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기독교윤리연구소가 올해 일상의 평화를 일구는 공동체』를 발간하였습니다. 해당 도서는 기독교윤리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기독교윤리적인 차원에서 갈등과 폭력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출판 기념회를 통해 저자들의 북토크를 진행하였습니다. 해당 영상을 공개합니다.
성신형 교수는 분노와 갈등, 폭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현상이 바로 사회적 혐오이며, 혐오와 배제 논리는 사회 속에서 구조화되어 사회의 작동 원리로 사용되었다고 진단하였습니다. 해당 현상의 원인을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누스바움의 수치심으로 설명하는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폭력을 줄여가는 감(減)폭력을 제안하였습니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폭력에 저항하는 현실적인 방식으로 ‘폭력의 감소’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는 평화를 위해 더 큰 폭력을 촉구하는 시대정신에 균열을 가져오며, 타자와 차이를 인정하지만 구분 짓기는 거부하는 ‘되기의 윤리’를 통해 현실이 됩니다.
구조화된 폭력을 철학적으로 분석한 목광수 교수는 현대 사회 폭력이 광범위하게 확장되면서 잘 포착되지 않아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 구조가 폭력을 확산하고 증폭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보며, 경쟁과 각자도생의 현실을 조장하는 사회 구조와 폭력이 어떻게 관계되는지 검토할 것을 촉구합니다. 목광수 교수가 대안으로 제시한 ‘외치기’(Shouting), ‘바꾸기’(Switching), ‘보여 주기’(Showing), ‘자기 존중하기’(Self-respecting)는 일상에서 충분히 실천할 만합니다.
한국 기독교의 평화 이해 역사를 정리한 손승호 교수는 민족주의와 냉전, 민주화 이후 한국 기독교가 ‘폭력과 평화’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보여줍니다. 손승호 교수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 기독교인에게 평화란 악한 누군가와 싸워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고, 그 싸움에 폭력과 살인, 전쟁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해당 역사에 대한 뼈아픈 회개와 정의의 회복이 더디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한국 개신교는 역사를 왜곡하고 가진 것을 지키는 데 급급해 보이지만, 한국 교회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믿음을 잃지 말자는 저자의 제안에 소망을 가지게 됩니다.
박혜인 박사는 영화 <벌새>와 <헤어질 결심>을 통해 일상의 폭력을 성찰합니다. <벌새는> 여중생의 눈으로 본 모순적인 구조적 폭력을 다루고 있고, <헤어질 결심>은 윤리적 폭력 너머로 사랑에 도달하고자 하는 이방인의 모습을 다룹니다. 두 영화는 사뭇 성격이 달라 보이지만 자신을 중심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자기동일성의 폭력에 저항하는 모습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저항의 방식은 폭력 너머로 ‘말 걸기’를 선택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드러나며, 이 모습은 이방인과 대화를 멈추지 않았던 예수님의 여러 만남과도 상통하고 있습니다.
동양 고전에서 일상(日常)과 평화(平和)를 다룬 엄국화 박사는 동양 고전인 『대학』, 『주역』, 『중용』, 『맹자』에서 나타난 평화 개념을 다루었습니다. 동양 고전에선 평천하(平天下), 지천태(地天泰), 천지비(天地否), 치중화(致中和), 왕도정치(王道政治)가 한데 모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평화 개념을 이룹니다. ‘평천하’는 천하를 평정하고, 평준화하며, 공평하게 다스리는 개념이며, ‘지천태’는 상하 관계에서 평화가 이루어진 상태로, 배척하고 반목하는 상태에 있는 ‘천지비’와 연관됩니다. ‘치중화’는 마음속 평화의 극대화를 말하며, ‘왕도정치’에서 맹자는 인과 덕을 강조합니다. 기독교 윤리와 다소 무관해 보이는 파트이지만 교회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들 역시 그 뿌리를 동양고전과 여럿 공유하는 점에서 함께 고려할 만합니다.
*김승환 교수의 영상은 추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자본주의를 통해 왜곡된 도시적 일상에 주목한 김승환 교수는 자본에 물든 현대 도시의 일상에서 가장 큰 숙제는 ‘불평등’과 ‘불균형’이라 규정합니다. 이것은 인간의 도구화와 소외화와 관련이 있으며, 진정한 이웃을 얻지 못한 사람의 일상과 폭력의 발생은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일상을 하나의 예전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주장한 김승환 교수는 평화와 화해의 에클레시아, 즉 왜곡된 도시의 시공간을 치유하는 평화의 공간으로의 교회를 제안합니다. 이는 만연한 일상의 폭력에 끼어들 곳 없어 보이는 교회에게, 대안이 될 방향을 제시한 대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윤실 기독교윤리연구소는 지난해 ‘기독시민성과 정의’에 대해 고민하며, 『정의로운 기독시민』을 발간했고, 올해는 ‘폭력과 평화’를 고민하며 『일상의 평화를 일구는 공동체』를 발간하였습니다. 내년 연구주제는 ‘공감과 환대’를 고려하며 세미나와 총서 발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윤리연구소는 언제나 한국 교회와 사회에 필요한 주제를 고민하며 연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