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수리남>

수리남과 한국교회: 왜 신앙의 언어는 힘을 잃었는가?

 

백프로(백종원 기윤실 청년위원)

 

 

얼마 전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인기순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 추석 연휴기간 동안 대박난 수리남. 황정민, 하정우가 나오는 신작 느와르 영화?! 안 볼 수가 없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수리남’의 줄거리는 이렇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수리남>의 줄거리

지역에서 작은 사업을 하던 인구(하정우)가 원양어선에서 일하던 친구 응수(현봉식)에게 솔깃한 사업 제안을 받는다. 전라도에서는 없어서 못먹는 홍어를 ‘수리남’에서는 냄새나고 쓸모없는 생선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수리남에 있는 홍어를 아주 싼 값으로 한국에 대량으로 유통한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인구는 그 길로 응수와 수리남에 간다.

그들의 홍어사업은 잘 되는 것처럼 보였다. 홍어 물량도 많고, 한국 유통망도 확보했다. 그런데 갑자기 부패한 군인들이 오더니 사업장 보호를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다. 다행히 인구의 사업가 스킬로 잘 넘어가나 싶더니, 이번에는 중국 깡패들이 자기 영역에서 수산물 사업을 한다고 돈을 요구한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 인구는 외국에서도 교회에는 꼭 가라는 아내의 문자를 받는다.

오기 싫은 교회를 억지로 온 인구. 어려운 일이 있으면 털어놓아 보라는 한국인 전요환 목사님(황정민)의 말씀에 반신반의하며 중국 깡패들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음을 말한다. 목사님은 조금 고민하시더니 당당히 중국 깡패들이 있는 소굴로 신도들과 함께 간다.

 

넷플릭스 <수리남> 중

 

전목사님이 ‘수리남의 홍어는 하나님의 것이다!’라고 당당히 말했더니, 중국 깡패들이 물러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인구와 응수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준 목사님께 연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주님의 은총을 기억하며 다시 일터로 가서 홍어 배달에 힘쓴다.

한국으로 홍어 배달을 하고 얼마 뒤, 한국 사장님에게 이상한 전화가 걸려온다. 수리남에서 간 홍어에 마약이 들어있었다고. 졸지에 마약 유통책이 된 인구와 응수. 응수는 목사님에게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간다고 하고, 인구는 갑자기 들이닥친 마약 단속국 경찰에게 잡혀 감옥으로 간다. 타국의 감옥에 갇힌 인구를 찾아온 한 사람. 그는 바로 국정원 최창호 팀장(박해수)였다.

최창호 팀장은 인구에게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인구가 ‘은혜로운 목사님’으로 알고 있던 전요환은 사실 목사신분을 위장한 마약왕이었다. 그는 신도들에게 마약을 먹이면서 세를 불려나가고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다. 전요환은 인구와 응수가 유통하는 홍어를 통해 마약을 운반하려 했다. 인구의 친구 응수는 전요환 패거리에 의해 죽었다고. 엄청난 소식에 슬픔도 잠시. 최창호는 인구를 감옥에서 꺼내주겠다고 말하면서 마약 사업가로 위장해 전요환 목사를 잡는데 도와달라고 한다. 대신 전요환 목사 때문에 잃은 돈을 모두 주겠다고 약속한다.

 

 

사업으로 잃은 돈을 회복하기 위해, 친구 응수의 복수를 위해 국정원의 스파이가 되어 마약왕 전요환을 잡기로 한 인구. 과연 평범한 사업가 인구는 국정원과 손잡고 마약왕을 잡을 수 있을까?

마약왕 목사님이 말하는 ‘하나님의 뜻’

드라마 <수리남>은 실제 수리남에 살면서 마약왕으로 유명했던 조봉행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조봉행을 모티브로 한 가공의 인물 ‘전요환 목사’이다. 실제 사건을 맡았던 담당 검사의 말에 따르면, 수리남에서 조씨의 직업은 목사가 아니였다.

<수리남>을 찍은 윤종빈 감독은 인터뷰에서 황정민이 연기하는 마약왕 전요환을 사이비목사로 설정한 것은 리얼리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주인공이 마약왕과 엮이게 되는지 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목사라는 직업이 안성맞춤이었다. 권위와 믿음 같은 것이 생기니. 사이비 목사라면 더 재밌을 것 같았다.” (윤종빈 감독, KBS 미디어 인터뷰 中)

이 글은 읽는 목사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수리남>을 보는 내내 마약왕 목사님이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찰떡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수리남>을 다루는 많은 언론과 유튜버들이 드라마 <수리남> 속 사이비 목사 역할에 몰입했다. 신실한 목사노릇을 하면서 목사의 권위를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위해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모습이 너무나 그럴듯했기 때문이다.

 

유튜버 ‘상궁’ 《수리남》신 보다 더 위에선 전목사 명대사 명장면 모음zip(스포포함) 썸네일

 

나는 드라마 속 전요환 목사의 언어에 주목했다. 전요환 목사의 명대사를 보자.

  • “수리남의 홍어는 하나님의 것이다.” (중국 조폭에게 협박하며)
  • “하나님의 뜻이라고 이 개~쉐끼야” (중국 조폭에게 협박하며)
  • “어이 변기태, 너 사탄 들렸어?!” (자신의 수하를 의심하며)
  • “혓바닥에 사탄이 들었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 “이야… 이 사탄 새끼…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게!” (인구에게 속은 것을 깨달으며)

여기서 하나님은 성경 속에 나오는 하나님과는 다른 분일 것이다. 전요환 목사 자신이 하나님이 되어 권력을 얻었고, 신도들은 목사보다 아랫 계급이 되었다. 권력자의 말은 규율이 되었는데, 권력자의 뜻이 하나님이 뜻이었다. 권력자의 판단으로 사람은 사탄이 되었다.

마약왕 전요환 목사의 언어를 보면, 한국교회에서 막말 잘하시는 목사님 어느 누구와 매칭을 시켜 놓아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언론에서 비춰지는 막말 목사님들의 언어를 그대로 옮겨 놓았기 때문에 현실감이 더 느껴진다.

 

내가 경험한 ‘하나님의 뜻’

4대 째 기독교인이고, 나 또한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만 성도로서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모습은 많이 비판적이다. 나는 지역에서 꽤 큰 대형교회에 다녔다. 그래봤자 서울보다 한 참 작고 2~3,000명 쯤 하는 교회다. 근데 다니던 모교회에서 목사님이 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새로운 목사님이 오셨다. 새 목사님은 돌아가신 목사님과 안면이 거의 없으신 분이었는데, 돌아가신 목사님께서 분쟁을 걱정하여 급히 세우신 분이었다.

새 목사님은 돌아가신 목사님의 아들에게 중산층이 많이 이주하고 있는 신도시에 분립개척한 교회를 변칙 세습을 하려고 했다. 돌아가신 목사님과 어떤 연고도 없었던 새 목사님은 성도들에게 굴러온 돌인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변칙 세습을 감행했다.

당시 나는 청년부 회장이자 한 명의 성도로서 변칙 세습은 옳지 못한 일이라며 반대했다. 돌아가신 목사님의 아들은 나와 아주 친한 형이었지만, 변칙 세습은 교회가 걸어가야할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형에게 설득도 많이했다. 그게 과연 돌아가신 목사님이 원하는 바인지, 과연 형 나이에 똑같은 조건의 사람이 10억 짜리(나중에 30억이 되었다고 했다.)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인지. 형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변칙 세습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새로온 목사님과 부목사님, 장로님은 나에게 ‘신천지 같은 놈’이라 낙인을 찍었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그 교회는 이제는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교회에서 쫓겨나고 내 마음이 정리된 후 형을 다시 만나 물었다. 왜 그랬냐고. 형이 뭐가 모자라서 변칙 세습에 동참했냐고. 그 때 형은 나에게 ‘그게 하나님 뜻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건 변칙 세습이 아니라 하나님이 정해주신 길이라고 했다. 나는 형에게 말했다. “형이 차라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두렵고 욕심이 나서 개척교회를 갖고 싶었다고 말한다면 이해했을 거에요. 사람은 그럴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에게 변칙 세습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지 마요. 형은 나에게 이전에도 앞으로도 좋은 형이겠지만, 진짜 목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한국교회에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조금 세게 말하면, 수리남의 전요환은 현실 교회 목회자들이 가진 그림자의 총합이다.

 

출처 : 한국일보, [이재현의 유행어사전] 3대 세습

왜 신앙의 언어는 그 힘을 잃었는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는 내가 좋아하는 신앙서적 중 하나이다. 신학자 마커스 보그가 쓴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라는 책의 부제는 이러하다. “왜 신앙의 언어는 그 힘을 잃었는가?” 마커스 보그는 오늘날 기독교의 위기가 ‘언어의 문제’라고 말한다. 기독교 신앙의 언어가 성서가 말하는 역사적 맥락에서 벗어나 자기 멋대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커스 보그가 이 책을 쓴 것은 그리스도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신학자이자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성경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배울 때 그리스도교의 핵심 가치관이 무엇이고, 성서를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준다. 이 책에서 마커스 보그는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교의 언어로 삶을 살아내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문제는 하느님을 사랑하거나 그 열망에 동참하기 위해 그리스도교인이 되어야만 하는가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 자신과 세상의 변화를 바라는 하느님의 열망에 동참하지 않고서도 그리스도교인이 될 수 있는가이다. 긍휼과 정의,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열망을 자신의 열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서도 그리스도교인이 될 수 있는가? 이는 오늘날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중요하고도 까다로운 문제다.’ (마커스 보그,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 中)

오늘날 신앙의 언어가 힘을 잃어버린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적으로 말하면 어른 같은 어른으로 살지 않고, 종교적으로 말하면 예수님 같이 사는 성도의 모습이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인의 권위는 말이 아니라 삶에서 나온다.

신앙의 언어를 살아낼 수 있을까?

나는 돌아가신 목사님에게 배웠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정직해야한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 쉽지 않다. 나는 그리스도인 같은 사람인가? 협동조합으로 작은 회사를 차리고 사업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월급 주기가 빠듯할 때, 좋은 일을 한다고 소셜벤처를 하며 버둥거리면서 제 앞가림을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을 때, 나는 이따금씩 이런 생각을 한다. “조금 더 나쁘게 사업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실제로도 악덕기업이 성공하는 사례를 볼 때마다 더 많은 생각이 든다.

30대 중반. 아직 어리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을 한다. 어릴 때는 이런 사회를 만든 어른들이 책임이 있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내가 그 어른이 되었다. 한 살 한 살 살아갈 때마다 부채 의식이 쌓여간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의 언어를 살아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그리스도인 창업가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자리를 하나 마련했다. 바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청년운동본부의 잇슈온 소모임 중 하나인 소벤에셀 오픈테이블이다. 소벤에셀은 소셜벤처와 청년기업이 모여있는 소셜캠퍼스온 신우회에서 시작한 크리스천 기업가 모임이다. 사회적경제와 기업경영 분야에서 기독교 윤리 실천 방향을 나눈다.

이번 오픈 테이블에서 나는 크리스천 사업가들이 어떻게 각자의 삶을 선택하고 있는지 서로 나누고 싶다. 지난 1년간 소벤에셀을 하면서 어떻게 신앙의 언어를 살아내야할지 공동체에서 많이 이야기하고 배웠기 때문이다. 소벤에셀 오픈테이블에서 소벤에셀 정기 모임멤버 5명과 함께 크리스천 사업가, 소셜벤처, 사회적경제 스타트업 종사자나 궁금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어떻게 신앙의 언어를 살아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많은 관심과 기도 부탁드린다.

 

 

<소벤에셀 오픈테이블>

  • 사회적경제와 기업경영 분야에서 기독교윤리실천을 나누는 크리스천 기업가 모임으로, 정기모임 멤버들과 함께 이야기나누는 오픈테이블

> 대상 : 크리스천 사업가, 소셜벤처, 사회적경제, 스타트업이 궁금한 청년 5명

> 일시 : 11월 2일 수요일 오후 7시 ~ 9시

> 장소 : KT&G 상상플래닛 3층 (서울특별시 성동구 뚝섬로13길 38)

“잇슈온” 자세히 보기 : https://cemk.org/27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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