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단체들, 계엄 후에도 윤석열 옹호하는 한국교회 비판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복음주의 단체들이 1월 16일 ‘비상계엄령 사태 전후 주요 한국교회 행태에 대한 규탄과 참회 촉구 연합 기자회견’을 열고,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을 옹호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주요 교회들을 비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민주시민모임·기독교윤리실천운동·느헤미야교회협의회·성서한국·평신도신앙실천운동·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구교형 공동대표(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는 “유명 목회자들이 엉뚱한 소리를 내뱉으며 한국 개신교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회개하고 또 반성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촉구하는 메아리를 울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마련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해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 김양재 목사(우리들교회) 등 대형 교회 목사들은 윤석열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 냈다. 손현보 목사는 설교 도중 탄핵 집회에 참여한 국민을 ‘바보’라고 폄훼했고, 김양재 목사는 “계엄·탄핵·내란 이런 단어들이 사실 다 발작 버튼이다. 이게 한번 눌리면 그 단어가 가진 감성에 다 휩싸여서 폭발하는 것”이라고 설교한 바 있다.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는, 한국교회가 윤석열과 이익 공동체가 되어 정권을 뒷받침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도태되고 망해 가는 한국교회를 걱정하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윤석열과 함께 망할 수 없다. 대한제국 말 신사참배 반대에 앞장섰던 신앙의 순수성을 가지고 오늘 한국의 어지러운 상황을 타개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종미 대표(교회개혁실천연대)는 계엄 사태 이후 신속하게 비판 성명을 낸 가톨릭·불교와 다르게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개신교가 변화에 뒤처져 외면받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한국교회는 여성·노동자·농민·성소수자가 연대했던 남태령과 다르게 소수자를 배척하고 차별해 왔다며 “교회의 닫힌 문을 열고 누구도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라고 말했다.

보수 교단에서 신앙생활해 왔다는 박제우 실행위원(평신도신앙실천운동)은 “무속과 무당에 의지했던 대통령 부부를 지난 2년 반 동안 축복하고 가깝게 지내려고 애쓴 교단 리더들과 대형 교회 담임목사들을 보면 구토가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엄 이후 사회정의나 바른 가치 실현을 위해 목소리 내지 않는 한국교회의 상황이 너무 부끄럽다. 제발 우리의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면을 벗어던지고 조금이라도 더 섬기는 모습을 보여 주자”라고 말했다.

정병오 대표(기독교윤리실천운동)는 한국교회의 맹종 문화가 전광훈 집회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는 기독교인들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그는 “무리에 참여하고 있는 그리스도인 대다수는 우리의 부모·형제·누이이며 같은 교인이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교인들의 영적 자립을 키우지 않고 목회자를 맹종하게 하는 목회를 한 결과다. 윤석열 추종 집단의 문제는 한국교회의 토양을 바꿔야 해결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교회가 돈과 권력을 탐하고 정권에 기대 온 과거를 회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같은 그리스도의 몸으로 우리 중 누구도 죄책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 그리스도인과 한국교회는 하나님과 역사 앞에 죄인이다. 우리의 죄악을 인정하자. 공개적으로 고백하자. 그리고 진심으로 참회하고, 분명히 돌이키자”라고 했다.

다음은 성명문 전문.

비상계엄령 전후 주요 한국교회의 행태에 대한 규탄과 참회 촉구 연합 성명서
“불의한 바알 정권에 협력한 죄악을 참회하고, 하나님과 국민의 교회로 부활하기를 소망합니다”

1. 대한민국 기초를 뒤흔든 계엄령 사태 한 달

작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저지른 계엄령 내란 사태의 실상과 관련자들의 섬뜩하고 무서운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을 빌미로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해산하고, 언론과 여론을 길들이고, 반대자를 체포하고, 심지어 전쟁 발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남북 갈등을 조장하려 했다는 사실은 충격과 분노를 자아낸다.

그러나 한 달이 넘도록 국정 파탄의 파트너였던 여당과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며 속히 계엄령 사태가 종식되도록 적극 협력하기는커녕 도리어 대통령을 옹호하고 내란 수습을 가로막으며 국난을 하염없이 장기화시키고 있다. 도대체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무엇이고, 국민은 누구인가? 사악한 대통령의 심기만 중요하고 국민의 안위는 온데간데없는 태도에 참담함과 분노를 감추기 힘들다.

2. 윤석열 정부와 함께 흔들린 한국교회의 정체성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지금은 단지 국가와 정치의 위기만이 아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계엄령 사태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국교회 주요 지도자들이 보인 행태는 윤석열 정권의 타락상과 거의 맥을 같이 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윤석열 정부의 집권 초부터 지금까지 아집, 독선, 불통, 은폐와 거짓은 물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의 경시 등 모든 행태가 계속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종교적 지지, 후원 역할을 서슴지 않았다.

더구나 그들은 평소 보수 신앙을 자부하며 복음의 순수성과 사회 도덕성을 외쳤지만, 무속 정권이라 부를 만큼 번번이 점술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했음에도 단 한 번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한 종교 행태는 단순히 무속이 아니라, 정치권력을 통해 종교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바알주의와 흡사하다.

심지어 몇몇 대형 교회 목회자는 지금도 계엄령을 변명하고, 국민의 탄핵 외침을 조롱하는 설교조차 서슴지 않고 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을 멸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생각과 메시지는 이미 ‘거짓 선지자’ 전광훈의 그것과 조금의 차이도 보이지 않는다. 극단의 집회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찬송가 소리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국교회의 양심과 도덕성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통탄스럽기만 하다.

3. 하루살이는 걸러 내고 낙타는 삼키는 종교적 위선(마 23:24)

선지자의 표상 이사야는 가난한 백성이야 어찌 되든, 자기 집과 땅을 넓혀 가며 날마다 잔치와 안락에 취했던 부자들에게 저주를 선포했다(사 4:8-12). 선지자 다니엘은 대제국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에게 공의를 행하고, 가난한 자를 긍휼히 여김으로 불의했던 통치의 죄악을 돌이키라고 목숨 걸고 간언했다(단 4:27).

예수님은 십일조와 각종 예물로 자신의 의로움을 드러내는 데는 온 힘을 기울이면서도 더 근본이 되는 정의와 긍휼, 믿음에는 관심도 없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위선을 여지없이 고발하셨다(마 23:23). 주님의 동생 야고보 사도도 종교 계율 준수만으로 스스로 의롭다 자부하는 이들에게 고아, 과부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야말로 참된 경건이라고 했다(약 1:26-27).

그러나 많은 한국교회 지도자는 권력 남용과 지도자의 독선, 심각한 빈부 격차와 불평등은 아랑곳없이 ‘여성과 청년이 잘못된 사조와 이기심에 물들어 한국 사회와 교회를 망쳤다’고 망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제는 남북 대결을 부추겨 권력 수호에 이용하려 한 위험천만한 대통령과 수뇌부의 망동이 드러났지만, 한국교회 일부 지도자들은 남북 대결 및 확성기 방송을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할 100대 제목으로 추켜세웠다.

반면, 정작 하나님의 교회를 세습하고,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서로 감싸며, 재정을 독단적으로 사용하거나, 교회 권위를 독점하는 등 해묵은 폐습들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이는 하루살이는 열심히 걸러 내면서도 더 크고, 무거운 낙타는 아무 생각 없이 꿀꺽 삼켜 버리는 종교적 위선이 아닐 수 없다.

4. 한국교회는 시대의 책임을 같이 진 역사의 죄인이다.

그러나 우리 중 누가 이러한 죄악에서 무관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한국교회 자체가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나라의 공의로부터 이미 너무 멀어져 버렸다. 주님의 사도들은 ‘은과 금은 내게 없지만 우리에게 있는 유일한 그것,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행 3:6)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 한국교회는 사도들과 정반대로 그리스도 대신 돈과 권력, 온갖 사회적 기득권의 권세로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꼴이 되었다.

그 결과 그리스도를 믿지만 더는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 수많은 ‘가나안 성도’ 현상이 보편화되고, 이제는 이단, 사이비 및 무속과도 크게 다름을 찾아 보기 힘든 종교 행태를 보인다. 그러나 같은 그리스도의 몸이요, 똑같은 시대적 죄인으로서 우리 중 누구도 이러한 죄책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 그리스도인과 한국교회는 하나님과 역사 앞에 지금 죄인이다.

5. 인정하자. 고백하자. 참회하자. 그리고 돌이키자.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위기의 과정에서 사람의 의지와 행동을 뛰어넘는 하나님, 자비롭고 전능하신 그분의 손길을 놀랍고도 두렵게 체험했다. 폭정을 거듭한 정권을 향해 지난 1년 넘게 탄핵 촛불이 이어져 왔지만, 끝내 임계점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뜻밖에 죄로 눈이 먼 대통령 스스로가 상황을 뒤집어 버렸다. 부족했던 국회 탄핵 표결 정족수도 대통령의 자충수로 스스로 채워 버렸다. 이성적으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어리석고, 어설픈 행동이었다.

이는 아무리 달아 보고 세어 봐도 더는 용납할 수 없는 정권의 목숨줄을 끊기로 작정하신 보이지 않는 분의 손길(단 5장)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있고, 사람이 할 일이 있다. 특히 이제는 우리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할 일을 할 시간이다. 먼저 우리의 죄악을 인정하자. 공개적으로 고백하자. 그리고 진심으로 참회하고, 분명히 돌이키자.

한국교회를 향한 충심을 담은 제언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배신하고 국가를 위험과 도탄에 빠뜨린 내란 주모자입니다. 그리고 계엄령 사태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과 공모자의 조사, 처벌에 적극 힘을 모읍시다.

하나, 한국교회는 윤석열 정부의 바알적 무속과 우상 숭배를 방관하고, 때로 조력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깊이 참회할 것을 제안합니다. 특히 지금도 계엄령을 옹호하고 탄핵을 조롱하는 일부 목회자들은 망동을 즉각 중단하고, 깊이 자숙할 것을 권고합니다.

하나, 한국교회는 ‘거짓 선지자’ 전광훈과 더는 어떠한 동조, 협력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기 바랍니다.

하나, 한국교회는 그리스도보다 돈과 권력, 사회적 기득권을 탐했던 사실을 진심으로 회개하며, 이제는 공의 실현과 약자 돌봄을 통해 소금과 빛으로 거듭나기로 결의합시다.

2025년 1월 16일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민주시민모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느헤미야교회협의회, 성서한국, 평신도신앙실천운동,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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