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세상의 ‘빚’진 청년에 교회가 ‘빛’ 돼야

“한국교회 MZ세대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에 관심 가져야”

기윤실, 2015년부터 청년부채해방운동…재원확보 위한 후원교회 다변화 필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상반기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인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세대별로 산출한 결과, 15~29세 청년층이 25.1로 1위를 차지했다. 이들 청년층은 음식, 숙박, 교통, 식료품 등의 가격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에 취업난까지 겪고 있다. 특히 많은 청년들이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혹은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로 대출받아 집, 코인, 주식에 투자하는 한탕주의에 빠져 어려움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렇듯 경제적 어려움으로 희망을 잃은 청년들을 다시 세우기 위해 한국교회를 대표해 청년부채 해방 운동을 펼치고 있는 기독교 단체가 있다. 2015년 ‘청춘희년운동본부’를 발족한 이후 청년들의 부채해방과 자립을 위해 달려온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활동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기윤실, 청년부채해방운동은 진행 중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15년 청춘희년운동본부를 발족한 이래 신용유의자 청년들의 부채를 경감하는 캠페인을 비롯해 재무상담과 교육, 그리고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자립과 자활을 지원해 왔다.
기윤실 윤동혁 간사는 “이 운동은 과도한 부채로 고립된 청년들이 부채의 고리를 끊고 자립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캠페인의 성격을 띄고 있다”며, “단순히 돈을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과 맞춤형 상담,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신용유의자 청년의 전인적인 성장과 자립을 후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재원은 개인, 교회, 여러 단체의 후원을 통한 기금으로 마련했다. 2017년에는 ‘청년부채ZERO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당시 청운교회가 매년 2000만원씩 5년간 총 1억 후원을 약정하면서 그 재원으로 이후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리고 2021년 3월 청년센터 WAY를 설립한 후 ‘청년재무상담소’라는 이름으로 재무 및 채무 상담, 도전지원금, 희망지원금 등을 지원하며 청년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2022년 한 해에 청년재무상담소를 거쳐 간 청년(19~39세)은 41명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청년부채해방운동에 참여했던 청년 대다수는 취업난 속에 고정된 수입을 얻을 직장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학자금 대출 등 채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빌려서 등록금을 내고, 빌려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혹은 사업이나 주식, 코인 등에 투자했다가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말 그대로 ‘짓눌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 혹은 교회 소식란에서 기윤실의 청년재무상담소 활동을 알게 돼 지원받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5월 청년재무상담소를 통해 재무상담을 받은 이에스더 씨는 “당시 대학 졸업 후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재무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카드 부채가 쌓여가면서 계속 사업을 해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며, “상담을 통해 ‘내가 왜 돈을 벌려고 하는지’ 그리고 ‘번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단순히 돈의 문제를 넘어 삶의 가치관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이후 이에스더 씨는 온라인 사업을 정리하고 상담사의 추천을 받아 인천 소상공인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에 취업해 부채를 갚고, 향후 사업 계획을 세우고 사업 자금 확보를 위해 열심히 저축 중이다.
이처럼 청년재무상담소는 청년의 재무 현황을 파악해 왜곡된 현금 흐름 및 악성화된 재무구조의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해 안정된 재무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아가 경제적 안정 및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담소 팀장을 맡고 있는 김서로 상담사(인천 소상공인서민금융복지센터)는 “청년 재무상담은 단순히 소득과 지출, 자산과 부채에 대한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삶과 미래, 즉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며, “청년 스스로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하고, 조언해 주는 일이 보람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에 참여한 청년들이 대부분 취업난과 주거난, 채무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고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주거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학자금 대출과 경제난에 따른 생활비 대출 등이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더불어 핸드폰 사기, 작업대출 등 사기를 당한 청년들도 많고, 부모가 청년들의 명의로 돈을 빌리고 안 갚는 사례도 존재했다.
김서로 팀장은 “돈을 벌 때도, 쓸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기독교적 관점에서 왜, 어떻게 돈을 벌고 사용해야 하는지 바른 방향을 제시해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 체계적인 재무 관리를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청년재무상담소도 운영 조직과 상담사 조직 등 활동하는 인력이 늘어나고 재원도 확충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기윤실을 비롯한 교계단체 뿐 아니라, 교회를 비롯해 청년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지원하는 기관과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청년들의 다양한 필요에 부응할 지원제도와 창의적 아이디어가 많이 만들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청년재무상담 프로세스

단순 상담 넘어 내담자의 발전적 미래 계획 지원

청년재무상담소는 만 19세~39세 수도권 거주자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재무상담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공고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한 후, 상담가능한 시간과 장소를 고려해 상담사를 배정한다. 상담사와 내담자가 협의해 시간과 장소를 정하면 3회에 걸쳐 재무상담이 진행된다.
1회차 재무상담에서는 내담자의 재무 상태를 점검한다. 자산과 부채 현황, 소득과 지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장, 미래 계획 등 정보를 파악한다.
2회차에는 1회차에서 파악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산과 부채를 어떻게 조정할지 소비예산을 세우는 등 재무상황 개선 방법을 상담한다. 더불어 희망지원금 50만 원을 지원해 미래를 위해 사용하도록 한다.
3회차에는 2회차에 세운 개선사항과 소비예산을 실행했는지 여부를 점검한다. 실행한 경우 그 경험담을 나누고, 실행하지 못했다면 그 원인을 파악해 다시 실행가능한 계획을 세운다. 3회 상담을 마친 모든 청년들에게는 도전지원금 10만원을 지원해 계속 도전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기윤실은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를 통해 재무상담소 운영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월 3일에는 ‘다정한 아지트’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청년들을 선착순 모집해 가족을 대화 주제로 서울 신촌의 아지트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 격려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문의:02-794-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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