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회원총회에서 이사장 이취임식이 있었습니다. 2017년부터 8년간 섬겨 온 백종국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가 이사장 직을 사임하고,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가 새로운 이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두 분의 이임사 및 취임사를 전해드립니다.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이임사
주님의 은총으로 지난 8년간의 기윤실 이사장직을 무사히 마치게 되어 함께 걸어온 기윤실의 동지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주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좋은 교회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 좋은 단체에 동참하였고 여기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함께 하나님의 나라 곧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나라를 꿈꿀 수 있었습니다. 진실로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지난 8년 임기의 앞뒤를 살펴보면 참으로 미묘한 점이 있습니다. 이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고, 퇴임하는 시기에 또 한 분의 대통령이 탄핵 받을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8년 전의 탄핵 때에는 한국 교회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탄핵 사태에는 한국 교회 상당수가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신앙 양심을 의심하게 만드는 거짓 선동과 가짜 뉴스, 불법적인 폭력조차 난무하고 있습니다. 탄핵 문제가 정리된 후 한국 교회가 받게 될 엄청난 상처와 비난, 그리고 하나님의 심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실로 두려울 뿐입니다.
우리 기윤실은 세상을 밝히는 작은 촛불과 같습니다. 세상이 밝으면 있으나 마나 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가 깊은 어둠에 덮이면 무엇보다 소중한 빛의 통로가 됩니다. 어둠이 강할수록 빛도 더욱 강해집니다. 저는 우리 기윤실이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길을 밝히는 강하고 담대한 촛불 중 하나가 되리라 믿어마지않습니다.
기윤실의 새 이사장님으로 교계에서 두루 존경받는 지형은 목사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한국 교회를 위한 우리의 애타는 기도와 간구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라 믿습니다. 물론 주의 부르심을 받은 우리 기윤실 동지들께서도 새 이사장님과 함께 꾸준히 더욱 가열차게 헌신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백종국 올림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취임사
21세기의 사반세기가 지나는 오늘날, 지구 전체는 뗄 수 없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사안이 웬만큼 커지면 문화권이나 지역, 국가를 넘어서 세계 인류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상황, 중립적인 상황, 긍정적인 상황에서 다 마찬가지입니다.
인류가 직면한 부정적인 상황은 이런 것들입니다. 전염성이 강한 질병과 마약 중독, 식량의 불공정한 분배로 인한 빈곤과 기아, 비인간적 야만을 초래하는 전쟁과 내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 등입니다. 또한 인류가 직면한 중립적인 상황은 이런 것들입니다. 인공지능, 유전공학 등의 기술 발전, 하나의 시장으로 묶인 세계 경제, 인터넷을 통해 문화 교류가 동일 시간으로 발생하는 현상 등입니다.
이와 같은 일들에서,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중립적인 상황의 나쁜 파생 현상을 바로잡으려는 다음의 노력들이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는 환경 운동, 군비 확장과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 운동, 식량 나눔과 공동체 인프라 구축을 통해 빈곤과 기아를 퇴치하려는 운동, 저개발 국가의 교육 진흥 운동, 여성과 노약자와 장애인 및 소외 계층의 사람다움을 위한 운동 등입니다. 이러한 현상과 대응은 우리나라 사회에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오늘날의 이런 상황 한가운데서 두 가지를 붙잡고 살아갑니다. 성경에 계시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그리고 그 현실의 열매인 사회적 선행입니다. 이 둘은 각각 특별계시와 일반계시의 가치로서 결코 따로 분리될 수 없습니다. 은혜와 헌신은 언제나 하나로 어우러져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서 보면,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어떤 존재이냐’는 것과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것은 분리되지 않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다(직설법), 그러므로 소금답게 빛답게 살아라(명령법)’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성서의 말씀에서 직설법과 명령법은 언제나 긴장의 관계지만 하나입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창립취지문을 읽고 또 읽으며 깊이 묵상했습니다. 이 귀한 운동의 이사장 직책은 제가 섬길 수 있는 분량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맡기시는 일이라고 믿고 순종합니다. 인류의 구원자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문에 있는 ‘하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하는 간절한 기도가 우리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통하여 한국 사회와 한반도, 동아시아와 세계에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창립취지문에 있는 표현대로 “하나의 평신도 운동”인 우리 모임의 이사장으로 섬기면서 제가 목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더 소중한 가치로 깊이 인식하며, 평신도의 한 사람으로서 일하겠습니다.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기독교의 가치에 헌신하며 애쓰신 선배님들의 발자국을 따라 걷겠습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함께 같은 근거와 방향을 갖고 헌신하는 복음주의 운동의 여러 동역자 모임들과 신뢰와 연대 속에서 걷겠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요 그리스도의 몸이요 성령의 피조물인 교회, 구원의 비밀을 전할 거룩한 공동체인 교회, 약하고 병들어 힘겨운 상황에 있지만 남은 자들의 헌신으로 꿋꿋하게 사명을 감당하는 한국 교회를 겸허하게 섬기며 걷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지형은 올림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