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

다정한 아지트 ‘가족’ 후기

몬드(기윤실 최주리 간사)

 

얼마 전에는 민족대명절인 설날을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친지들을 만나기도 하고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혹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있었을 거에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족의 수만큼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텐데요. 가족은 누구에게나 많은 감정과 고민이 들게 만드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다정한 아지트의 첫번째 모임은 가깝고도 먼 존재인 ‘가족’을 주제로, 가족에 대한 애증, 걱정, 갈등, 염려 등의 고민과 감정, 이를 이겨내기 위해 했던 애씀과 노력들을 나누는 시간으로 준비되었습니다.

 

한주를 마치고 주말이 다가오는 금요일 저녁, 다정한 아지트가 진행되는 신도림 아지트에서는 물을  끓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정한 아지트에 놀러올 청년들을 위한 따뜻한 차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지트지기인 몬드, 샤이니, 가을이 차와 간식을 준비해두고 기다리면 곧이어 청년들이 모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청년들이 모인 아지트에 잔잔한 재즈가 흐르고 추운 몸을 녹이며 따뜻한 차를 마시다보면 낯섦과 설렘이 공존하는 듯 합니다.

 

곧이어 시작된 모임에서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와 다정한 아지트의 소개를 마치면, 서로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합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진 청년 6명과 아지트지기들이 모였는데요. 다정한 아지트에서는 본명, 나이, 직업, 출신 등에 상관없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닉네임을 사용하고 스스로에 대해 각자 원하는 만큼만 공개하도록 합니다. 사용하던 닉네임이 없어도 아지트지기가 미리 준비해둔 닉네임을 빌려 사용할 수도 있답니다.

 

다정한 아지트 모임약속문, 격려카드

 

모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히 모임약속을 공지하고, 나눔도구들을 설명했습니다. 본격적인 나눔에 앞서 나눔지의 ‘오늘의 대화’칸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순서대로 각자의 고민과 감정, 애씀들을 나누고, 그 이야기를 나눠준 사람에게 하고 싶은 ‘격려카드’를 뽑습니다. 간단하게 격려카드를 뽑은 이유와 함께 위로를 건네면,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격려를 골라 나눔지의 ‘내가 받은 격려’에 적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마지막으로 ‘나의 소망, 다짐, 기대’를 적습니다. 고민과 노력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다시 각자의 세상에 돌아가 어떻게 일상을 살아갈지를 다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나눔지 뒷면에는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을 수 있는 칸이 있어서 모임 이후에도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갈 서로를 응원해볼 수 있어요.

 

 

다정한 아지트에서는 낯선 이들끼리 모였기에 가까운 사람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조건이나 배경이 아닌 이야기와 사람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만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고민과 시간을 보내본 이들이기에 겪어본 사람이 할 수 있는 진심어린 위로와 격려를 나누어주는 청년들의 따뜻한 마음이 깊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원래부터 멘탈이 세고 타격을 잘 받지 않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정말 대단한 사람은 어려움과 실패, 상처를 딛고 이겨내기를 반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요. 다정한 아지트에서 그런 대단한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답니다.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에 이야기의 내용을 나눌 수는 없지만, 모두가 가족과의 어려운 갈등이나 고민 속에서도 많은 노력과 애씀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분들이었답니다. 지난 2021년 5월에 진행된 위드클래스에서도 가족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었었는데, 강사님이 부모님과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부모님도 원가족에 의해 상처를 입었던 한 인간이라는 긍휼의 마음이 중요합니다. 물론 부모님이 마땅한 책임을 지지 않은 것에 대한 면책을 주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에요. 긍휼함이 책임을 면책시켜줄 수는 없어요. 이를 분명히 구분하고 필요한 대가를 치르며 서로가 서로의 본래 역할을 하도록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해요. 이런 노력들은 미숙한 부모에게 성숙한 자녀가 줄 수 있는 선물이에요.”라는 답변을 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잊기 힘든 상처를 준 부모님이지만 성숙한 자녀로서 그들을 이해하고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청년들에게, 당신들이 있어서 당신들의 부모님이 큰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진솔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마칠 예정이었던 시간을 훌쩍 넘기고 모임이 마무리되었어요. 헤어지기 전, 아지트지기들은 포옹이나 악수로 청년들을 배웅했어요.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꼭꼭 눌러담은 인사로 다음을 기약했답니다. 청년들의 소감 한마디도 공유할게요.

기윤실을 통해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마음 깊숙한 부분을 꺼내고 지지받으니 힘을 얻는 경험이었어요. 듣는 것도 나누는 것도 참 중요한데 다함께 쌍방향으로 참여해서 좋았고 이 자리에서 만난 분들이 너무소중하고 든든했어요. 상담사님도 자리해주셔서 더 안전감이 느껴졌고 계속 다정한 아지트 참여하고싶어요! 계속 열어주세요! 제발ㅎㅎ

처음보는 얼굴이었지만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진짜 감동이고 너무 좋았어요. 모든 사람은 아프지만 그 상처로 인해 성장하는 멋진 분들이었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 빵을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습니다! 빵순이로서 나중에 가게를 내시면 연락주세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떨리고 걱정이 되지만 생각보다 편하고 아늑한 분위기여서 금방 마음을 열 수 있었어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 경청해주는 게 좋았어요!

 

언젠가 누군가가 저에게 ‘오늘 하루도 잘 버텨주어서 고맙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내가 잘 버텨낸 것이 왜 그 사람에게 고마운 일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었어요.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단한 하루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버텨내는 사람이 나와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어딘가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든든해지고 같이 힘을 내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일상을 살아가다가 문득 따뜻하고 다정한 시간이 그리워지거나 굳어진 마음을 부드럽게 채우고 싶을 때, 다정한 아지트가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정한 아지트는 문득 마음을 나눌 친구가 필요할 때 불현듯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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