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이주민 노동자 등 이방인 환대 명시”
기윤실·포스트아모르연구단, 26일 한국기독교회관서 이주민 관련 세미나 개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포스트아모르연구단은 26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기독교 정치윤리학의 비판적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혜령 교수(이화여대)는 “성경에는 이방인의 차별을 금지하고 환대할 것을 가르치는 관련 구절들이 많다”며 “성경은 ‘게르’ ‘토샤브’ ‘자르’ ‘네카르’ ‘노크리’로 이방인을 표현하며 환대와 배제의 기준을 제시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성경이 환대의 대상으로서 이방인을 표현하는 단어는 ‘게르’ ‘토샤브’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 22:21, 출 23:12, 레 19:10 구절에서 ‘게르’로 표현된 ‘이방인’은 자신이 태어난 공동체를 떠나 유대교로 개종해 이스라엘을 여행하거나 그곳에서 일용직 노동력을 제공하며 생계를 유지한 ‘이주민’을 뜻한다”며 “이 구절들은 이스라엘의 나그네 보호법의 핵심을 이룬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 35:15, 레 25:6-7 구절에서 ‘토샤브’로 표현된 ‘이방인’은 ’게르’에 비해 단기나 임시로 체류하는 외국인을 지칭하는 말로 종교와 사회면에서 이스라엘 민족에 덜 동질화됐으나 최소한 유대교에 호의적 태도를 지닌 자들”이라며 “그럼에도 이들은 이스라엘 백성처럼 ’도피성 사용’(민35:15), ‘안식년 소출 공유’(레 25:6-7)도 가능했다”고 했다.
그러나 “‘자르’(사1:7)와 ‘네카르’(느9:2)·‘노크리’(신 15:3)로 표현된 이방인은 각각 ‘이스라엘 국가를 짓밟은 열강 국민들’ ‘국적이 다른 외국인’을 의미하며 그들을 배제할 때 사용되는 부정적인 용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히브리 성경이 환대와 적대를 나누는 결정적 기준은 ‘도래한 이방인을 돌봐줄 자국이나 자민족 공동체가 존재하는가’와 관련이 있다. 즉 이방인의 환대 기준이 ‘종교’보다 ‘가난’, ‘생명의 위협’ 등 위급성과 취약성을 환대의 본질로 삼았다”며 “하지만 ‘게르와 토샤브’처럼 정결 공동체로서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않은 선량한 외국인임이 확인돼야 나그네 보호법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김혜령 교수는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이주민 노동자들 가운데 그들의 국가가 종교탄압, 빈곤과 기아, 전염병과 전쟁, 정치적 위협, 인종학살 등 국민의 생명과 삶을 지켜줄 수 없는 상황에 처했으면서, 대한민국 체제에 순응하는 선량한 외국인임이 확인됐다면 ‘게르’와 ‘토샤브’에 해당돼 성경의 나그네 환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 대목에서 “극단주의 이슬람테러가 전 세례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체류하길 원하는 무슬림 노동자나 난민이 선량한 자인지 확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히브리 성경에 기초한 기독교의 환대 복음을 적용하기란 무리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선교적 목적을 위해 이주 노동자 등을 돌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복음주의 계열의 로잔 운동의 선언은 영혼 구령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고, 사회적 책임엔 외국인 이주 노동자 등 가난에 취약한 이방인을 위한 돌봄 등이 포함되며, 이는 선교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며 ’3차 케이프타운 선언 10.’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로잔 언약의 정교분리는 기독교의 국교화는 거부하면서, 교회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신앙의 자유’를 국가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교회는 하나님의 명령을 금하지 않는 조건 하에 ‘신앙의 자유’를 보호할 의무를 지닌 국가에 복종한다고 했다”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복종적 정교분리’에 기초한 복음주의의 국가관은 국가의 통치 권력 자체를 신앙의 자유를 보장할 목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승인받은 신성한 권력으로 인지하기에, ‘신앙의 자유’ 침해를 제외한 국가의 여타 불의에 대해 용인하거나 묵인하도록 추동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 이주민 노동자 다수의 체류를 결정하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행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한 국내 사업장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를 받아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하는 제도다.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서비스업 등 5개 업종이 대상이다.
김혜령 교수는 이 제도에 대해 “지난해 그나마 사업장 변경 횟수를 3년간 3회로 제한했던 규정에서 더 후퇴해 이주 노동자가 권역별 단위 안에서만 사업장을 변경하도록 개정됐다”며 “이로 인해 이주 노동자의 직장 선택의 자유가 현격히 침해되고, 노동 현장에서 임금체불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곽호철 교수(연세대), 김세진 변호사(법무법인에셀)가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