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나는 신이다>
교회에 질려버린 사람들
-무신론을 넘어 무종교의 시대, 그리스도교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글_백프로(백종원 기윤실 청년위원)
사이비 같은 교회, 교회 같은 사이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연일 화제다. 다큐멘터리의 주된 주제는 사이비 종교다. JMS,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를 중심으로 사이비종교 피해자들의 폭로를 통해 사이비 종교들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넷플릭스 1위가 아니라 OTT통합 1위다. 관련 기사 갈무리(https://www.mk.co.kr/star/hot-issues/view/2023/03/196664/)
이런 콘텐츠가 나오면 교회에서는 줄곧 “그래서 이단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해”, “이단 OUT” 이라는 말을 하면서 성도들이 이단에 빠지지 않도록 예배 출석을 더 강조하거나, 이단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주거나, 이단들이 사람들을 꼬드길 때 주로 사용하는 영업, 마케팅 수단을 살펴본다.
더 이상 ‘저들과 다르다’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참으로 아쉽게도 기성 교회에서 “우린 다르다구요!”를 외치는 것과는 달리, 실제 사회에서는 “걔네(사이비)와 너네(기성교회)가 뭐가 달라?”라는 반응을 보인다. 당장 트위터에서 ‘나는 신이다’와 ‘개신교’를 검색해보면 다큐에 나오는 사이비와 개신교 교회의 공통점과 냉소적인 비판을 담은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23.3.13. 트위터에 ‘나는신이다’, ‘개신교’ 두개의 키워드를 검색해보았다.
교회에 질려버린 사람들
이제는 인정하자. 한국사람들은 한국교회에 질려버렸다. 정확히는 한국교회가 낳은 비이성적인 언행과 더럽고 치졸한 행태에 질려버렸다. 이것 또한 한국교회사의 아픈 역사이고, 현재 진행형이다. 교회에 질려버린 사람들, 하나님에게 화난 사람들, 하나님이 미운 사람에게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이비에 당하지 않기 위해 교회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더욱 더 정보를 통제하고, 판별 기준을 공유하여 색출하고, 공공의 적을 만들어 더 날카롭게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 뿐일까?
필자가 생각한 결론부터 말하겠다. 아직도 사람들은 교회에 관심을 갖고있다. 아니,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건 참 고마운 일이다. 이런 관심과 감정이 작게라도 남아있을 때, 교회가 변해야 산다. 아래는 ‘사이비와 다르다’는 기성교회가 생각해야할 질문이다.
‘사이비와 다르다’는 기성교회가 생각할 질문
- 이제는 교회가 사이비에게 고통받은 사람들을 품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우리 교회는 사이비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품어줄 수 있는 공동체일까? 교회는 사회에서 고통받은 사람들과 함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일까?
- 목회자와 성도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넓은 스펙트럼을 공부해야한다. 우리 교회에서 사이비교리가 교회의 역사와 신학, 성경비평학적으로 어디쯤 위치해 있고 무엇이 잘못인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을까?
- 교회는 교회에 화난 사람, 교회를 미워하는 사람, 교회를 떠난 사람, 교회가 궁금한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교회는 신앙을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동등하게 나눌 준비가 되어있는가?
- 현대사회에서 현대인에게 그리스도교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내세를 믿지않는 무신론자, 무종교인의 입장에서 그 의미와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한다. ‘천국’과 ‘지옥’을 제외하고, 무종교인이 교회에 올 이유는 무엇일까?
- 교회를 떠나 사이비로 떠난 사람들 중에서는 기성교회 안에 진실한 사랑과 진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회는 교회 공동체에 있는 사람에게 정말로 관심이 있을까? 성찬의 차별없는 식탁과 그리스도의 조건없는 사랑이 교회 안과 밖에서 실현되고 있을까?
앨버트 아우틀러는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가 성공회에서 제시한 기독교 교리의 3대 요소인 ‘성경’, ‘전통’, ‘이성’에서 하나를 추가하여 ‘체험(경험)’을 넣었다고 말했다. ‘성경, 전통, 이성, 체험’의 이 네가지 축은 오늘날 교회를 살피는 데에도 유효하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성경, 전통, 이성’ 보다 ‘체험’에 치우쳐져 있다. 목회자나 한 개인의 경험과 체험이 하나님의 말씀, 그리스도교의 전통, 질문하는 이성 위에 있다. 사이비의 출몰은 이런 한국교회 문화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교회가 다시 ‘성경, 전통, 이성’을 회복하고 ‘체험’과 균형을 맞추었을 때, 교회에 질려버린 사람들은 교회를 다시 새롭게 볼 수 있을까?
무신론의 시대를 넘어, 무종교의 시대
이전에 청주 기윤실에서 협동간사를 했을 때 이야기이다. 나는 당시에 교육협동조합과 YMCA에서 청소년 진로지도를 했다. 어떤 청소년이 나에게 와서 물었다. “백곰, 나는 매주 엄마 때문에 교회에 다니는데, 나는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야. 그런데 교회에 가도 되는걸까? 그리고 예수님을 믿을 수 있을까?” (협동조합에서는 서로 별명을 불렀고, 청소년과 반말로 대화했다.) 교회에서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질문] 교회 다니는 무신론자인 나. 교회에 가도 될까요? 예수님을 믿을 수 있을까요?
[답변] 아래 보기를 선택해보세요.
- 하나님은 너와 함께하셔. 네가 아직 성령충만을 경험하지 못해서 그런거야. 같이 기도할까?
- 친구의 질문을 정죄하고 정신차릴 것을 요구한다.
- 함께 금요철야에서 뜨겁게 기도하자고 하고, 수련회에 같이 갈 것을 제안한다.
- 그렇구나, 근데 나는 신은 있다고 생각해. 내가 예전에 말이야…
- 지금부터 간증을 시작한다.
- 상대방이 없다는 신을 인정할 때까지 시키지도 않은 간증을 끊없이 한다.
- 무신론자도 예수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궁금하다면 사례를 들어볼래?
- 마코비치의 ‘무신론자를 위한 예수’ 사례와 ‘역사적 예수’ 의 신학 흐름를 간단히 설명하고 기독교 신앙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무신론 기독교의 가능성에 대해 말한다.
-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이 기독교 역사에도 많았으니 같이 고민해보자고 말한다.
-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같이 공부해볼까?
- 친구와 ‘무신론과 기독교’에 주제에 대해서 토론 스터디를 시작하고 서적과 논문을 공부해서 요약, 발췌해 친구와 함께 토론한다.
- 뭘 그렇게 고민해. 아니면 마는거지. 밥이나 먹으러가자.
- ‘개인 선택의 자유’를 중요하게 말하면서 진짜 궁금하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밥을 먹으러 간다.
참고로 여기 5가지 답변 모두 비슷한 질문에 내가 누군가에게 했던 답변이었다. 7년 전 당시 나의 답변은 3번이었고, 다행히 질문을 한 친구에게는 도움이 되어서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무신론’은 정말 신이 믿겨지지 않거나, 기성교회에 대한 반발, 혹은 신정론이었다. ‘신이 있다면, 신이 정의롭다면 왜 교회가 세상이 이런거에요!’라는 외침 말이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욥처럼 참 믿음이 좋은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믿기지도 않는데 호기심을 갖는 열정이 대단하고, 하나님께 부르짖을 마음이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통 한국교회에서 ‘의심 많은 사람’으로 이상한 취급을 받거나, ‘화난 믿음’은 ‘덜 성숙한 믿음’으로 불리며 하나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교회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 모두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이다.
안병무 선생님이 번역하신 ‘무신론자를 위한 예수’. 지금의 한국교회의 문화는 이 책을 번역한 한 신학자의 고민보다 조금 더 나아졌을까? 1)
요즘 내가 받는 질문은 조금 다르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유신론과 무신론을 고민하는 것보다는, 종교에 대한 이해가 없는 무종교인이 나에게 ‘그리스도교라는 종교가 무엇이고 삶에 어떤 가치와 효용성이 있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무종교인의 비율은 60%가 넘는다.2) 기독교를 넘어서 종교를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무신론의 시대를 넘어, 무종교의 시대가 온 것이다. 누군가 ‘나는 신이다’라고 외친다면 우리 다음세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신이 뭔데요?”
한국갤럽 ‘한국인의 종교’ 2021년 조사, 뉴스앤조이 기사 참고
무종교 시대의 영성 : 다시, 성경으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Z세대 트렌드2023>에서는 요즘 Z세대(1020세대)를 사로잡는 마케팅 키워드로 ‘전통문화’를 꼽았다. 힙한 옛것을 찾는 요즘 세대의 움직임은 1970년대 후반에 일어난 미국의 ‘뿌리찾기’ 열풍을 연상하게 한다.
전통문화에서 힙함을 느끼는 이름바 ‘전통힙’은 Z세대의 주요트렌드로 꼽히게 되었다.
1020세대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것은 전통의 모습만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이 아닐까 싶었다. 정체성, 내가 참된 나일 수 있는 의식의 근원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종교적으로 표현한다면 결국은 ‘영성’이다. 삶의 의미와 가치,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종교를 모르는 시대에 영성의 개념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무종교인에게 성경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까? 종교를 믿는 사람이 종교를 믿지 않은 사람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의 모습일까? 그런 점에서 복잡한 한국교회에서 벗어나 다시 성경이야기를 보면 참 매력적이다. 성경은 고대 이스라엘인들의 영성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입장에서 이 영성의 기록과 이야기는 고대인들의 인지체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다시, 성경으로> 레이첼 헬드 에반스
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다시, 성경으로>는 종교를 모르는 시대에 ‘이스라엘 사람들의 영성 이야기’의 관점에서 성경을 새롭게 본다. 레이첼은 성경의 주요 메시지와 이스라엘의 역사, 정경의 형성 과정 등을 ‘이스라엘 사람들의 영성이야기’로 풀어서 쉽게 설명한다. 이런 시도는 현대인들에게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삶의 의미와 이유,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이 지금 우리의 고민거리, 인생살이의 맥락과 맞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첼은 이 책에서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넘어 그리스도교와 성경, 예수를 설명한다. <다시, 성경으로>는 현대인이 영성을 찾는 모습과 그리스도교의 영성 전통이 시대를 초월하여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우리는 종교를 모르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 사후세계를 안 믿으면 교회는 쓸모가 없는 곳인가요?
-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소보다 교회가 나은게 무엇이 있나요?
- 괜찮은 사람들이 오는 사교모임보다 교회 모임이 가치가 있을까요?
우리가 믿는 신앙과 영성이 조금 더 가치있게 보이려면, 교회가 보여주는 신앙의 품격이 높아져야한다. 교회 공동체와 구성원들의 삶의 모습은 그들이 추구하는 영성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보이기 위한 신앙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보여져야 한다. 신앙을 가지는 삶이 더 나은 삶이라 확신한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음을 삶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교의 영성이 개인의 삶과 맞닿을 수 있도록 다양하고 폭넓게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무종교의 시대, 우리는 어떤 그리스도교의 영성을 추구하며 살고 있을까? 성경 속 초기 교회 공동체의 영성을 다시 생각하며 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믿는 사람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은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주었다.그리고 날마다 한 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집집이 돌아가면서 빵을 떼며,
순전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양하였다.그래서 그들은 모든 사람에게서 호감을 샀다.
[사도행전 2 : 44~47]
주님께서는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여 주셨다.
1)안병무/서남동, 해방과 참여의 신학, http://www.simwon.org/index.php?mid=board_NGMa27&search_target=tag&search_keyword=%EC%95%84%EB%93%A4&document_srl=33685
2) 최승현, 2021.05.21, 개신교 인구17%, 호감도 6%…무종교인 82% “종교, 사회에 도움 안 돼”, 뉴스앤조이,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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