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VE letter 88호 보러가기
지난 주 어느날, 지인의 소개로 새로 알게 된 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어요. 한두시간 쯤? 용건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이야기의 내용과 깊이가 예상치 못하게 흘러 정신을 차리고보니 세시간이 훌쩍 넘어있더라구요. 그 날의 컨디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일이 있게 된 배경과 십수년 전의 고민, 그 고민과 연결된 새로운 삶의 여정과 만남들의 소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이야기들은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는 듯 흥미진진 했어요. 희미하지만 역동적으로 느껴졌던 그 분의 이야기들에는 제 생애의 몇 장면들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더 깊고 의미있게 다가왔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빨려들어 귀기울였던 것 같아요.
내 삶에 집중하며 어떤 답을 찾아가기 위해 몰두하다보면 역설적으로 더 혼란스럽고,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보고 듣는 것이 환기가 되고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합니다. 어떤 통찰, 위로, 용기, 감각을 얻는 거죠. 오늘 소개할 인터뷰에서도 님께 가닿는 무언가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서로의 파도가 되어 올라타고 밀어주는 웨이브레터니까요! – 시앤 드림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
법률사무소 우리 우미연 대표변호사 인터뷰
<사랑방 손님과 WAYVE>는 청년들의 관심사, 가치관, 진로 등의 질문에 다양한 사례와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분들을 WAYVE의 사랑방에 모셔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세 번째 사랑방 손님은 ‘법률사무소 우리’의 대표변호사, 우미연 변호사님입니다. 현재 기윤실 청년운동본부의 공동본부장으로 활동하고 계시기도 한데요. 언제나 밝은 에너지로 주위를 충만하게 채워주는 우미연 변호사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었어요 –
1. 법조인이 되고자 한 꿈의 시작과 신앙의 영향
2. 사법시험 낙방·로스쿨 실패와 극복 과정
3. 통일 활동 계기와 현재의 실천
4. 기윤실에서의 의미 있는 순간
5. 인생의 터널을 지나는 청년들을 위한 조언
🔹 반갑습니다, 우미연 변호사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미연: 안녕하세요, 저는 우미연 변호사입니다. 8년차 변호사이고 법률사무소 우리의 대표변호사입니다. 현재 통일부 2030자문단, 법무부 북한이탈주민 지원변호인, CLF(기독법률가회) 통일법센터의 공동센터장, 기윤실 청년운동본부의 공동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먼저 직업에 관한 질문을 하려고 하는데요. 법조인이라는 꿈을 품게된 계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기독교 신앙이 법조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미연: 제가 법조인의 꿈을 품게 된 건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부탁하신 말씀 덕분이에요. 할아버지는 장로님이셨을 때 콜링을 받으시고 목사님이 되셨는데, 할머니와 함께 천막 교회를 개척하셔서 소외된 사람들, 병들고 약한 사람들을 섬기셨어요. 특히 신유의 은사가 있으셨던 할아버지를 통해 많은 분들이 병고침을 받기도 하고, 여자 귀신이 들렸던 남자 청년이 몇 달 동안 교회에서 지내시다가 어느 저녁 예배 때 귀신이 나가고 자신의 목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할아버지께서 ‘미연이는 커서 힘 없고 억울하고 약한 사람들을 돕는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때부터 저의 장래희망은 항상 변호사였어요. 성경에서는 늘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데,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랑하는 직업이라고 생각되어 기쁜 마음으로 변호사의 꿈을 품고 공부해왔습니다. 억울하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약자를 보호하며, 정의를 세우고,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신앙은 제 삶을 지탱해주는 뿌리이자, 법조인으로서의 가치관과 사명을 세우는 중심축입니다. 법은 단순히 사회 규범을 넘어 정의와 사랑와 화해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담을 하거나 사건을 맡아서 진행할 때, 저를 찾아오신 분들의 당면한 문제를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뿐만 아니라, 그분들의 고민과 아픔에 공감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그 마음과 삶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일을 하나님께서 제게 맡기신 사역이라 믿고 임하고 있어요. 하나님께서 ‘미연아, 세상에 많은 변호사들이 있지만 너라면 이 사람의 문제를 가장 지혜롭고 현명하게 해결하고 또 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이라고 믿는단다. 잘 부탁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거든요. 한 분 한 분,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하나님이 제게 보내주시고 만나게 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것도 소홀하게 할 수 없고, 매 순간 기도로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면서 사건을 처리합니다. 때로는 변호사로 일하면서 아프고 힘든 시간들을 겪기도 하지만, 제가 사랑과 정의와 화해의 도구로 쓰임받고 있다는 사실은 항상 저를 지켜주는 힘이 되어요.
🔷 수험생활이 길었다고 들었습니다. 사법시험 낙방과 로스쿨 입시 실패를 겪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알려주세요.
🍀미연: 저는 05학번으로 고대 법학과에 입학했고, 15학번으로 경희대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학부 때부터 법을 공부했으니, 변호사가 되기까지 햇수로는 꼬박 13년을 공부했네요.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혼자 공부하던 시간들이 제게는 끝없는 흑암의 터널과도 같았어요. 무엇보다 저를 부양하시며 사법시험 합격을 기다리시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컸고, 오직 변호사의 꿈만을 보고 달려온 저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데 정말 내가 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 외롭고 처절한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끊임없이 하나님께 여쭙고 의지하고 매달렸어요. 이 길에 대한 확신이 약해질 때마다 하나님께 묻고 또 물었어요.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너 안에 선한 소원을 품게 했다고, 내가 너를 공부시켰다고, 지금 네가 법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나의 뜻이라고 대답해주셨어요.
그리고 고된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하나님께서는 제게 말씀을 선물로 주셨어요. 공부하는 시간 외에는 밥을 먹을 때에도, 이동할 때에도, 잘 때도 늘 말씀을 듣고 읽었어요. 제가 붙들었던, 저를 살린 수많은 여러 말씀들이 있지만, 그 중에 두 가지만 나누자면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으라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으라(겔 16:16)”,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여호와의 행사를 선포하리라(시 118:17)” 이 말씀들을 되뇌이며 생의 의지를 다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살라고 명령하셨기에 그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살았고, 언젠가 죽지 않고 살아서 하나님이 제 인생에 행하신 일들을 담대히 증거하고 선포하고 싶었기에 살아야겠다 다짐했습니다.
그 시간들을 통해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깊은 사람으로 다듬어진 것 같습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삶과 죽음이 잇닿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어요. 고통 가운데 차마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한숨 짓는 사람들, 내일이 오기를 바라지 않으며 눈뜨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잠드는 사람들, 끊임없는 걱정과 불안의 굴레 속에 차마 잠들지 못하고 불면의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들을 체휼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울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저를 빚어가기 위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힘들고 쓰라린 그 과정들을 지나는 동안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법을 배우게 하셨고, 저의 지경을 넓히셨고, 저의 약함 가운데 더 낮아지고 겸손하게 만드셨고, 주님이 쓰실 수 있는 사람으로 저를 빚어가셨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세상의 악과 고난, 고통의 문제를 내 일처럼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고민들은 지금까지도 제가 하나님 앞에서 씨름하고 여쭙는 제목이 되었습니다.
수험생활 중에 교회 청년부 여름 수련회 주강사로 오신 김회권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2012년 여름, 당시 목사님께서 “지금 내가 공부하는 자리가 내가 순교해야 할 자리이고, 나의 선교의 자리이고,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자리다. 공부하다가 죽으면 그것이 순교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제게 정말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그 후 저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든 순간이 곧 예배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선교하는 마음으로, 순교하는 마음으로 공부했습니다. 나중에 변호사가 된 이후에 하는 일들만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 오늘 하루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공부하는 시간 역시 모두 하나님의 일을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로스쿨에서 공부하면서도, 변호사가 되어 열 사역과 일을 하면서도, 그때의 깨달음은 계속하여 제 삶의 원동력이 되었고, 오늘 지금 하나님이 내게 시키시는 일이 무엇인지 민첩하게 알아듣고 순종하고자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번 호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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