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로마의 레나투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은 로마 시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로마를 통한 평화(Pax Romana)를 가장 잘 보여주면서, 현실적인 차원에서 평화를 지키려면 힘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끊임없는 갈등과 다툼, 그리고 폭력의 시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갈등은 우리의 삶의 상수가 되어 있습니다. 저희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기독교윤리연구소에서는 갈등의 존재인 인간을 바라보면서 갈등과 폭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이 한 권의 책을 준비했습니다.

기윤실 윤리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기독교윤리적인 차원에서 갈등과 폭력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구조적인 폭력에 저항하는 거시적인 담론의 윤리적 접근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일상에서 평화를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을 풀어내면서 연구위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든 글을 묶어서 내게 되었습니다. (서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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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화를 일구는 공동체』표지,  ⓒ도서출판 기윤실

 

『일상의 평화를 일구는 공동체』 서론

일찍이 로마의 레나투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은 로마 시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로마를 통한 평화(Pax Romana)를 가장 잘 보여주면서, 현실적인 차원에서 평화를 지키려면 힘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끊임없는 갈등과 다툼, 그리고 폭력의 시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갈등은 우리의 삶의 상수가 되어 있습니다. 저희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기독교윤리연구소에서는 갈등의 존재인 인간을 바라보면서 갈등과 폭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이 한 권의 책을 준비했습니다.

기윤실 윤리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기독교윤리적인 차원에서 갈등과 폭력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구조적인 폭력에 저항하는 거시적인 담론의 윤리적 접근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일상에서 평화를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을 풀어내면서 연구위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든 글을 묶어서 내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글은 저의 글입니다. 우선 오늘 한국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폭력의 양상과 그 원인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의 일상 가운데 너무 깊게 자리 잡은 혐오와 배제의 메커니즘은 우리의 심리적인 기저에 자리 잡은 ‘수치심’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희생양’ 메커니즘을 통해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또한, 철학적인 차원에서는 자아 형성 과정에서 동일성의 자아와 주체성의 자아 형성의 과정이 균형 잡히지 못한 개인이나 집단에서 폭력성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드러난 폭력에 저항하면서 살기 위해서 상대방을 없애는 승리의 방식이 아닌, 폭력을 줄여나가는 현실적인 방법을 추구합니다. 이는 ‘감폭력’입니다. 이런 과정을 위해서 상대방과 나를 구분 짓는 율법 교사의 방식이 아니라,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주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방식, 즉 ‘되기의 윤리’를 추구합니다.

두 번째 글은 목광수 박사님의 글입니다. 목광수 교수님은 어떻게 현대 사회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폭력의 양상이 우리의 일상에 깊게 스며들게 되었는지 진단합니다. 현대 사회의 폭력은 가시적인 폭력보다도 비가시적인 폭력이 더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깊게 자리 잡은 일상의 폭력은 마치 개인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인류를 경쟁으로 몰고 가는 거대한 사회가 만들어 놓은 구조적인 폭력입니다. 이러한 폭력은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또한, 구조적인 폭력은 우리의 삶의 감정에도 드러납니다. 왜냐하면, 일상의 폭력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촉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서 함께 외치면서(Shouting), 폭력의 가능성과 구조를 바꿔내는 거시적인 차원의 노력(Switching)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보여주는 작은 실천이 매우 중요합니다(Showing). 끝으로 이 모든 과정은 자기 존중(Self-respecting)을 통해서 구현됩니다.

세 번째 글은 김승환 박사님의 글입니다. 김승환 박사님은 우리가 주로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인 도시를 들여다봅니다. 도시에서 우리의 일상은 왜곡된 자본주의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도구화되면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경쟁은 속도와 전쟁하게 합니다. 그야말로 자본과 욕망으로 무너져버린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삶 속에서 기독교인은 일상의 영성을 회복하고 거룩 에로의 전환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를 이해서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하나의 예배(예전)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일상 가운데에서 제도적이고 교리적인 종교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관계적인 영성을 추구할 때에 가능합니다. 빠름보다는 잠시 멈춤을, 혐오와 배제보다는 환대를,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추구하면서 함께 순례의 길을 걸어가다 보면, 왜곡된 도시가 주는 폭력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날 수 있습니다.

손승호 박사님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이해한 평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처음 평화의 역사는 민족주의에서 시작합니다. 이는 기독교가 처음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에서 반일민족주의적인 관점으로 표현됩니다. 이러한 민족운동에는 무력으로 저항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당한 전쟁론이 그 이론적인 배경이 되었습니다. 한편 삼일운동 이후 한국 사회는 비폭력저항의 흐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국주의가 강화되고 일본이 침략전쟁을 통해서 세계의 제국으로 등장하는 시기에 한국 기독교인들은 일제의 전쟁 도구가 되고 맙니다. 물론 신사참배에 거부하기도 했지만, 다수는 제국주의에 무릎을 꿇게 되었습니다. 이후 분단과 냉전의 상황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은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을 통해서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특히 함석헌 선생님의 사상은 의미 있는 울림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노력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분단의 상황에서 평화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다음은 박혜인 박사님의 글입니다. 박혜인 박사님은 영화 두 편을 통해서 일상의 폭력을 성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영화는 <벌새>입니다. 벌새의 주인공인 여중생 은희는 가정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폭력을 경험합니다. 동시에 사회적 참사인 성수대교 붕괴를 경험합니다. 자신을 이해해준 유일한 선생님을 이 참사로 잃어버립니다. <헤어질 결심>은 폭력 너머의 사랑에 도달하고 싶은 주인공 조선족 서래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의 끊임없은 폭력에 지쳐 살다가, 사랑이라는 탈출구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합니다. 이방인으로서 살아내려고 발버둥 쳐보았지만, 폭력의 악순환에 지쳐서, 그렇게 사라져버렸습니다. 박혜인 박사는 이러한 이야기를 버틀러의 생각인 ‘윤리적 폭력’과 연결 지어서 설명합니다.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구성하려는 자기동일성의 폭력입니다. 이 폭력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호의존의 중요함, 즉 관계성의 의미를 파악해야 합니다.

엄국화 박사님은 동북아시아의 유교 전통에서 평화의 의미를 다루었습니다. 평화를 주제로 유교의 경전을 다루었습니다. 엄국화 박사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경전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대학>이 말하는 평천하(平天下), <주역>의 지천태(地天泰)와 천지비(天地否), <중용>의 치중화(致中和), 그리고 <맹자>의 왕도정치가 그 이야기들입니다. ‘평천하’는 덕으로 나를 밝히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일상의 평화에서 출발합니다. ‘지천태’는 만물이 서로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형상을 말하고 ‘천지비’는 하늘과 땅이 서로 소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치중화’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왕도정치’는 덕으로 인을 추구하는 정치를 말합니다. 이러한 동북아시아의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일상의 평화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면에서 지혜를 전달해줍니다.

끝으로 김성수 박사님의 논문을 부록으로 함께 묶었습니다. 김성수 박사님은 오늘날 노인들에게 전가되는 폭력의 양상을 비판하면서 존엄성의 관점에서 기독교 윤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노인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또한 점점 더 심화하고 있습니다. 김성수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교회가 공적 책임을 지는 자세로 노인 빈곤 극복을 위해서 노력하면서, 법률적인 차원에서 빈곤을 개선하고, 사회적인 이웃 사랑의 정신을 실현해야 함을 주장합니다.

이상의 일곱편의 글을 통해서 폭력에 저항하면서 일상의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성찰을 해보았습니다. 최대한 쉽게 이야기 하듯이 설명해보려고 했습니다. 추후에 독자들과 함께 만나서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준비했습니다. 본 책이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그 윤리적인 책임을 조금 이나마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4년 5월 13일

상도동 연구실에서

성신형 박사

 

# 목차 및 저자 소개

서론

갈등 사회를 살아가는 기독인을 위한 윤리

성신형(숭실대학교 베어드교양대학 부교수, 기독교윤리연구소 소장)

구조적 폭력과 일상의 폭력

목광수(서울 시립대 철학과 교수)

왜곡된 도시의 일상과 평화의 에클레시아

김승환(장신대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한국기독교의 평화 이해 역사

손승호(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객원교수)

가깝지만 먼 당신: 영화 <벌새>와 <헤어질 결심>을 통해 본 윤리적 폭력

박혜인(기윤길 기독교윤리연구소 연구위원)

동양고전에서 일상(日常)과 평화(平和)

엄국화(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부록: 품위 있는 사회와 노인의 존엄성

김성수(평택대학교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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