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일상에 여전히 머무르며, 그 안에서 말하지 못한 고민과 기대를 품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이번 잇슈ON 소모임, ‘교회 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 후기는 교회를 다니면서도 교회에 가기 싫었던, 그래서 교회 바깥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참가자 두 분이 들려주는 솔직한 경험과 감정의 기록입니다.
‘교회에 더 머물기 위해, 잠시 멈춰 선 자리에서 우리는 어떤 용기와 변화를 만났을까요?’
두 편의 진솔한 후기를 통해, 신앙 안팎에서 흔들리고 고민하는 이들의 소리를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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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기림입니다.
간사님이 교가싫순 후기를 요청하셔서 어떻게 적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제 글을 여러분도 보실 거라 생각해서 이렇게 편지처럼 적어봅니다.
여러분과 교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누고, 자유롭게 ‘수다’를 떨 수 있었던 점이 참 좋았습니다. 각자 교회에 대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또 교회를 떠나게 된 계기들을 나누며 많은 공감과 웃음이 있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교회에 대한 아쉬움이나 실망을 넘어서 대화의 내용이 좀 더 확장되면 어떨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고, 아마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교가싫순 모임이 임시보호소, 쉼터 같은 공동체로 남는 것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고민이 많고 방황하는 저에게 잠시 숨 돌릴 곳이 되어준 점이 참 고마웠거든요.
이 모임 이후로 저의 교회를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여전히 주일설교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교회 내의 분위기나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도 있죠. 그런데 이제는 교회에서 제 모든 요구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내려놓게 된 것 같습니다. 깊은 대화나 연대할 수 있는 동지, 신앙적 충족을 꼭 교회에서 찾으려고 하지 않으니, 오히려 한 달 전부터는 교회 내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관계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됐어요. 20년 넘게 함께한 사람들이지만 다시 들여다보고, 한 발짝 노력하니 그 안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소소한 즐거움, 안쓰러움, 애틋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100일 지난 아기를 핑계 삼아 할머니 권사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도 쏠쏠해요. 할아버지들은 많이 안 계셔서 할머니분들과 자식 이야기, 손주 이야기, 옛날 얘기 듣는 일이 하루의 소소한 즐거움이 됐습니다. 이야기는 주로 아내가 많이 하지만,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 서로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는 것도 참 좋고요. 교회의 몇 안 되는 20~30대인 저와 아내가 어르신들께 작은 활력과 웃음을 드릴 수 있는 게 오히려 더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너무 긍정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지만, 여전히 복잡한 고민들이 많아요. 채워지지 않는 신학적 목마름이나 교회의 제도적 문제들, 깊이 있는 대화에 대한 갈증은 여전합니다. 그래서 다음 시즌 교가싫순 모임도 꼭 참여하고 싶고, 홍동우 목사님의 강남역 성경공부도 관심이 큽니다. 때때로 친한 친구들과 교가싫순 같은 모임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분명하지 않은 것 같지만, 결국 저도 여러분도, 교회 안이든 밖이든 매일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더 많이 경험하고, 그 안에서 진리를 발견하며 천국을 누리는 삶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기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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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곽성훈입니다.
교가싫순 모임은 이번 시즌에 기림이의 제안으로 참여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후배인 기림이랑 평소에도 신앙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곤 했고, 학교에서 배우고, 긴 신앙생활을 하면서 생긴 여러 단면들, 그리고 개인적인 가족 이야기까지 더해져 ‘교회다움’과 교회 바깥 신앙에 대한 관심이 저에게는 오래된 주제였습니다. 이번엔 일상의 관성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환경에서 신앙과 삶을 고민해온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고,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 이런 모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망설이며 신청서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첫 모임에서 가장 놀랐던 건 저녁을 챙겨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에서는 늘 챙기는 입장이었기에, 모처럼 환대를 받으니 참 따뜻하고 감사했습니다. 메뉴도 다양해서 정말 맛있게 먹었고, 세심히 챙겨주신 홍간사님 감사합니다(찡긋).
또, 교가싫순 모임이 벌써 세 번째 시즌이고, 두 시즌을 꾸준히 참여하신 분들이 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모임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해왔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번 모임에서 좋았던 건 다양한 게스트 분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소규모 모임의 특성상 각자의 생각에 한계가 있을 수 있는데, 여러 게스트의 다양한 경험에서 새로운 생각의 뿌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아직 전 교회에 속해 있어서 이 모임의 ‘당사자’라기보단 다소 관찰자, 탐구자 같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충분히 참여하지 못해 아쉽고, 또 말이 많았던 건 아닌지 머쓱한 마음도 듭니다.
올해는 평소보다 더 자주, 더 다양한 그리스도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고, 그렇게 교회다움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홍동우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던 ‘리퀴드’한 모임들을 여러 번 접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저의 일상에 이런 촉촉함이 더해지길 바라고, 다음 시즌에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정 바쁘면 한두 번이라도 꼭.
확신할 수 있는 건, 교가싫순 모임이 제 일상에서 ‘교회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에 좋은 이정표가 되어주었다는 것입니다. 서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대화의 장, 다양한 손님들, 맛있는 밥까지! 이 후기를 읽는 분들 중에 참여를 고민하신다면 꼭 오시길 추천드려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힘이 되어주는 시간이 될 거예요!
곽성훈 드림