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환대 정신으로 거듭나야” ‘정의로운 기독시민’ 북토크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 전문이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믿지 않는 이들에게 배타적 종교로 낙인찍혀 오해받고 있는 한국교회가 무엇보다 환대(Hospitality)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통한 교회의 공공성 회복 역시 강조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자치단체인 기독교윤리연구소는 ‘정의로운 기독시민’ 출간 이후 저술에 참여한 저자 7인의 북토크 영상을 유튜브 채널로 공유했다고 17일 밝혔다. 숭실대 베어드교양대학 교수인 성신형 기독교윤리연구소장은 “기독교인으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가 됐다”면서 “지금은 비기독교를 지나서 반기독교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대한민국의 이념 세대 성별 지역 계층 등 갈등구조가 기독교인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어서 기독교인들만의 독특한 특징을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기독교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라고 염려했다.
기독교윤리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한 학자들과 함께 3년간 연구와 토론을 거듭해 ‘정의로운 기독시민’ 책자를 발간했다고 전했다. 기윤실의 표어인 ‘공감하는 한국교회, 정의로운 기독시민’의 뒷부분을 그대로 가져오며 정의와 사랑의 하나님을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환대의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 챕터를 저술하며 앞서 언급한 정 시인의 ‘방문객’ 시를 앞부분에 소개했다. 성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사랑, 교회하면 떠올리는 사랑의 공동체 생각 가운데 사랑이란 말을 윤리적으로 가장 잘 풀어낸 용어가 환대”라고 소개했다. 그는 프랑스 현대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환대의 정의인 “낯선 이들을 자기 집으로 맞아들이는 것”을 언급했다.
이는 마태복음 25장에서 언급한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의 비유, 작은 자 한 사람에게 실천하는 환대와 연관이 있다면서 성 교수는 “환대는 나에게 돌려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집의 문을 열어 주는 것”이라고 다시 정의했다. 그런 의미에서 환대는 받을 걸 염두하고 부르는 초대와는 차이가 나는 보상을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 행위라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교회가 환대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간을 내어주고 손해를 감수함으로써 개인이 혼자서는 잘 못하는 사회적 환대의 주체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시대 교회가 왜 필요한가라고 묻는 세속 사회에 관용과 환대의 공동체 필요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로회신학대에 출강하며 공공신학 아카데미 대표를 맡고 있는 김승환 목사는 ‘신앙과 이성이 만날 때-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를 넘어서서’편을 저술하고 북토크에 함께했다. 김 대표는 크로아티아 출신 미국 성공회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의 ‘이중 보기’ 개념을 인용했다. 믿음을 가진 개인과 교회가 사회를 객관적으로 보는데 오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상대방 혹은 제3자의 관점에서 객관화된 시각으로 한 번 더 다양한 시선을 비교해보고 점검해보는 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김 대표는 질문을 배제하고 다른 의견 표출을 불순종으로 여기는 일부 근본주의적 신앙에 맞서 교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사회에서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교회로 거듭나도록 돕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의 공공성 회복과 믿음의 관점 변화 논의를 위해 성도가 먼저 공부하고 교회를 이끄는 목회자에게 책을 선물하는 일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목광수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는 ‘기독교 윤리와 정체성’을, 손승호 명지대 객원교수는 ‘한국의 시민사회 형성과 기독교’를, 김상덕 성결대 객원교수는 ‘팬데믹 시대, 기독교와 공공성을 생각하다’를, 엄국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연구원은 ‘칠극의 우정론과 시민성’을, 김성수 명지전문대 교목은 ‘디트리히 본회퍼가 알려주는 용기있는 삶’에 관해 각각 저술하고 질의응답을 나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