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난 광복절, 교회 반응도 양분
신임 독립기념관장 문제로 갈등 격화
한교총 “작은 사안…한곳 모였어야”
기윤실, ‘친일파 옹호’ 관장 사퇴 촉구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으로 촉발된 사상 초유의 ‘두 쪽 난 광복절’의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경축식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완전한 광복의 실현”이라고 말했지만, 남북 분단을 해결하기는커녕 이번 사태로 인해 현재 남한 사회의 심각한 좌우 이념 갈등 양상만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교회 안에서조차 이번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반쪽 기념식 관련 양분된 입장이 나왔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은 반쪽 행사로 열린 광복 79주년 기념식과 관련해 이튿날인 8월 16일 ‘반대하더라도 한곳에 모여야 했다’라는 제목의 대표회장단 명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교총은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주권을 빼앗긴 채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겪었던 굴욕에서 벗어난 해방의 날이요, 잃어버린 나라의 빛을 다시 찾은 광복의 날”이라며 “그 어떤 논리로도 모든 국민이 함께 누려야 할 광복의 기쁨을, 그리고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투쟁과 헌신을 기념하는 일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피력했다.
이번 일의 원인이 된 독립기념관장 임명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겪어온 수많은 일들과 비교해 볼 때 작은 사안에 불과하다. 역사 인식의 부재라는 명분으로 역사의 더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라면서 이 정도의 갈등조차 풀지 못해 기념식에조차 함께하지 못한 것은 일제의 압박을 견뎌내며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반대하더라도 국민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광복절만큼은 지역과 종교, 정당과 이념을 초월해 하나가 됐던 그때의 선배들을 기억해야 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이에 앞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백종국, 이하 기윤실)은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 성명을 내고 친일파와 식민 지배 옹호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반성과 사퇴를 촉구했다. 성명에는 김형석 관장이 그동안 여러 저술과 발언을 통해 주장해 온 언행들이 나열됐으며,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 독립을 위해 노력해 온 선조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는 내용이 담겼다. 김 관장이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한 부분과 명백한 친일 활동을 옹호하고 일제 강점기의 합법성을 주장한 부분 등을 짚었다.
기윤실은 특별히 그가 총신대 교수와 고신대 석좌교수를 지내며 기독교계에서 활동해 온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친일 옹호 행적이 “초기 한국 교회가 민족의 독립운동에 헌신한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향해 “독립 정신을 기리기 위해 국민 성금으로 만들어진 독립기념관의 설립 취지와 역사성을 부정한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적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에 나서주길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