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맞아 각 후보들이 많은 공약을 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후보는 기후위기 공약이 없거나 있더라도 지난 총선보다 후퇴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은 이전보다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속에 치러지는 이번 조기대선을 앞두고 5가지 선언을 중심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기후생태정의 실현을 위한 회개와 전환의 선언
– 21대 대통령선거가 기후대선이 되길 바라는 기독교계의 기후·생태정의 촉구 기자회견

2025년 5월 27일(화) 오전 11시 /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기후·생태정의 회복을 위한 회개와 전환의 선언] – 21대 대선이 기후대선이 되길 바라며 기독교계의 기후·생태정의 촉구 성명

 

1. 하나님께서 지으시고 보시기 좋았던 세상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 1:31)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롬 8:22)
창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 말씀은 오늘, 거짓된 번영과 끝없는 개발로 병든 세상 앞에서 탄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불의의 구조이며, 약한 자부터 먼저 고통받는 생명의 위기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동료 피조물로서, 이 나라의 주권자인 시민으로서, 오는 대통령선거가 기후위기 시대에 참된 정의를 세우는 전환점이 되어야 함을 선언합니다.

 

2. 우리는 다음의 다섯 가지 과제를 대통령 후보들에게 요구합니다.

하나, 성장 중심 정책을 버리고 모두가 고르게 잘 사는 사회로 전환하라!
“그들에게 이르시되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 하시고.”(눅 12:15).
성장하기만 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성장신화’는 종교수준의 신앙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전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며 주류경제를 대표하는 IMF(국제통화기금) 마저도 성장의 대표적 논리인 ‘낙수효과’가 틀렸음을 인정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도 GDP(국내총생산)가 오르면 오를수록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한 국가의 소비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물질의 추출 양을 뜻하는 ‘물질발자국’이 커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성장하면 할수록 지구가 파괴되고 뜨거워지며, 지구자원은 소진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생명의 경제’, ‘느림의 경제’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모든 사람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제정책은 소수의 부유함을 위해 다수의 고통을 방치합니다.
○ 우리는 경제성장보다는 현재의 몫을 어떻게 분배할지 등 경제정책 기조를 바꿀 것을 요구합니다.
○ 에너지·식량·주거·교통의 생태 공공성 강화와 기후정의세 도입, 녹색공공투자은행 설립과 같은 과감한 분배정책과 공공투자를 요구합니다.

하나, 책임에 걸맞는 감축 목표와 함께 탈석탄·탈핵, 정의로운전환을 실현하라!
“너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 그 땅은 속죄 없이는 속죄함을 받을 수 없음이니라.”(민35:33)
한국은 세계에서 10위 안에 드는 배출 책임국입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그 책임을 회피하며 원전 확대, 석탄발전 지속 등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 우리는 2035년까지 약 70% 온실가스 감축과 정의로운 탈석탄법 제정, 노후 핵발전소 폐쇄를 요구합니다.
○ 에너지 민영화 중단과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고용보장과 함께 지역 이익 환원 구조가 함께 가야 합니다.
○ 전환과정의 의사결정에서, 폐쇄되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와 지역주민 모두가 참여하고, 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고용될 수 있기를 요구합니다.

하나, 시민이 주체가 되는 기후민주주의로 나아가라!
기후위기는 일관된 중장기적 정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양당정치는 다음 선거 당선에만 집중하면서 공익보다는 당리당략이 우선되어 늘 단기적 인기영합정책만 남발할 뿐입니다. 또한 극단적인 대립과 정쟁으로 개혁은 늘 지연되고 입법-거부권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근대까지 이어온 추첨•직접•참여•숙의 민주주의를 현대적으로 적용한 시민의회를 통해, 주권자 시민이 직접 개입하고 중재하여 이 난관을 풀어야 기후위기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 우리는 추첨을 통한 시민의회의 구성과 법제화, 그리고 다양한 계층(노동자, 농민, 청년 등)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합니다.
○ 국민투표, 국민발안, 국민소환 등을 헌법에 명시하여 주권자 시민의 의견이 선거 때 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반영되길 요구합니다.

하나, 무분별한 개발을 중단하고, 창조세계의 회복에 참여하라!
“너희가 어떤 성읍을 오랫동안 에워싸고 그 성읍을 쳐서 점령하려 할 때에도 도끼를 둘러 그 곳의 나무를 찍어내지 말라~”(신 20:19)
산과 바다, 습지와 강은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보금자리입니다. 심지어 전쟁 중에도 나무를 찍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신공항, 케이블카, 국립공원 훼손, 대규모 산단 개발 등은 이 땅을 수익의 도구로 전락시켰습니다. 여기서 파괴되는 생명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며, 그래서 ‘생태학살’이라 불립니다.
○ 우리는 전국 신공항계획 폐기, 보호지역 확대와 관리 강화, 지역 주민 참여형 생물다양성 회복 정책을 촉구합니다.
○ 이제는 개발이 아니라 보전과 회복이 국가의 책임이어야 합니다.

하나, 공장식 축산과 생명 경시를 멈추고, 생물다양성과 생명존중을 회복하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나와 너희와 및 너희와 함께 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대대로 영원히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니라.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창 9:12~13)
하나님은 동물과 식물을 포함해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셨고, 그들과도 언약하셨으며, 그들도 구원해 주신다고 하신 소중한 존재들입니다(골 1:20). 그러나 지금 우리는 동식물의 고통과 생태계의 파괴를 방조하며 살아갑니다.
○ 우리는 공장식 축산 중단, 생태농업 전환, 동물 보호 헌법 조항 신설,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국가계획 수립을 촉구합니다.
○ 생명을 기계로 여기는 사회는 하나님의 마음을 잊은 사회입니다. 우리는 이 길에서 돌아서야 합니다.

3. “너는 생명을 택하라”

“내가 오늘 하늘과 땅을 불러 너희에게 증거를 삼노라 내가 생명과 사망과 복과 저주를 네 앞에 두었은즉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고~”(신 30:19)

오늘 우리는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생명을 택하겠습니까, 아니면 개발과 탐욕을 택하겠습니까?
우리는 생명을 택하겠습니다. 기후정의는 하나님의 뜻이며, 창조세계의 회복은 신앙의 핵심입니다.
다가오는 대선이 ‘기후악당 국가’에서 ‘생명의 나라’로 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2025년 5월 27일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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