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와 서울시는 권리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외침에 성의 있는 대화와 협상으로 나서야 합니다.
새해 들어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가 재개 되었다. 지난해 ‘장애인 권리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던 장애인 단체들은 연말 국회 예산 통과까지 기다려 달라는 서울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위를 중단했으나 결과적으로 장애인들이 요구해왔던 예산의 0.8%밖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동할 권리,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을 포함한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지난해부터 시위를 해왔다. 국회는 이러한 장애인들의 요청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그들이 요청한 1조3044억원의 절반 수준인 6653억900만원을 증액하기로 해당 상임위에서 합의했지만, 정부는 전장연이 요구한 증액 예산의 0.8%인 106억8400만원(고용노동부 장애인 고용관리 지원사업)만 반영했다. 기획재정부가 상임위의 합의안마저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 항의하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서울시는 시위 역 무정차 통과, 경찰 투입을 통한 승차 봉쇄 등의 조치를 취했고, 모든 시민들에게 ‘장애인 단체의 불법 시위로 무정차를 한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달 법원이 내놓은 장애인들의 ‘5분 이내 탑승’을 허용하는 안 마저 무시하는 처사이다. 장애인들이 자신들이 처한 힘든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정부와의 대화와 협상을 촉구하는 외침마저 외면하고 봉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은 장애인만을 위한 예산이 아니다.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가 보다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일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사항이고 정부와 국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요청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한 사회적 약자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끼치면서까지 목소리를 내고자 할 때 정부와 국회는 이 목소리에 더욱 성의 있게 듣고 반응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하철 탑승시위가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주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태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장애인 권리 예산에 관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지난 해 여야가 상임위에서 합의한 수준이라도 다음 추경 때 반영해야 할 것이며, 또한 서울시는 지하철 탑승시위에 대한 원천봉쇄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장애인단체와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23년 1월 5일(목)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