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무조건적 환대 어려우나 가치있는 도전”
이주민 환대, 기독교윤리학적 측면에서 해석
“무조건적 환대와 조건적 환대가 동시에 이뤄져야”
“이방인 환대는 ‘이웃사랑’ 성경적 명령”
무조건적 환대가 기독교 정치윤리학적으로 어려운 선택이지만 성찰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6일 열린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 세미나에서다. 이번 행사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포스트아모르연구단이 공동주최해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내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국가를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지난 1월 법무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인구는 250만명으로 전체 인구 4.89%를 기록했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이주민에 대한 환대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 윤리학적 측면에서 우리는 이주민 ‘환대’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김혜령 이화여대 포스트아모르연구단 교수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의견을 인용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데리다가 강조하는 것은 이주민을 향한 조건 없는 환대와 조건적 환대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무조건적인 환대는 이들에 대한 순수한 환대이며 조건적 환대는 조건을 설정해 이주민을 받는 관용이다.
김 교수는 “데리다의 주장 중 흔하게 마주하는 오독이 무조건적 환대만을 강조하는 것, 관용을 무조건적 확대라고 착각하는 것, 무조건적 환대가 인간의 한계이며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왜 우리가 풍요를 포기하고 이주민 무조건적 환대를 위한 법적 제정을 추구해야 하는지 질문을 마주할 수 있다”며 “무조건적 환대는 법적 정치적으로 다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법적 정치적 환대의 전제”라고 자답했다. 김 교수는 이주민에게 사랑을 통한 무조건적 환대를 베풀어야 가장 큰 범위의 환대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세진 변호사는 “법무법인 어필에서 활동하며 난민 반대 운동의 선두에 선 단체 중 기독교 단체를 자주 마주한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어필은 난민 권익을 옹호하는 공익법센터다. 김 변호사는 “참정권을 갖고 있지 않은 이주민을 위한 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 “그런데도 이들을 위해 계속 운동을 하는 것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을 예시로 들었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은 외국인의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하는 법이다. 김 변호사는 “이 법을 개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며 “현재 헌법재판소는 이 법이 과잉금지원칙과 적법 절차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주민 권익 확장에 있어 긍정적 경험”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