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맨의 불편액션 후기
LET’S 불편액션
최근 수년간 국내외의 기상이변 뉴스와 실제 상황을 접하면서 정말로 전 지구적 기후위기를 절감했다. 올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걱정하던 6월 즈음에 기윤실 뉴스레터에서 <불편액션> 캠페인 소식이 전해졌다. 기윤실 자발적불편운동본부가 ‘기아대책’, ‘행복한나눔’이라는 기독교 정신에 기반한 NGO와 함께 지난 3월 말부터 기획한 이 캠페인은, 40일 동안 지구 환경을 위해 매일 작은 행동을 참여자들이 함께 시도하고, 활동상을 SNS에 사진과 짧은 글로 올리는 젊은 감각의 액션 프로젝트이다.
근 30년간 기윤실 회원으로 이런 저런 캠페인과 활동에 참여했지만, 어느새 쉰 살이 넘고, 바쁜 직장 생활 때문에 최근에는 열심히 참여한 활동이 없었다. 그런데 “액션”이라는 단어가 주는 생동감에 기대가 되고, 다른 단체와 함께 기획하고 준비한다고 하니 기윤실에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생겨서 바로 해피빈의 <지구를 위한 40일의 실천, 불편액션 키트> 펀딩에 참여했다. 며칠 뒤 불편액션 키트를 배송 받았는데, 1회용 휴지나 물티슈 대신 빨아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뽑아 쓰는 손수건 세트’와 태어나서 처음 본 ‘고체 식기 세제(일명 설거지바)’, ‘고체 샴푸(일명 샴푸바)’도 포함되어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지구와 미래 후손을 위해 이런 소품들을 사용하는 ‘불편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됐다.
불편액션과 함께한 40일
불편액션은 여름의 끝물인 8월 8일부터 시작되었다. 매일 오전에 카카오톡채널로 그날의 미션과 그에 대한 안내가 “까톡”하고 날라 왔는데, 내용은 이미 배송 받은 <불편액션 키트>와 같았다. 그래서 매일 그날의 미션을 궁금해하며 기다리는 짜릿함은 덜했지만, 미리 다음날의 미션을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었기에, 꾸준히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고 계획을 해놓을 수 있었다. 미션을 당일 랜덤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게임하는 것 같은 재미는 있었겠지만 모든 미션을 성실히 클리어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첫 날 텀블러를 사용하는 미션부터 마지막 날 플로깅하는 미션까지 40개의 불편액션 아이템은 돌이켜 보니 아주 섬세하게 선정되고 배치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즉, 몇 가지 분야로 나뉘어 균형 있게 액션 내용이 분배된 것 같다. ⓵ 먼저, 우리가 전 지구적 기후위기를 실감할 수 있도록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거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② 내가 먹고 입고 생활하는 일상의 의식주에 변화를 줌으로써 작은 생각과 행동의 변화로 지구 환경을 배려하고 기후 약자를 도울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고, ③ 집 주변의 가게와 기관, 시설을 검색하고 직접 찾아가 체험할 수 있게 해줬고, ④ 좀 더 앞서서 헌신하는 이들을 후원하거나 그들의 정책을 지지하도록 내 몸과 관심을 돌리게 했고, ⑤ 우리 삶의 주인 되시며 해결자와 심판자가 되시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고 나의 다짐을 아뢰는 시간도 갖게 해줬다.
그리고 불편액션의 아이템들은 대부분 많은 시간이나 돈이 들어가거나, 심각한 고민과 결정을 해야만 하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날 한 번 시도해 보고, 그 효과가 본인에게 있다고 느껴지면 계속 하도록 은근히 권유하는(일명 넛지) 방식인 것 같아서 참 좋았다. 미션 중에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이용하기’와 ‘탄소 발자국 체크하기’ 같은 미션은 앞으로 수시로 해당 웹사이트와 앱에 들어가서 나와 내 주변 사람의 행동을 점검해 보는 데 아주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아직 비건은 못되었지만, 다양한 비건 제품과 비건 식당 등을 검색하면서 조금씩 비건 생활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 건강에도 좋고 지구 환경에도 좋은 비건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매일 매일 그날의 불편액션을 수행한 후에 그 흔적과 소감을 인스타그램에 “#불편액션 #지구를위한불편실천 #희망친구기아대책 #행복한나눔 #기윤실 #자발적불편”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포스팅했다. 이를 통해 인스타그램을 수시로 사용하게 되었고, 이 글이 자동으로 페이스북에도 함께 게시되면서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많은 격려와 동참 댓글을 받을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은 정말 거의 사용할 줄 몰랐었는데 40일 동안 꾸준히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친해진 것이 참 좋은 수확이다. 덕분에 많이 젊어진 것 같다.
불편액션 종료, 그리고
40개의 참신한 불편액션 미션을 이렇게 한 번만 실행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 성심껏 기획해서 진행한 이 콘텐츠와 실행 방식을 잘 패키징해서 기윤실에서 매년 진행하거나, 기후정의나 창조 질서 회복에 관심이 많은 교회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거나,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 동아리 등에서 공동체 성격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해서 수행하는 후속 캠페인 소식이 많이 들려오길 소망한다.
또한, 불편액션이 환경 관련 이슈와 더불어, 기윤실의 기본 정신인 “나의 자발적 불편으로 내 이웃이 편안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정신에 맞는 불편액션도 기획되고 캠페인되면 좋겠다. 우리 기윤실이 11년 넘게 축적해온 이웃을 섬기는 다양한 자발적 불편을 정리해서 분류하면 분명 참신하고 즐겁게 수행할 수 있는 명랑 액션들로 하루하루 지낼 수 있을 것이다.
8월 초부터 9월 16일까지 진행된 1차 불편액션 캠페인은 이제 마감했지만, 앞으로 다양한 버전의 불편액션이 계속 제안된다면 나는 계속 참가할 것이다. 점점 더 편하고, 소비하고, 대접받는 것을 추구하는 이 세상에서, 환경과 이웃을 위해 자발적으로 불편 액션을 훈련하며 일상에서 하나님의 길을 걷는 멋진 ‘기윤실맨’의 삶을 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