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시민단체들, 교육·주거·사회복지 등 22대 총선 정책 제안

총선정책제안기독시민운동연대 “그리스도인은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 환경·정의 등에 관심을 가져야”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 좋은교사운동, 희년함께 등이 만든 총선정책제안기독시민운동연대(기독시민운동연대)가 올해 4월 10일 열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책과 비전을 제안했다. 기독시민운동연대는 1월 4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육 △사회복지 △생태·환경 △주거·부동산 △한반도·평화 등 다섯 개 분야 정책 제안 발표회를 열었다.

기윤실 정병오 공동대표는 발표회 취지를 설명하며 1월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습격을 받은 사건을 언급했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피습이 우연이 아니라, 극단화하고 있는 정치가 낳은 결과라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선택받기 위해 편을 만들고 분노를 일으켜 ‘저쪽을 타파하자’는 대립 구도를 만들어 왔다. 여기에 정치적 힘을 동원하는 구조가 이어지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의 싸움이 과열되며 발생하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먼저 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교육

좋은교사운동 한성준 공동대표가 교육 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한성준 대표는 전국의 교사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고 있는 한국 교육의 현실을 언급하며 △모두를 위한 교육, 학생 중심의 교육 △경쟁 교육 완화 △학교 자율성 확대와 관료제 극복이라는 3대 의제를 중심으로 8개의 교육 정책을 제안했다.

한성준 대표는 특별히 ‘정서 행동 위기 학생’을 위한 지원 체계를 제안했다. 그는 “작년 서이초 사건으로 정서 행동 위기 학생 관련 문제가 부각됐다. 이들은 기초 학력이 부족하거나 가정에 문제가 있는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이 학생들에 대한 지원 방안이 현재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학교의 역할을 왜곡하는 ‘한 줄 세우기’ 경쟁 교육을 완화하기 위해 수평적이고 다양한 미래형 고등학교 체제와 교육 자유 특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배움의 질을 고려한 논술형 절대 평가와 국제적으로 공인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 ‘IB학교(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제안했다.

한 대표는 “IB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의 입시 체제와 고교 서열 체제에서 악용될 여지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논술형·서술형 평가가 중심인 한국식 KB학교(Korea Baccalaureate)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준 대표는 정부가 대학 서열 해소를 위한 종합 로드맵을 제시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며, 관료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역 단위로 운영하는 ‘늘봄학교’와 내부형(평교사) 교장 공모제 시행 또한 제안한다. 소규모 학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기윤실 사회복지위원회 이재민 위원장이 사회복지 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실효성 있는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 개발 방안과 대책 △독거 노인 등 고독사 예방 및 존엄한 죽음을 위한 예방적 접근을 위해 7개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재민 위원장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61만 7000원으로, 국민연금공단이 내놓은 최소 필요 노후 생활비(124만 3000원)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체계로는 베이비 붐 세대의 신노년들을 감당하기 어렵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민간형 취업·창업 지원을 강화하고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독사를 방지하는 정책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대한민국의 사회적 고립도는 2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인 10%에 세 배 가까이 된다. 이 위원장은 “고독사 예방을 위해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 이 도구로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영유아와 노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돌봄 시스템의 대상을 청년 계층까지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태·환경

생태·환경 분야는 기환연 임준형 사무국장이 발표했다. 임 국장은 기후 위기 시대 정의에 걸맞은 ‘기후정의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탈핵 에너지 전환 정책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공공성 강화 △재난 안전 체계 △농어업 정책 △난개발 방지 정책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문제 대응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임준형 국장은 “정부가 2023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감축하겠다고 했다. 감축 목표 자체가 낮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핵 발전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이다. 이는 핵 폐기물 처리와 다수의 핵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 등 당면할 문제들을 전혀 고려해 보지 않은, 현실성 없는 정책이다. 기후 재난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대응 예산을 삭감하며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사회적 약자들은 더 고통에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국장은 기후정의법 제정과 함께 ‘삭개오세’를 제안했다. 세리 삭개오가 회심 후 가난한 자의 구제를 위해 재산의 절반을 쓰고 속여 빼앗은 것은 네 갑절로 갚겠다고 한 것처럼, 기후 위기에 기여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세금 제도에 반영하자는 정책이다.

 

주거·부동산 

희년함께 이성영 전 토지정의센터장이 주거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전세 제도의 연착륙 △부담 가능 주택의 지속 공급을 위한 청약 제도 개편 △보유세 강화를 통한 주택의 투자 상품 성격 약화를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이성영 전 센터장 대신 희년함께 김덕영 상임대표가 발제했다.

김덕영 대표는 “한국은 GDP 대비 전세 보증금을 포함한 가계 부채 비율이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정부의 떠받치기 정책으로 거품이 빠지지 않아 한국 경제의 체질을 쇠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독특한 전세 세도는 전세 사기로 청년들을 빚더미에 앉히고 있다”며 전세 사기 피해 구제 대책과 함께 정책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세 자금 대출의 정부 보증 한도와 전세 보증금 보험 한도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전세 자금 대출의 정부 보증 한도를 축소하면 은행은 자신들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대출을 하지 않게 명확하게 심사한다. 또한 현재 전세 보증 보험으로 주택 가격의 90%까지 보호해 주고 있는데,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 보호를 위해서는 주택 가격과 전세 보증금 차이가 커야 한다. 전세 보증금 보호 한도를 낮춰서 전세 주택을 반 전세, 보증부 월세 주택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주거비 급등 방지를 위해 임대차 보호법을 강화하고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한반도·평화

오랫동안 남북 관계를 연구했던 윤환철 활동가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치철학적 기반 조성 △한반도 인권 차원의 정책 설정 △남북 간 접촉·협력 재개 △통일부의 대북 협상 관련 부서 보존·강화 △막연하고 일방적인 통일론 개혁 등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했다.

윤환철 활동가는 “대한민국은 전 유럽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고 남북의 포탄이 우크라이나에서 교차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라는 시대착오적 구호를 외치고 있다”며 남북이 평화 무드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법상 영토 조항으로 대표되는 흡수통일론이 아닌 상호 존중에 기반한 남북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활동가는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와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조항이 상충된다고 했다. 3조는 북한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4조는 북한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윤실 정병오 공동대표는 “과거에는 정책을 발표하며 서로 허점을 찾고 의견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줄어들었다. 저번 대선과 총선 때도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정책을 논의했지만 정당과 후보, 언론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땅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믿고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 환경과 정의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후보와 정당에 더욱 세밀한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기독 시민들이 건강한 관점과 책임 있는 자세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독시민운동연대는 1월 11일 2차 정책 발표회를 열고 △노동 △생명 존중 및 자살 예방 △이주·난민 △정치 개혁 △청년 관련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22대 총선 정책·비전 제안서는 기윤실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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