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시민은 갈등 해소와 민주주의 회복에 앞장섭시다
천윤석 (기윤실 모두를위한정치운동 전문위원, 변호사)
우리나라는 몇 달째 전에 없던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세 번째, 대통령 파면 결정은 두 번째이지만, 이 정도로 정국이 혼란스러웠던 적은 없습니다. 시작은 비상계엄이었습니다. 그 후 현직 대통령 내란 혐의 체포, 헌법재판소 재판관 미임명, 서부지방법원 난동, 대통령 구속 취소, 대통령 파면 결정, 이재명 대표에 대한 상고심 파기환송 판결에 이르기까지 정국은 롤러코스터를 타며 심하게 요동쳤습니다. 우리 모두가 공유하던 상식이 무너졌습니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상식을 무너뜨렸기에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이들은 사적, 정파적 이익을 위해 헌정질서를 가볍게 내팽개쳤고,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참담함에 빠졌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독교는 이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유명세를 탄 일부 목사들은 앞장서서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제 광장에서 기독교 집회가 열린다고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정치 구호를 외치는 집회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기독교 집회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관용 대신 독선과 불통이 기독교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민주주의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생각이 다를 때에는 서로를 설득하고, 그래도 의견이 좁혀지기 어려우면 정해진 룰에 따라 전체의 의견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당연히 그 과정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폭력이 개입될 여지는 없습니다.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사랑과 관용은 우리 기독교인이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웃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적대감에 찬 거친 언사, 상대방을 척결하겠다는 공격적인 태도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의 모습일 수는 없습니다. 기독교인은 누구보다 모범적인 민주 시민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수렁으로 빠져갈 때 오히려 더욱 수렁을 깊게 만들었습니다. 용기를 낸 고마운 시민들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더 큰 위기에 빠졌을 것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해야 하되,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부정의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버팀목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이번 대선이 우리가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출발점이 되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