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담 허문 예수처럼… ‘배리어 프리’는 교회 사명
[교회가 새신자를 맞이하는 법] ④ 장애인
계단 일곱개. 비장애인라면 단숨에 뛰어내려가면 그만이지만 뇌병변 장애가 있는 이석희(50·더크로스처치 명예 선교사)씨에게는 그렇지 않다. 이씨가 다니는 교회는 3년 전까지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 지하에 있었다. 승강기에서 예배당까지 고작 일곱개의 계단 때문에 교회는 일요일마다 조를 짜고 그를 기다렸다가 위아래로 옮기기를 반복했다.
교회가 허물어야 할 장벽은
이씨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인들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지만 매번 도움을 받는 상황이 송구스럽고 불편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교회가 경기도 성남시로 이전하면서 불편한 상황은 크게 줄었다. 건물 전 층에 승강기가 운행되고 장애인 주차구역과 장애인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다. 이른바 ‘배리어 프리(barrier-free)’한 교회가 됐다.
배리어 프리는 장애인 또는 활동에 제약이 있는 사람이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신약 에베소서 2장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켜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물었다”고 설명한다. 에베소서 관점으로 보면 교회야말로 가장 배리어 프리해야 하는 장소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정병오 조성돈 조주희)이 지난 1월 발표한 ‘배리어 프리 교회 체크리스트(표 참조)’는 참고할 만하다. 리스트에는 주차장, 출입구와 문, 복도와 경사로, 계단, 승강기, 화장실, 안내설비와 휠체어석 등 시설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한 명의 교인으로 대해 주세요
교회가 허물어야 할 것은 물리적인 장벽만이 아니다. 이씨는 “장애인 새신자가 교회에 정착하려면 도움을 주려는 자세만큼이나 한 명의 교인으로 환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목회자가 장애인과 계속 소통하며 장애인이 자신의 필요를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애인이라고 다 똑같은 장애인이 아니다.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가 다르고, 그 안에서도 세부 분류로 갈라진다. 18년 전 특수교육 전문학교인 밀알학교를 세운 서울 강남구 남서울은혜교회(박완철 목사)가 장애 유형에 따라 부서를 세분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애인 학생을 교육하는 사회적기업 렛츠의 대표인 윤성수 성만교회 집사는 “표준 지능검사 결과 지능지수(IQ) 75~85점 사이를 경계선 지능인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또래와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특성을 모르고 무턱대고 접근하다가는 오히려 편견이 생길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회자뿐 아니라 교회 전체가 이들을 포용하고 이해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가족에 대한 관심도 중요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은 인식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뇌병변장애 1급인 정석무(43·홀리씨즈교회)씨는 지난 14일 서울 양천구 지구촌교회에서 진행된 한국밀알선교단 정기예배에서 기도 순서를 맡았다. 정씨는 전날 밤 발로 컴퓨터 자판을 눌러 기도문을 미리 작성해 교회에 전달했다. 교회는 기도문을 음성 인공지능(AI)에 입력해 예배에서 재생했다. 정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동체 안에서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며 “그 길을 찾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에 대한 돌봄 사역도 고려해볼 만하다. 경기도 부천 성만교회(이찬용 목사)는 해마다 한 차례씩 국내외로 부모를 위한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부모와 자녀는 잠만 함께 자고 대부분의 일정을 따로 소화한다. 이찬용 목사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대부분은 24시간 누군가를 곁에서 돌봐야 한다”며 “교회가 장애인을 섬긴다고 하면 그 뒤에 있는 가족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박윤서 인턴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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