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인정된 ‘전도사’·· 교회 행보는?

기윤실, ‘전도사 근로자 인정 판결’ 관련 긴급포럼 열어

“교회, 근로기준법 등 준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노동법이 정한 기준은 ‘최소 기준’임을 상기해야”

 

지난 9월 22일 대법원에서 교회 전도사를 근로자로 판단, 전도사의 임금을 체불한 담임목사에 대해 벌금을 확정했다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전도사의 근로자 인정 판결이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지난 8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긴급포럼을 열고 전도사의 근로자 인정 판결이 교회에 미칠 영향과 대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해당 포럼에는 법무법인에셀 이상민 변호사와 기윤실 신동식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위디노무사사무소 이재호 대표노무사 등이 참석했다.

기윤실 조성돈 공동대표는 “오늘 포럼을 통해 대법원판결을 살펴보고, 교회와 전도사의 아름다운 동역, 지속 가능한 사역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대책과 노력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고 긴급 간담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법원, 전도사 근로자로 인정·· 근로기준법 등 준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이상민 변호사는 B 전도사가 담임목사 A에 대해 낸 고발장과 1심, 2심 판결문을 토대로 설명을 이어갔다.

B 전도사는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교회에서 일했지만, 임금 약 7,600만 원과 퇴직금 약 1,700만 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임금·퇴직금 체납을 이유로 A 목사를 고소했고, 정식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전도사의 업무가 본질적으로 봉사활동이며 교회에서 받은 돈은 은전 성격의 사례비라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전도사가 담임목사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았고, B 전도사가 받은 돈은 사례금이 아니라 근로의 대가라는 점에 주목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6월 2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판시했고, 전도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점이 최초로 인정됐다. 그 후 파기환송과 재상고심을 거쳐 지난 9월 A 목사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 변호사는 “전도사가 근로자로 인정됐기에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교회는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교회는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이 적용된다”면서도 “한국교회의 제반 여건상 근로기준법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먼저 전도사가 사역을 시작할 때 서면 계약을 체결하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교회에서 근로기준법 및 기타 관련법을 제대로 준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도사는 근로자로 인정했지만, 부목사는 근로자 아니라는 재판부

전도사는 근로자로 인정하는 재판부지만, 부목사에 대해서는 근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지난 2019년 부목사 C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교회나 위임목사로부터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려움 ▲위임목사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음 ▲근로에 대한 대상적 성격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기보다는 사례 내지 생활보조의 측면에서 지급 등을 이유로 근로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C 목사는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항소를 기각, 대법원도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전도사와 달리 부목사에 대해서는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과연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부목사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담임목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고 있지 않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전도사가 받는 돈과 부목사가 받는 돈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을 수는 없다”며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부목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언젠가는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목사의 경우에도 사역을 시작할 때 근로 조건 등을 명시한 서면 계약을 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수직적인 관계가 부목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례 변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 치외법권적 특권 부여되지 않아·· 국가법 적용돼”

이재호 노무사는 “한국교회의 노동 현실을 감안할 때, 너무나도 부끄럽고 안타깝지만, 부교역자, 교회 안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인권 및 사회인으로서의 안정성을 담임목사로 대표되는 교회 리더십의 포용성과 따뜻한 인품에만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된 시대가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런 현실을 감안해 부교역자의 노동인권, 사회인으로서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적용이 필수 불가결한 일일 수밖에 없다는 걸 전제로 해 구체적인 근로 조건, 노동 내용이 적용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교역자와 교회의 상생을 위해서 사역 계약서를 작성하고 ▲해고 및 징계 ▲근로 시간·임금 ▲휴가 등에 대해 정립·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노무사는 “정교분리원칙에 따라 교회에는 세속법의 적용이 가급적 제한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치외법권적 특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회도 국가 영역 내에 존재하는 사회적 단체로서의 측면을 지니므로 그 한도 내에서 국가법이 적용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노동법 전반의 내용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한국교회 현실상 어렵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나, 근로기준법 등에서 4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등에는 적용이 제외되는 규정이 있으며, 노동법이 정한 기준은 ‘최소 기준’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목회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은, 국민 일반에게 적용되는 최소한의 기준이 목회 현장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는 매우 상식적이면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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