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기독교인들
2024 희년실천주일 연합예배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예배’
이철빈 위원장(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대책위원회)이 희년실천주일 연합예배에서 자신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겪은 어려움을 증언하고, 모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주거 문제를 가볍게 여기거나 세속적인 문제로 치부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를 봤다. 그는 2021년 10월 송파구에 한 빌라에 세입자로 들어갔다. 입대 사업자는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있다. 계약을 맺을 당시 집주인은 이철빈 위원장에게 보증보험에 가입하기로 약속했지만, 입주 후 몇 개월이 지나도 집주인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얼마 뒤 이철빈 위원장은 집주인에게 세무서 압류가 걸려 있으며, 과거에 대위변제 이력이 있어 보증보험 가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의 집 주인은 1,139채의 주택을 소유했던 ‘빌라왕’ 김대성이었다. 김대성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로 엄청난 규모의 빌라를 사들이고 임차인들의 전세자금을 가로챘다. 이후 종부세 62억 원을 납부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김 씨는 2022년 10월 돌연 사망했다.
김 씨의 사망으로 세입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계약 기간 만료 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대신 받을 수 있다.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돈을 받아낸다. 그러나 김 씨의 사망은 세입자로 하여금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철빈 위원장은 허술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피해자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벌써 (피해를 입은지) 2년이 지나고 있는데 참 바뀌는 게 없다”며 “힘없고 보이지 않는 소수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밀려나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에게 더 좋은 집과 이익을 약속하면서 입을 막아온 우리들의 관성과 세입자로 살아나면 2등 신인이고 집을 가져야만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정해 온 우리 사회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법이 생기고 제도가 조금씩 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만 명의 피해자들은 방치되어 있다. 부동산의 문제로 누군가가 죽는다”며 “주거 문제를 가볍게 여기거나 세속적인 돈의 문제라고 치부하면서 외면하지 말아달라. 피해자를 구제하고 제도를 바꾸는 일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자와 주거불안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 잘못이 절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잘못했다. 자책하지 마시길 바라고 함께 연대하며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전세사기피해자들은 계속해서 그에 대한 구제와 해결책 마련을 요구해왔지만, 정부와 국회, 사회로부터 외면받으며 지난 5월 28일에는 21대 국회에서 선구제 후구상안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이 간신히 통과되었음에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인해 결국 법안이 최종폐기되기도 했다.
설교를 맡은 김근주 목사(일산은혜교회 청년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는 미가 2장 1~5절을 바탕으로 구약성서가 집과 밭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전했다. 김 목사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들의 권력과 경제력을 이용해서 합법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쑥대밭으로 만들어갈 때 하나님은 그들에게 그대로 돌아가게 되고 쫓겨나게 될 거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안전과 평화의 기준은 전세사기 피해자들, 희생자들, 그 가족들의 삶이 피해 이후에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달려 있다”며 “우리 모두가 생명의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권면했다.
희년실천주일은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의 희년정신을 되새기고, 서로 가르치며, 스스로 실천하도록 격려하는 주일이다. 올해 희년실천주일 연합예배는 “정의로운 주거권”이란 주제로, 전세사기피해자들과 함께 드렸다. “정의로운 주거권”이란 전세사기 피해, 종부세 폐지, 땅 투기 불로소득, 영끌(청년세대 불안정), 순살아파트 등 오늘날 대한민국에 나타나 있는 주거 불의를비판하며, 교회가 사람들이 살아감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주거권에 관심을 갖고, 주거약자 및 주거불안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본 예배는 희년함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서한국, 뉴스앤조이, 성공회대 희년연구소,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함께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