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 기윤실 공명선거운동 기자회견 취지문

 

정병오 (기윤실 공동대표)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과 그로 인해 2년 앞당겨진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이 어제로 마감이 되었고 오늘부터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됩니다.

흔히 선거를 “총칼 없이 싸우는 전쟁”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말은 선거 때가 되면 총칼과 같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뿐 당선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면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에서 볼 때 선거는 한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다 꺼내놓고 가능한 다양한 해법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며,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국민적인 합의를 만들어가되 이를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그 치열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고 맥이 빠진 느낌입니다. 그것은 아마 지난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6개월 동안 온신의 힘을 다해 전쟁을 하느라 진이 다 빠져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윤 전 대통령에 의한 12.3 계엄은 그 불법이 너무도 명백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념이나 진영과 관계없이 한 마음으로 단죄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여당이 내란을 옹호하며 탄핵을 방해하더니 이후 한국 교회를 중심으로 해서 극우 세력을 형성해 대치 국면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위시한 윤석열 정부의 고위 관료들과 윤 대통령의 통치 기반이었던 검찰, 그리고 대법원을 비롯한 법조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하여 불법 계엄에 대한 단죄를 방해하고 내란을 이어가려는 몸부림을 쳤습니다. 그때마다 국민들은 이 땅의 헌법과 민주주의가 내팽개쳐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표출했습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눈물 어린 헌신과 헌법 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헌법재판소의 신중하고도 합리적인 판결로 인해 지금의 대통령 선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막상 대통령 선거에 쏟아야 할 정치적 에너지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는 지금까지의 선거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선거입니다. 그것은 불법 비상계엄으로 인해 무너져 버린 민주주의의 기초와 헌법의 가치를 다시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는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법 비상계엄 이후 여러 헌법의 위임을 받은 권력자들이 헌법의 정신을 위배하고 사적인 욕망과 정치적 이념을 위해 휘두르는 것과 헌법과 민주적 절차에 의한 합의와 순복을 하지 않고 극단적 진영의 논리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것을 경험하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근본부터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위기를 겨우 극복하고 치러지는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무엇보다도 법과 절차를 엄격하게 지키며, 극단적 분열이 아닌 법과 민주적 절차를 따른 합의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한국 교회는 지난 6개월 동안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기초를 무너뜨리는데 중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회와 역사 앞에서 이러한 죄악을 회개하는 마음으로 더욱 공명한 선거와 민주주의 회복에 헌신해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한국 교회가 이번 대선에서 교회부터 선거법을 준수할 뿐 아니라 전체 사회가 선거법을 지켜 공명한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또 이번 선거가 극단적 분열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이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25년 5월 12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정병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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