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 출간
갈수록 줄어드는 교세 속에 미자립·소형 교회 목회자들의 은퇴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은퇴 목회자들을 위한 은퇴 매뉴얼이 출간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24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 출판 기념회’를 열고 “한국교회 안에, 은퇴에 대한 논의는 많은데, 은퇴에 대한 매뉴얼은 없다”며 “은퇴 문제를 잘 정립하지 않으면 한국교회가 점점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척의 아름다움이 마지막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은퇴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매뉴얼이 완성된 건 아니지만, 매뉴얼을 통해 목회자들의 은퇴가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기윤실 정병오 공동대표는 “기윤실은 그동안 대형교회의 목회직 세습 문제, 교회 내 성범죄 문제, 교회 재정의 투명성과 건전성 확보 문제, 정파와 이념을 더 중시하고 경도되는 현상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며 “최근 새로운 문제를 주목하게 됐는데 바로 소형교회와 미자립교회 목회자 은퇴와 관련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 공동대표는 “‘목회자 은퇴 매뉴얼’은 은퇴 목회자의 생활비와 주거 문제 외에도 신앙 유지와 교회 공동체 소속 문제, 정신 건강의 문제까지 포함해 은퇴 목회자의 총체적인 삶의 문제를 다루었다”며 “‘은퇴 매뉴얼’을 기본 지침으로 삼되, 개별 목회자나 교회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응용하여 더욱 좋은 사례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 교회 목회자들 은퇴는 구조적인 문제, 교단이 책임져야”
경제 파트를 맡은 기윤실 김상덕 상임집행위원은 “한국교회가 성장하던 시기였다면 이런 문제가 안 생겼을 텐데, 계속해서 감소하고, 교회 수는 그렇지 않다”며 “개 교회 목회자들이 은퇴할 때마다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은 결국 구조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교단이나 사회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앙을 ‘공교회’라고 말하면서, 몸과 손과 발이고, 누구 하나 포기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은퇴 목회의 경우에는 내 몸이 아니게 된다”며 “‘이제 고생했으니, 손발을 자르자’라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에서 평생을 헌신했지만, 은퇴 후 처한 상황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상황이고, 심리적으로 원망이나, 심한 경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니, 지금이라도 교단과 교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윤실 신동식 교회신뢰운동본부장도 “목회자 상당수는 국민연금이 없는데, 그만큼 여력이 없다는 의미”라며 “목회자의 연금을 위해 처음 교육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할 때부터 교회가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개교회마다 상황이 다르니 교단 차원에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신 본부장은 목회자들에게도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비롯해 실제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신대학교 곽은진 상담학 교수는 은퇴 목회자의 심리에 관해 이야기했다. 곽 교수는 “목회자일지라도 은퇴는 준비돼야 한다”며 “현실적인 대안이나 개념의 변화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교단 차원의 대안과 대책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혼 구원 사역에 은퇴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적 측면의 은퇴는 있지만, 한 개인의 소명이나 가치의 심리적 은퇴의 영역은 이와 다르다”며 “목회자는 일터 중심의 직분은 아니다. 목회의 역할이 가치나 목적이 되면 은퇴는 사실상 없다. 여기에 은퇴 목회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퇴 이후 부르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년기의 목표가 다르게 설정되어야 한다”며 “은퇴 목회자가 겪는 심리적 어려움은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는 과정이며, 이 또한 삶의 연장선에서 또 다른 과업을 이루어 가는 단계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은 크게 ‘신앙과 심리’, ‘경제 파트’로 나뉘어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은퇴 목회자와 심리상담 ▲아름다운 작별 ▲은퇴 이후 신앙생활 ▲교단과 교회의 역할 ▲은퇴 이후 주거와 자금을 다루고 있다.
신비롬 기자 cloud@logo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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