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이주 배경인구가 5%를 넘어서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됩니다. 지난해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민 수는 약 226만명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총인구 대비 4.4% 수치로 한국 사회도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최근 이주 노동자, 다문화 사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환대’보다 ‘차별’이 더 많은 뉴스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맞이한 한국 사회와 교회가 고민해볼만한 주제의 세미나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기윤실과 포스트아모르연구단이 공동주최하였으며,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 을 주제로, 기독교 정치윤리학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해 보았습니다. 아울러 환대를 상실한 이 시대를 진단하고, 새로운 윤리를 제언하는 자리였습니다. 관련 내용 전해드립니다.
성신형 교수(숭실대, 기윤실 기독교윤리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이주민 환대 세미나>를 시작하였습니다. 성신형 교수는 “오늘 이 세미나를 통해 환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세미나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포스트아모르연구단 연구책임자)는 “주권 국가의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에 대한 기독교 정치윤리학적 연구 – 한국 보수개신교의 ‘적대’와 ‘무관심’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를 시작하였습니다. 김혜령 교수는 본 연구의 목표를, 한국 보수개신교의 이주민을 향한 ‘적대’와 ‘무관심’의 근원을 추적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자크 데리다의 ‘이주민 환대의 불가능성’과 ‘어려운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은 취약한 이주민을 ‘야박한 조건들’로 통제하면서, 세계의 조건적 환대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대표적 ‘이주 악당 국가’이며,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다면, 대한민국의 외국인 노동자 환대 수준은 여전히 히브리 성서가 가르치는 후한 환대의 기준에 현격히 미달한다고 진단하였습니다. 아울러 한국 보수 개신교를 양분하는 ‘극우주의’와 ‘복음주의’ 국가관에 대한 분석을 제시하였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베푸는 ‘삶의 환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주민’이 지금 당장 인간의 나라에 머물 수 있는 권리를 얻어야만 하며, 인간의 나라가 정의라고 우기는 정의는, 무조건적 환대를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진 진짜 정의로 계속해서 꾸짖어지고 변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곽호철 교수(연세대, 포스트아모르연구단 연구원)는 “한국교회 타자 환대의 천진난만성과 악의적 타자 배타성”을 주제로 첫 번째 지정 토론을 담당하였습니다. 곽호철 교수는 김혜령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주권 국가가 드러내는 이주민 환대의 불가능성을 한국 보수개신교의 적대와 무관심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동조하고 방관하며 이주민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분석하며,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을 모색한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에 대한 한국 보수개신교의 ‘적대’와 ‘무관심’을 주제로 한 이 논문이 여러 층위에서 심도 깊게 살펴야 할 신앙적, 정치적, 윤리적 문제들을 일깨워주며, 보수 개신교 뿐만이 아니라 개신교 전체가 이주민 환대의 지상명령을 삶과 법으로 구체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세진 변호사(법무법인 에셀, 기윤실 상집위원)는 “이주민·난민 문제에 대한 한국 개신교의 법적·제도적 개선 차원 접근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주제로 두 번째 지정토론에 나섰습니다. 김세진 변호사는 난민의 권익을 옹호하는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약 10년간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난민 반대 운동의 선두에 선 단체들이 기독교 단체들이라는 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김혜령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이주민을 환대하는 방향으로 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길이 ‘어려운’ 길임은 분명하지만, 그 길이 막혀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열려 있는 도전할 가치가 있는 길임을 시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 기존 법의 부당함을 인식하고, 법 외부의 절대적 정의에 따라 법을 재구성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이주민들이 겪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의 법과 제도를 연구하고 비판하며 개선하려는 기독시민적 활동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엔, 온/오프라인 참가자들의 질의와 발표자들의 답변이 오고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윤실 유튜브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윤실 기독교윤리연구소는 차기 연구 주제로 ‘공감’과 ‘환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포스트아모르연구단과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기윤실도 기독교의 공감과 환대의 정신을 되살리는 일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