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사 근로자 인정···“최소 기준이라도 적용해야”

기윤실 긴급포럼…법적ㆍ목회적 검토
자본주의 관점 사역 접근 태도 경계도

 

지난 8월 대법원이 교회 전도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결정을 하면서, 교계에서는 그 판결이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지난 2020년 대법원은 전도사와 달리 부목사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두 사안의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처럼 상반된 판단을 초래한 것일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백종국 교수, 이하 기윤실) 좋은사회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변호사(법무법인 에셀)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인 교회 또는 담임목사가 상당한 지위·감독을 하는지 여부와 받는 돈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代償)적 성격인지 아니면 사례인지가 결정적인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기윤실이 12월 8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긴급포럼 ‘전도사의 근로자 인정 판결이 교회에 미칠 영향과 대책’에서 이같이 말하며, 법원에서 부목사에 대해서는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향후 판례 변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기존 판결은 부목사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담임목사로부터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한국교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수직적인 관계가 추후 인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해당 사건은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근무하고 퇴직한 A씨가 임금 약 7686만원과 퇴직금 1722만여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담임목사 B씨를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재판은 1심(무죄), 2심(유죄, 벌금 700만원), 3심(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파기환송심(2심, 벌금 500만원)을 거친 끝에 지난 8월 31일 재상고심을 진행한 대법원 2부(주심:천대엽 대법관)가 상고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마무리됐다. 최초 무죄 선고 당시 법원은 A전도사와 B목사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으나, 이후부터는 A가 담임목사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았고, A가 받은 돈은 사례금이 아니라 근로의 대가라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어떤 교회와 3년간 근무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나 1년 만에 해고된 부목사 C가 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소송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1심에서 3심까지 모두 기각되는 데는 불과 1년도 소요되지 않았는데, A 전도사와 달리 C 부목사는 종속적인 근로관계를 기반으로 한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차이였다.

이 변호사는 최근 판결과 관련 “전도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됐으므로 전도사를 포함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교회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해고 제한, 근로시간, 연장근로수당 등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개념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최저임급법 등 많은 관련 법률에서 원용되는 만큼, 향후 이들에 대한 적용도 문제 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제반 여건상 전도사와 관련해 당장 근로기준법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도사가 사역을 시작할 때 교회가 표준 근로계약서에 준하는 내용으로 서면 계약을 체결하면 일단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결국 장기적으로는 교회가 근로기준법 및 기타 관련법을 제대로 준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법원에서 부목사에 대해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해도 전도사와 마찬가지로 근로 조건 등을 명시한 서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봤다.

이날 포럼에서 노동 전문가로서 제언한 이재호 노무사(위디노무사사무소 대표)도 이번 대법원의 판결과 더불어 향후 목회 현장에서의 노동 사건들의 구제 및 진정 신청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인사권 등의 주체가 되는 담임목사나 당회뿐만 아니라 일반 교회 구성원들에게도 인식의 변화를 요청하며,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뒤따르기를 기대했다. 이 노무사는 “정교분리원칙에 따라 교회에는 세속법의 적용이 가급적 제한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치외법권적 특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며 “물론 한국교회 현실상 노동법 전반의 내용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판례를 효시로 해 국민 일반에게 적용되는 최소한의 기준이 목회 현장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목회자의 입장에서 이번 판결을 바라본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교회라고 하는 현장은 법 만능주의로 결정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라면서도 “다만 이러한 판결에 이르기까지 온 과정을 보게 되면 가장 아름다워야 할 담임과 부교역자의 관계가 왜곡된 리더십에 따른 세대 간 충돌로 점철됐기 때문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모두에게 동역자 의식 회복을 과제로 제시한 신 목사는 담임목사에게는 전도사를 비롯한 부교역자들을 사역의 도구가 아닌 동역의 자산으로 여기며 섬기기를, 부교역자들을 향해서는 사역의 모든 것을 자본주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버리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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