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중 “한국교회 신뢰” 응답 5분의 1에 그쳐

기윤실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7차 조사 결과 발표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비율은 5분의 1(21.0%p)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백종국)이 3년마다 발표하는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코로나 직전인 2020년(31.8%P) 1월 조사(6차)에 비해 무려 10.8% 포인트 낮아진 21.0%p를 기록했다.
기윤실은 16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4층 1연수실에서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발표회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을 맡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는 “이번 7차 조사에서 국민의 5명 중 1명만이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6차 조사가 진행된 시점이 2020년 1월로 아직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임을 감안했을 때 코로나 사태를 경험한 3년 사이에 한국교회 신뢰도는 더 나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종교 층’ 응답에 주목해야

특히 이번 조사에서 무종교인의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전체 평균의 절반이 10.6%에 불과했다. 개신교인 중에서조차 3분의 1이 넘는 37.0%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 교수는 “어느 조직이나 단체든지 자신이 속한 단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고 우월하게 보는 경향이 있음에도 개신교 안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며 “이 수치는 2020년 조사에서 22.4%가 나온 것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고 했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는 ‘없음’이 42.6%로 1위를 차지했고, 가톨릭(21.4%), 개신교(16.5%), 불교(15.7%)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친근감 있는 종교’로는 불교가 23.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가톨릭(19.9%)과 개신교(19.6%)가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호감 가는 종교’ 문항에서는 가톨릭이 가장 높은 24.7%였고, 불교(23.4%), 개신교(16.2%)순이었다. ‘가장 친근감 있는 종교’와 ‘가장 호감 가는 종교’에서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난 점은 흥미롭다.
정 교수는 “친근감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이미지라면 호감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감정이라 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불교가 일반 국민들에게 이미 가까이 와 있는 종교이고 가톨릭이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종교라면 개신교는 두 가지면 모두에서 가장 거리감을 느끼는 종교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무종교인들에게는 거의 호감이 없다는 점(4.0%)은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큰 과제”라며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없음/잘 모르겠음’이 가장 높은 응답을 받은 점은 모든 종교가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교회의 사회 활동 돌아봐야

우리나라 국민들은 ‘가톨릭’(29.4%)이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종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는 20.6%, 불교는 6.8%였다. 가톨릭은 6차 조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반면 개신교는 35.2%에서 15.1%p가 하락했고, 2010년이나 2013년 결과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정 교수는 “실제로 전국의 사회복지관이나 지역아동센터 운영 등 사회봉사 활동에서는 개신교가 가톨릭보다 훨씬 앞서지만 국민들은 가톨릭이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런 결과는 조사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종교’에서도 가톨릭이 26.7%로 가장 높았고, 개신교는 이보다 낮은 19.8%였다(불교 9.8%). 결국, 우리 국민들은 개신교가 사회봉사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가톨릭만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교회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회 이기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목회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개선점에서도 ‘윤리/도덕성’이 26.0%로 1위를 차지했다.
정 교수는 “일부에서는 신앙생활의 목적이 신뢰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공신력이 떨어지면 교회와 대사회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기독교의 진리를 전하려고 해도 사람들은 자신이 신뢰하지 않는 종교 집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교회가 봉사와 구제 활동을 열심히 해도 그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신뢰도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회와 정치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 정립해야

이번 조사에서는 교회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 우리 국민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이 나타났다. 목사의 정치 발언이나 활동에 대해 83.2%가 반대했고, 70% 이상이 사적이든 공적이든 목사의 정치적 발언 및 참여는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목사들이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초청하여 기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78.0%의 국민이 반대했다. 다만 개신교인들이 정치적 집회에 십자가나 기독교 단체의 이름이 적힌 팻말 등을 들고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낮은 69.2%만이 거부감을 표시했다. 시민으로서 개신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다소 열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국민들의 39.7%는 개신교가 ‘보수적’이라고 응답해 가장 보수적인 종교로 보았고, 개신교인 응답자들도 50.1%가 자신들이 보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나 지나치게 보수적인 사회관은 현실 유지와 기득권 수호에 일차적인 관심을 두기 때문에 건전한 비판마저도 결여되기 쉽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공공성이 결여된 보수적 태도는 결국 이익집단화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교회의 현실 참여는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의뢰로 ㈜지앤컴리서치가 조사기관으로 참여했다. 지난 1월 11~15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 추출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근거한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할당을 통해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무작위추출을 전제로 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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