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사과와 배상 없는 가해자에 대한 일방적인 면책은
국민의 통치권 위임을 넘어선 반역사적 불법 행위입니다.

 

지난 3월 6일 윤석열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입었던 한국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모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안을 제시했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을 강제노동에 동원시킨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그 기업이 위자료를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2018년 대법원 전원 합의체의 판결을 부정하는 것이다. 일본이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피해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일본의 역사 부정에 대해 면죄부를 주며 주권 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버리는 굴욕 행위이다.

이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들이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라고 반발하고, 다수의 국민들 또한 크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결단이라는 추상적인 말로 정당화하며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안을 확정했다. 이렇게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입장을 앞장서 대변하였지만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공식 요구하는 등 부당한 압박을 더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수상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 독도 영유권 문제도 제기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실체인지 묻고 싶다.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그에 합당한 배상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본이 수십 차례 사과를 했다는 윤대통령의 발언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사과는 대부분 사실관계가 적시되지 않은 면피성 사과였고 몇몇 의미있는 사과 이후에는 이를 뒤집는 도발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가해자 일본이 침략과 가해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영토 분쟁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피해자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일본의 모든 책임을 면제해주면서 관계 개선을 구걸한다는 것은 반역사적이며 불법적 행위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이러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한 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모든 과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안을 즉시 철회해야 할 것이다.

2023년 3월 22일
(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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