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10•27 2백만 한국교회 연합예배’ 우려 표명

“목적이 악법 저지라는 정치적 이슈이고 장소 또한 광화문이라는 정치적 상징성 가진 곳”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오는 27일 오후 2시 광화문 일대에서 개최되는 ‘한국교회 2백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기윤실은 2일 발표한 성명에서 “예배와 기도회를 빙자한 주일 정치집회를 공교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교단 헌법의 예배 정신을 훼손하고 교회 사회 참여에 대한 신학적 기초를 흔드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교총, 한장총, 한교연 등 연합기관과 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 교단이 참여하는 2백만 연합예배는 마약과 동성애를 포함한 중독 문제, 차별금지법 등 각종 반인륜적·반성경적 법률제정의 시도, 저출생 고령화, 경제 동력 상실, 세대간·지역간·진영간의 대립과 갈등, 붕괴되고 있는 교육현장 등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들 앞에서 한국교회가 회개와 헌신의 마음으로 기도함으로 건강한 가정, 거룩한 나라로 거듭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연합예배의 공동대회장인 정성진 목사는 지난 9월 20일 뉴스파워와 인터뷰에서 “연합예배는 회개와 각성, 그리고 성격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내용으로 진행될 것이며 정치성을 배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또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광화문세력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배의 순수성을 밝혔다.

하지만 기윤실은 “예배와 기도회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 목적이 악법 저지라는 정치적 이슈이고 장소 또한 광화문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곳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정치 집회의 성격이 강한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일성수와 온전한 예배에 대한 문제와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한 신학적 기준 면에서 교회와 교인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윤실은 “개교회는 연합예배에 참여하라는 총회의 결정이 하나님과 말씀과 교단 헌법에 일치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만약 총회의 결정이 말씀과 교단 헌법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각 당회는 이 결정을 따르지 않고 그 이유를 교인들에게 설명해야 하며 이번 집회 참여를 결정한 교단들은 졸속적인 결정 과정을 돌아보아 그에 대한 반성과 회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예배와 기도회를 빙자한 주일 정치집회를 공교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교단 헌법의 예배 정신을 훼손하고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한 신학적 기초를 흔드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지난 9월, 예수교 장로회의 주요 교단인 합동, 통합, 고신, 합신, 대신, 백석 총회가 오는 10월 27일 주일 오후 2시 광화문에서 개최되는 “악법 저지를 위한 한국교회 2백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참여를 결정했다. 앞서 7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동성 동반자도 사실혼 관계의 이성 배우자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손현보 목사, 오정현 목사 등이 분노를 표하며 종교개혁 기념 주일인 10월 27일에 개신교회가 단결하여 악법 저지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고, 9월 9일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라는 이름의 조직위원회를 꾸렸으며, 교단 총회 주간에 각 교단을 순회하며 총회 차원의 참석 결정을 이끌어냈다.

예수교장로회 대다수의 교단이 총회 차원에서 참석을 결정한 10월 27일 광화문 집회는 예배와 기도회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 목적이 악법 저지라는 정치적 이슈이고 장소 또한 광화문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곳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정치 집회의 성격이 강한 모임이다. 그렇기에 이번 총회의 결정은 그 동안 교회가 유지해왔던 주일성수와 온전한 예배에 대한 문제와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한 신학적 기준 면에서 교회와 교인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지금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겪고 있는 혼란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주일성수와 예배의 문제다. 대부분 교단의 헌법 예배 규정은 주일 공예배와 안식을 지키기 위해 주일성수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주일 공예배를 통해 하나님과 교제하기 위해 성실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참여하며, 공예배 후에도 성경연구, 묵상, 기도, 찬송이나 기타 전도와 구제 등 선한 일을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성도의 교제를 힘써야 한다고 가르치고 지켜왔다. 그런데 교단 총회가 앞장서 주일 오후 모든 교인들이 정치 집회에 참여하도록 결정함으로 주일성수에 대한 그동안의 가르침을 무력화시켜버렸다. 더군다나 이 집회를 지역이 아닌 전국 단위로 개최함으로 서울에서 먼 지역에 위치한 교인들의 경우 주일 공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대해 총회는 버스 안에서 예배드리면 된다고 반응함으로써 각자 교회에서 준비된 마음으로 온전한 공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교회의 전통도 무너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기에 감염병 전파의 위험으로 인한 정부의 온라인 예배 지침에 대해 불응하여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정부의 규제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교회의 사회 참여 문제다. 대부분의 장로교회가 표준 신앙고백서로 채택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대회와 공회의는 교회적 사안만을 다루어야 한다. 비상시국에 겸허한 청원이나 국가 공직자의 요청을 받아 양심상 행하는 조언 외에는 국가와 연관된 시민적 사안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제31장)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교회는 국가의 중요한 정치적 의제에 대한 의사 표현은 공교회 차원이 아닌 신자 개인 차원이나 이와 관련된 시민단체를 만들어 정치적 표현과 행동을 해왔다. 기독교인들의 대규모 정치집회도 있었지만 이 또한 주일이 아닌 다른 휴일에 진행되었고 목회자든 성도든 개인적으로 참여를 해왔다. 그런데 이제 공교회가 결정하여 주일에 전국 단위로 교인들을 정치 집회에 동원하고 교회의 이름으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 발표와 투쟁 행동을 함으로 지금까지 지켜온 장로교단의 사회 참여 원칙을 무너뜨려버렸다.

언젠가부터 동성혼 반대가 한국 교회의 제일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을 많이 모으고 힘을 과시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성경과 교단 헌법의 가르침을 따라 행동해야 하고, 인간의 세력 결집이 아닌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방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말씀으로 잘 훈련된 교인들이 시민사회와 정치라는 공론의 장에서 민주주의의 원리를 따라 성경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성경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인해 하나님을 온전히 예배하고 그를 기뻐하는 공예배와 주일성수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성경과 신앙고백에 기반한 교회의 사회참여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은 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가?

이제 공은 개교회 당회로 넘어왔다. 장로교회 헌법은 “치리회가 내린 결정은 하나님 말씀에 일치되는 한 구속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헌법의 원리를 따라 개별 교회 당회는 10월 27일 주일 오후 2시 광화문에서 개최되는 “악법 저지를 위한 한국교회 2백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에 참여하라는 총회의 결정이 하나님의 말씀과 교단 헌법에 일치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만약 이번 총회의 결정이 말씀과 교단 헌법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각 당회는 이 결정을 따르지 않고 그 이유를 교인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집회 참여를 결정한 교단들은 졸속적인 결정 과정을 돌아보아 그에 대한 반성과 회개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2024년 10월 2일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원문 보기



관련 글들

2024.12.10

[언론보도] 45년 만의 ‘비상계엄’…교계서도 규탄 한목소리 (2024/12/10, 기독신문)

자세히 보기
2024.12.06

[언론보도] “계엄령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 훼손한 윤석열 대통령 물러나라” (2024/12/6, 교회와신앙)

자세히 보기
2024.12.05

[언론보도] 기독단체들도 일제히 12.3 비상계엄 선포 비판 (2024/12/4, CBS뉴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