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1030 자살 적신호…‘끙끙 앓지 말고 상담소 찾아가세요’
10·20·3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
청년들, 일반 고민부터 신앙 고민까지 털어놓을 수 있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번’ 운영
20대 여성 A씨는 이달 초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오랫동안 불면증과 우울증 증상을 보여 고민 끝에 의학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의사와 상담을 하면서 신앙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보니 온전히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기독교 상담센터였다. 정신적 상담뿐만 아니라 신앙적 고민도 함께 상담받으면서 A씨의 상태는 크게 호전돼 일상 복귀 후에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생명존중시민회의(상임대표 태범석)이 최근 국내외 통계자료들을 분석해 만든 ‘2024년 자살대책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10대 사망원인에서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은 42.3%다. 20대는 50.6%, 30대는 37.9%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자살 시도율이 증가하고 있어 맞춤 상담을 위한 장이 넓어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교계가 청소년·청년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맞춤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 상담뿐만 아니라 신앙적 고민까지 상담받을 수 있다. 단순 상담을 넘어 복음적 해결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산하 청년회전국연합회(전국장청·회장 이중지)는 2022년부터 ‘베델회복공동체’와 손잡고 중독·우울증·자살 시도 등 다양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무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일 1.5명의 청년이 상담을 받았다. 프로그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신청자들에게는 중독 회복을 위한 영상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강의안이 제공된다.
이중지 회장은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청년들의 각종 중독과 우울증 등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며 “청년들의 회복을 돕기 위해 베델회복공동체와 연합하게 됐다”고 상담 프로그램 운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일반 상담은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하지만, 기독교 상담은 다르다”며 “기독교 전문 상담사가 청년 각자 상황에 맞게 상담을 진행한다. 복음적 메시지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도 청년들 마음 건강 회복을 위한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 상담을 해오고 있다. 청년들의 고민과 고통을 함께하며 심리 진단과 전문가 상담 등을 통해 청년들이 자신을 돌보고 전인적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대표 조성돈)는 자살 예방캠페인과 인식개선 교육, 자살 유가족 돌봄 사역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정부 또한 자살예방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2024년부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번’ 통합 운영을 시작했다.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이사는 “한국의 자살예방 관련 대책이 수년 동안 옆걸음 양상이어서 안타깝다”며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도록 자살대책 기본법을 제정하고 자살대책을 총괄하는 상설조직이 가동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행동에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