교원 수급 계획 연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지연, 반도체 인력 양산을 위한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논란, 지방 교육재정교부금 용처 확대 논란, 자사고 존치, 특목고 폐지 입장 발표 후 다시 번복,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논란 등 출범 후 ‘연기와 논란’만 계속되었다.
윤석열 정부 5년은 새로운 교육 변화를 이뤄가야 할 중차대한 시기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으로 일관성 있는 교육 정책 추진, 학생 수 급감 위기 해결책을 반영한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 마련, 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맞물린 미래형 대입 제도 개선과 고교 체제 문제,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 방역 등 이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들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논리로 교육을 재단했을 때 교육 현장에 어떤 혼란이 생기는지는 지난 100여 일 동안 국민 모두가 충분히 목도하였다. 효율과 경쟁의 가치로 풀 수 있는 교육 현안은 없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새 교육부장관을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학교 현장의 문제를 경제와 산업의 눈이 아닌 교육의 눈으로 풀어갈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덩어리가 아니라 노동자입니다.”
윤석열 정부 100일, 그동안 정부에게 고용과 노동의 문제는 치워야 할 ‘덩어리’로 판단되었던 모양이다. 지난 7일 국무조정실의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 과제’ 목록이 공개되었는데 그 내용은 해고 사유를 확대하여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노동조합 파업 시 대체 근로 금지조항을 개선함과 동시에 사업장 점거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계획이 담겨있다. 또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은 물론이고 최저임금제를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노동탄압’이라 할 수 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의 파업을 다루는 태도에서도 보였듯이 정부는 계속해서 경찰, 행정기관, 기업 등에 노동자의 단체행동을 탄압해도 좋다는 ‘지시’를 보내고 있다. 왜곡된 고용구조의 문제와 특수고용직, 물류, 플랫폼 노동 등 수많은 노동자의 고통이 산적해 있음에도,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노동자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만 있다. 지난 100일은 노동자에게는 100년이 지난 것처럼 하루하루가 버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노동과 고용의 문제를 치워 버려야 할 ‘덩어리’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맡겨준 권력을 성실히 이행하여 노동자 개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노동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개입과 해결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정부가 내놓은 생태 관련 정책은 핵 발전 비중 확대가 전부다. 기후 위기를 실감하게 만드는 폭염과 가뭄, 그리고 산불, 폭우와 홍수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기후 약자들을 위한 정책들을 만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RE100에서 핵 발전이 제외된 것이나 EU텍소노미의 핵발전소 건설 단서 조건들이 보여주듯 세계는 핵발전소를 기후위기의 대안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핵 발전을 포함시킴으로써 핵 발전을 통해 기후 위기 극복이 가능한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는 데 열을 올릴 뿐이다. 뿐만 아니다. 낙동강은 시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취수원까지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을 가진 녹조가 창궐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의 흐름을 막은 곳마다 녹조가 창궐하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정부가 내린 보 수문 상시 개방과 보 철거 계획을 뒤집고 오히려 가뭄을 핑계로 담수를 진행하는 등 강의 생태를 망가뜨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게다가 적자운영이 자명한 신공항, 기후 위기 시대를 가속화할 신공항 계획의 철회는커녕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도 불구하고 기본계획을 통과시키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로 인한 문제가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데 정부의 정책은 문제를 가속화하고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책 기조의 변화가 없다면 생태 문제와 기후 위기는 결국 우리 자신의 생존의 위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대선 기간 공약 연대가 제안한 정책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이주 구금 상한을 1년 이내로 둘 것과 난민위원회 상설화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최저 생계 보장, 이주아동 구금 제한, 인권 존중 차원의 내외국인 상생 외국 인력정책 추진을 내세웠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공약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정책 움직임이 없다.
대신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취임사에서 이민청 설립을 언급했다. 출입국 이민정책을 단순 출입국관리나 불법체류자 단속의 관점이 아니라 이민자들의 인권과 정주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의 설치 계획 자체는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법무부 외청으로서 이민청을 설립하겠다고 했다. 그간 난민 분야 관련 법무부의 정책 이행 관행을 볼 때 출입국 관리 위주의 경직된 관료적 행태 및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해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1%대이고, 난민들의 권리 보장은 매우 미흡했다. 이민청이 법무부 외청으로 설치된다면 국경 통제라는 출입국 관리 업무와 이주민 정착 및 난민 보호 정책의 경중은 지금과 같이 출입국관리 업무 쪽에 치중되어 결국 인권적인 이주민 정착 및 난민보호가 이뤄지기 어렵다. 사회통합은 이주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배려하며, 다양성을 포용하는 등 높은 수준의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따라서 법무부만이 아니라 외교부, 행정부, 여성부 등 모든 관계 부처가 합심하여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민청 설치를 법무부의 업적으로 남기려 하기보다는 이주민과 내국인의 진정한 사회통합을 위해 법무부 외청이 아닌 독립된 기관으로 이민청을 설립하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민청 설립 이전에 이미 산적해 있는 무기한 이주 구금 문제, 이주아동 구금 문제, 미등록 체류 아동 출생등록, 난민인정률 제고 등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민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주민 및 난민과 소통 능력을 강화하는 등의 전문성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공무원들이 먼저 양성되어야 이민청이 설립되더라도 이민청의 본래 목적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장애인권 구호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 없는 나라”였다. 이를 위하여 저상버스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장애인 콜택시를 정비하는 등 장애인의 이동권을 확보하고, 개인 예산제를 도입하여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복지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하였다. 이와 더불어 4차 산업형 인재를 육성하며 장애인 고용기회를 확대하고 장애인 예술 활동 지원 강화, 장애 영유아 지원 강화 등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였다.
취임 100일 안에 오래도록 논의되어 온 사회적 의제들이 속도감 있게 자리 잡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개인 예산제는 도입 자체에 대한 찬반 여론이 나뉘어 있기도 하고, 각종 지원체계 정비 과제는 소관부처에서 치밀한 준비를 하더라도 결국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시위를 불법행위로 규정하며 공공연한 혐오와 괴롭힘의 대상이 되게 한 점,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매우 미진하였던 점은 윤석열 정부가 진정성 있게 장애 인권에 관한 공약들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인지 국민의 의문을 품게 하는데 충분했다. 또한 이미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명시하고 있고 지난 2014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하기까지 했던 탈시설에 대한 이 정부의 철학과 가치가 정책 전반에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당의 국회의원이 2022년 제2차 대한민국 장애인권리위원회 국가 심의에 ‘장애인 가족은 장애인 탈시설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기도 하였다.
진정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없이 살아가는 세상은 고립과 분리를 해소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새 정부는 시혜적 차원의 지원 강화라는 일차원적인 정책 방향을 다각화하여 장애인이 권리의 주체로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삶을 지역사회 안에서 누릴 수 있도록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시설이 아닌 본래 삶의 터전에서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작년 대선 공약으로 청년의 자립, 도전, 참여, 안전, 평등 및 사회적 신뢰자본 구축을 위한 11가지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는 청년 세대가 가진 다양한 문제의 본질적 해결 방안이 부재했고, 오히려 2030 청년 세대의 분열을 조장하고 이용하며 표심을 얻으려는 수단으로만 청년과 청년 담론을 소비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청년 세대를 대하는 태도는 바뀐 것이 없다. 일자리·주거·금융·교육·안전·참여 기회 등 여러 방면에 산적해있는 청년 문제의 통합적 해결을 위한 장기적이고 로드맵은 부재한 채로 기존보다 ‘화끈하게 소수를 밀어주는’ 청년 원가 주택, 청년 도약계좌, 청년특례 채무조정 등 시혜적인 복지 정책만 쏟아지며 대상자와 비대상자 사이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전대미문의 돌발적이고 비상식적인 공약은 특정 성별만을 의식해 지지율을 방어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며, 여전히 비전과 대안 없이 이를 고수하는 것은 청년 및 성별 갈등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불신을 더욱 유발할 뿐이다. 그 와중에 대통령과 여당 관계자들에게서 제기되고 있는 ‘사적 채용’, ‘논문 표절’ 등 문제는 청년 세대가 민감하게 여겨왔던 공정 담론과 직결되는 문제로 이 정부가 청년의 권리 향상과 능동적인 삶의 실현에 관심과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까지 들게 했다.
새 정부는 청년 세대를 단기적 지지율 확보를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등의 시대착오적 발상을 반성하고, 청년을 엄연한 대한민국 사회의 주체적인 구성원으로 존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청년 개개인의 고군분투만으로 넘어설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을 적극 개선해나갈 수 있는 실제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청년의 존엄을 지키고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일상을 만들어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대선 전 새 정부를 향해 토지․부동산 분야 개혁 방향의 조치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지대추구 근절을 위해 ‘토지보유세 강화’, ‘공공토지임대제’ 등을 제시하였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방향과 조치는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부동산세제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다주택자, 1주택자가 내는 보유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OECD, IMF 등 국제기구는 한국의 불평등 완화와 포용적 성장을 위해 보유세 강화를 제시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부동산의 투기를 방지하고 토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정부의 토지를 꾸준히 비축하여 민간에 빌려주는 공공토지임대 방식을 제시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로 향후 5년간 ‘16조+α’ 규모의 국유 토지와 건물을 매각할 것이라 밝혔다. 국유재산의 매각과 민간 주도의 경제 선순환의 관련성은 모호하다. 민간의 지대추구를 방지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민간 자본이 순환되기 위해서는 토지소유권이 아닌 토지사용권을 빌려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세제 정상화, 민간 주도 경제 선순환이라는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뜯어보면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경제 전체가 활성화된다는 근거 없는 낙수효과와 국유자산을 민간에 넘기면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철 지난 신자유주의 사상이 아른거리고 있다. 부동산정책의 방향과 방식 모두 전면적인 전환을 촉구한다.
선거운동에서 ‘선제타격’ 등 외마디 구호로 캠페인을 벌인 사례는 일찍이 없었다. 너무나 비상식적이며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는 평화의 철학, 종전선언, 개성공단 재개, 외교정책 등 분야별 정책을 물었을 때 거의 모든 질문에 북한이 먼저 비핵화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남한, 미국과 대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이 선 비핵화에 나설 리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므로 그 조건은 불능이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이명박 정권과 거의 같으며, 박근혜 정부와도 다르지 않다. 이미 두 정권에서 평화의 진전에 어떠한 효과도 없다는 것이 검증되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대치는 낮을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를 진전시킬 아이디어와 인물이 없다면, 탈북민의 삶을 개선하거나 평화․통일 논의를 정교하게 하여 역사적 순기능을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탈북민 유우성 씨를 조작된 증거로 간첩으로 몰아 징계까지 당했던, 당시 담당 검사였던 이시원 씨를 공직기강비서관에 채용하여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이어 자기 당 의원들도 ‘월북’이라고 했던 2020년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 사건, 2019년, 16명을 살해한 혐의로 북송된 북한 어민 문제 등을 끄집어내어 “강제 북송은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 “국가 안보 문란 행위”라고 하였다.
취임 100일이 넘도록 국방부와 예하 부대가 자리 잡고 있는 용산을 대통령실로, 외교부 공관을 관저로 만들면서 안보 공백도 불사하고 있는 정권, 탈북민 간첩 조작 당사자를 비서관으로 채용하는 정권이 내세우는 ‘인도’와 ‘안보’는 이 나라에 속한 것이 아니다. 겉과 속이 다른 정권에는 무엇을 주문하기도 무섭다. ‘선제타격’ 구호에 대해 북은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로 먼저 답하고, 최근에는 같은 말을 우리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선거용 말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에 대한 지적은 빼먹고 북의 행동만 분석하는 우리의 전문가들도 함께 공허해지고 있다.
평화는 전쟁을 하루 미루는 것부터 시작한다. 평화의 노력을 하루 빼먹으면 그만한 불안이 어디선가 쌓이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알아서 잘하리라는 기대를 접고 내놓는 말과 정책, 행동을 우려의 눈으로 주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