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국민 5명 중 1명만 한국교회 신뢰’

기윤실,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 발표, 74%가 ‘신뢰하지 않는다’
‘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도 83%가 거부감 드러내

 

국민 5명 중 1명만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지난 16일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국민 4명 중 1명만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답변이 21%, ‘신뢰하지 않는다’가 74%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앤컴리서치가 지난 1월 1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총 1,000명을 상대로 조사했고,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3.1%다. 해당 자료는 기윤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사뿐 아니라 기독교인에 대한 부정도 70% 넘어

이번에 발표된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이전 2020년과 비교했을 때 10.8% 정도 낮아졌다. 이들은 “6차 조사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20년 1월에 조사된 것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전염병 확산에 대한 교회의 대응 등이 한국교회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2022년 4월 사귐과섬김 코디연구소·국민일보가 의뢰해 지앤컴리서치에서 조사한 ‘기독교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조사’에서 동일한 문항으로 측정한 한국교회 신뢰도가 18.1%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7차 조사에서는 2.9% 증가했다. 이는 2022년 들어 코로나19 확산과 한국교회와의 관련성이 잠잠해지면서 신뢰도가 소폭 반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점은 목사뿐만 아니라 기독교인에 대한 신뢰도 역시 부정이 70%를 훌쩍 넘는다는 점이다. 응답자들은 ‘목사의 말과 행동에 믿음이 간다’는 질문에 긍정 20.8%, 부정 74.6%의 답변을 내놨다. 또 ‘기독교인의 말과 행동에 믿음이 간다’는 질문에도 75.2%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긍정은 20.6%에 불과했다. 특히 기독교인 중 41.7%가 기독교인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독교인의 목사 신뢰도와 비교했을 때 부정률이 4.6%나 더 높다. 즉, 기독교인들은 목사보다 같은 기독교인을 더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

기윤실은 “개신교인 중에서조차 3분의 1이 넘는 37%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부분”이라며 “어느 조직이나 단체든 자신이 속한 단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고 우월하게 보는 경향이 있음에도 개신교 안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2020년 조사에서 22.4%가 나온 것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기독교, 보수적 이미지 가장 높아·· 교회의 정치 참여 83%가 반대

‘종교별 정치적 이념 이미지 평가’에서 기독교는 보수가 39.7%, 중도가 22.4% 진보가 23%로 보수 이미지라는 평가가 가장 높았다. 가톨릭은 진보와 중도 비율이 각각 36.3%, 34.5%로 비슷하게 나타났고, 불교는 중도가 42.5%로 가장 높았다.

한국교회와 목사의 정치적 참여에 대해선 83.2%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치적 참여 허용 정도에 대해서도 국민 70% 이상이 사적이든 공적이든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적 발언 및 참여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기독교인들의 정치적 집회에 대해서 69.2%가 거부감을 드러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정치적 집회에 십자가 혹은 기독교 단체 이름이 적힌 팻말 등을 들고 참여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명했다. 특이한 점은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거부감도 함께 낮아졌다. 60대 이상은 79.3%가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20대는 52.6%로, 절반가량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대통령이나 특정 정치인을 초청하는 ‘국가조찬기도회’와 같은 모임에 대해서 국민 78%가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기독교인 국회의원이 기독교의 가르침대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68.2%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기윤실은 “교회 지도자 또는 성직자로서 목회자의 정치 참여는 부정적으로 보지만, 시민으로서 개신교인들의 정치 참여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된다”며 “목회자가 아닌 일반 교인들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 신뢰도 개선 위해선 ‘교회 이기주의’ 타파해야

국민 80%가 ‘한국교회가 교회 밖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다’고 답한 점 역시, 교회로서는 뼈아프게 다가온다. 국민 5명 중 4명이 ‘한국교회가 사회와 소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기독교인들조차 55.3%가 교회 밖 비판에 대해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한국교회의 개선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독교가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응답자 중 34.2%는 한국교회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 ‘교회 이기주의’를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교회 지도자들의 삶이 19.6%, 불투명한 재정 사용이 17.9%로 그 뒤를 이었다. 신뢰도 제고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활동으로는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이 55.8%로 나타났다. 이어 봉사 및 구제 활동, 환경·인권 등 사회 운동이 뒤따랐다.

응답자들은 목회자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윤리/도덕성’을 꼽았고, 기독교인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개선점으로는 ‘나만 옳다는 자세’와 ‘이기적 태도’를 지적했다.

기윤실, “한국교회 신뢰 회복 위해선 현실 직시하고 문제점 명확히 파악해야”

기윤실은 한국교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점을 명확하게 파악,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신앙생활의 목적이 신뢰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공신력이 떨어지면 교회의 선교와 대사회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교회는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기들끼리의 폐쇄적인 집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윤실 상임집행위원인 신하영 교수는 “원치 않았다고 해도 외면할 수 없다. 대부분의 진실이 가지는 속성이다”라며 “외면할 수 없다면, 아파도 들여다보아야 한다. 뼈아픈 진실 뒤에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뼈 아픈 진실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면, 우리가 손발 걷어붙이고 ‘운동’할 지점이 더 눈에 들어오리라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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