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 본질·비본질 구분 통해 AI 올바로 이용해야”
조성실 목사(소망교회 온라인사역실장, 장신대 객원교수)가 지난 3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홈페이지에 ‘인공지능 시대의 목회’라는 주제로 글을 올렸다.
조 목사는 “목회 활동에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 반대로 인공지능의 한계를 감안하여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목회자들이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어떤 태도와 입장으로 대해야 할지는 중요한 고민거리”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먼저 수 세대에 걸쳐 축적된 ‘데이터의 바다’(sea of data)를 상상해 보아야 한다. ChatGPT는 이런 방대한 데이터 바다에서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라는 빨대를 통해 지식의 물방울을 빨아들인다”며 “이런 물방울들을 학습하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맥에 맞게 문장을 조합하여 사용자의 요청에 따른 설교문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그러나 “이 데이터 바다는 과거의 정보로만 채워져 있다. 즉, 다가오는 미래, 희망, 그리고 하나님이 제시하는 비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ChatGPT는 오직 과거의 지식 물방울만을 수집할 수 있다. 따라서, ChatGPT는 성경 본문을 분석하고, 이를 회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에서는 탁월함을 나타낼 수 있지만, 우리의 익숙한 사고방식에 도전하고, 연약한 자와 함께하며, 하나님의 마음을 바탕으로 대체적인 인식을 일깨우는 ‘예언자적 설교’를 작성하는 능력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 두 가지 시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이제는 목회자들이 인공지능에 접근하는 방법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먼저, 목회자들은 본질적이고 비본질적인 목회 사역의 구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본질적인 사역은 인간의 감성과 영성, 그리고 독창적인 창조성을 필요로 하는 목회 활동이다. 비본질적인 사역은 반복되거나 자동화가 가능한 부분”이라며 “예를 들어, 교회 주보를 만들거나, 교인들의 교적을 정리하고 심방 내용을 작성하는 등의 작업은 인공지능의 영역으로 넘겨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목회자들은 인공지능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은 글을 분석하거나, 사람처럼 언어를 이해하거나, 음악이나 미술 작품을 만드는 등 다양한 목회 사역에 활용될 수 있다”며 “하지만 각각의 영역에 필요한 인공지능 플랫폼은 모두 다르다. 목회자들은 이런 기술들을 이해하고, 교회와 회중의 필요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목사는 “마지막으로, 목회자들은 인공지능 학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인공지능의 한계를 인지하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학습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설교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면, 인공지능은 이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설교를 작성하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넓고 다양한 자료를 무분별하게 학습하는 경우, 이단 사상이 포함된 자료를 학습할 수도 있다”며 “이는 인공지능이 잘못된, 심지어는 해로운 종교적 가치를 포함하게 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신중하게 선택된 데이터를 제공하고, 인공지능이 이를 통해 올바른 종교적 가치와 가르침을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공지능이 목회의 여러 부분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목회자들은 이 기술을 수용하고, 본질과 비본질의 구분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이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존재 가치와 영성, 그리고 사랑과 돌봄이 인공지능에 의해 완전히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