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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에게 잠시 숨 돌릴 틈, 침묵의 공간, 웃음짓는 여유를 제공하고 있나요? 제 친구들은 잠들기 전 하늘을 보고, 집 앞 동산에 오르고, 귀여운 동물들의 영상을 보고, 꾸준히 수영을 하고,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자전거를 타며 석양을 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마다의 숨을 쉬고, 여유를 만들고 있더라구요.

그것들은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분명 내 옆 사람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혼이 너무 메마르거나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마음이 너무 좁아지지 않도록 나를 돌볼 때, 곁에 누군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세상이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지만, 직장 상사의 부당한 처사에 화가 나지만, 육아에 몸이 고단하지만, 우주에 떠있는 달을 보면 그냥 마음이 편해진다는 지인을 보며, 우리 모두에게는 ‘달’같은 쉼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이 세계를 버티게 하는 그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어졌습니다. – 시앤 드림


🌊 리뷰 파도타기

<삼체> 리뷰_세계를 멸망시키지 않는 법

글_제르(구자창 기윤실 청년운동본부장)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페르미 역설’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망명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1901~1954년)가 이를 처음 언급했다. 페르미와 에드워드 텔러, 허버트 요크, 에밀 코노핀스키 등 4명의 과학자들은 1950년 여름 미국 로스앨러모스에서 모여 외계문명의 존재 유무에 대해 대화했다.

  이들은 우리 은하에 통신이 가능한 고등 외계문명의 숫자가 얼마나 될지 얘기했다. 우리 은하에만 태양 같은 항성이 최소 1000억개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인류밖에 없다는 결론이야말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페르미와 다른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에 고등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직접 계산해봤다. 이른바 ‘페르미의 방정식’이다. 우리 은하에서 별이 형성되는 속도, 지구를 행성으로 거느린 태양과 같은 항성의 비율, 생명에 적합한 환경을 지닌 행성의 숫자 등등. 낙관적으로 계산하면 약 100만개의 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페르미는 다음과 같이 질문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그들은 어디 있는가?(Where are they?)” 단순하지만 모두의 입을 다물게 만든 질문이었다. 외계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그렇게 높다는데, 정작 지금까지 그들과 소통이 이뤄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지적이었다.

  과학자들은 페르미 역설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 시도했다. 그중에는 ‘어둠의 숲 가설(Dark Forest Hypothesis)’이라는 흥미로운 답변이 있다. 이 가설의 대전제는 우주에 존재하는 고등 문명은 서로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략)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3 Body Problem)은 바로 이 어둠의 숲 가설을 뼈대로 한 SF다. 원작은 중국의 작가 류츠신이 쓴 소설 3부작이다. 넷플릭스에 있는 삼체 시즌 1은 소설 1부에 해당한다. 여기서 삼체는 태양을 3개 가진 항성계(삼중 항성계)에 있는 가상의 외계문명을 가리킨다. 우리의 지구가 있는 태양계는 항성이 하나인 일체다. 항성이 두 개면 이체, 세 개면 삼체가 된다. 태양이 하나라면, 여기에 딸린 행성의 공전 궤도는 쉽게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양이 3개인 항성계에서는 행성의 공전 궤도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삼체 문제의 핵심이다. 현 인류가 달성한 물리학 수준에서는 여기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다.

ⓒ넷플릭스 I <삼체> 스틸컷. 오른쪽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예원제(진 쳉 분) 박사.

(중략)

  내게는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공상과학을 넘어 한 영혼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것으로 읽혔다. 단 하나의 영혼에는 온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반대로 이는 단 하나의 영혼에 온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얘기도 된다. 만약 예원제를 끝까지 배신하지 않거나 절망하지 않도록 위로해준 단 한 사람이 있었다면, 삼체인을 지구에 끌어들이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그가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단 한 사람이 있었다면, 세계의 멸망을 바라는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세계를 파괴한 경험이 있다. 다른 사람을 험담하거나 미워하거나 속이거나 배신하거나 무관심할 때 우리는 세계를 멸망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영혼은 곧 하나의 세계이므로. 우리는 이 세계를 구원하는 경험을 한 적도 있다. 누군가를 칭찬하고 사랑하고 진실하게 대하고 신뢰를 지키고 친절을 베풀 때 우리는 세계를 구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영혼은 하나의 세계와 다름 없으므로.

  이처럼 우리는 매일 수많은 순간에 멸망과 구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우리의 무수한 선택들이 쌓이고 쌓여 세계의 운명을 결정한다. 가족과 친구, 이웃뿐만 아니라 잠시 잠깐 스쳐지나가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관계없이, 이 일은 매일 같이 우리에게 일어난다. 이 세계를 멸망시키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한 사람을 절망에 빠뜨리지 않는 것, 바로 여기에 이 세계의 운명이 달려 있다.

리뷰파도타기 <삼체>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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